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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속으로, 태안 트리워크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마주하는 풍경들

2022.11.24(목) 22:46:53나드리(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겨울이 시작되는 가을의 막바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그 조급한 마음을 담은 가을의 단풍은 그래서 더 아름답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놓칠세라 마음은 전국 방방곳곳으로 향하고 있다.

한 해를 갈무리해야 할 11월은 몸도 마음도 바쁘기만 하다. 무언가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은 무의식이 푸른 하늘처럼 광활하게 펼쳐진 느낌이랄까. 이렇게 마음과 무의식이 밀당을 할 때면 호젓한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백화산의 가을 풍경

▲ 백화산의 가을 풍경


지금은 가을의 시간이다. 겨울을 막아선 빨간 단풍잎이 가을을 그려내는 공간에 있기 때문이다. 태안의 가을은 아직도 곳곳에서 뭉그적거리고 있었다.

태안의 주산이라고 불리는 백화산 북쪽 자락 마을에 “상옥리”라는 마을이 있다. 이곳에서 천년의 세월을 터 잡고 있는 흥주사 경내에서 가을을 위한 연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천년고찰의 산사음악회는 올해로 7년째 이어오고 있다.

흥주사 은행나물 아래에서 열리는 산사음악회

▲ 흥주사 은행나물 아래에서 열리는 산사음악회

 
태안 8경 중 제1경으로 알려진 백화산 정상 남쪽에는 태을암과 백제시대에 조성된 백제 최고의 예술 작품인 국보 제307호 '태안마애삼존불‘이 있다. 백화산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태을암, 북쪽에는 흥주사가 자리 잡았고, 동쪽에는 천수만, 서쪽에는 서해가 위치한 명당이다. 대한민국 등산 애호가들이 백화산 정상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백화산 정상을 오르고 내려오는 길은 5개이다. 그중에 제5코스가 흥주사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이다. 이곳 제5코스에 있는 흥주사 주변에 “트리워크”가 올해 10월 달에 개방되었다.

흥주사 옆 트리워크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

▲ 흥주사 옆 트리워크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

 
백화산 제5코스에 군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쾌적한 '숲속 공중 산책로'가 조성돼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가세로 태안군수와 군의원, 지역 기관·단체장, 군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백화산 트리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0월 31일 밝혔다. 총연장 248m의 백화산 트리워크는 태안 대표 사찰인 흥주사 옆 소나무 숲에 조성됐고 산책로가 4.5m 높이에 있어 공중을 한가로이 산책하는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총사업비 14억 700만원이 투입돼 지난해 11월 착공에 돌입했다. 부지를 소유한 흥주사 측도 공공 증진 사업임을 감안해 토지 무상 사용에 동의했다고 한다.

소나무 우듬지 높이의 공중 산책로

▲ 소나무 우듬지 높이의 공중 산책로


트리워크는 말 그대로 나무 위를 걷는 것이다. 소나무의 우듬지를 발로 걷는 기분은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걷는 기분이랄까. 소나무의 피톤치드가 길을 내어주고 소나무와 함께 걷는 기분이 든다. 발아래에 펼쳐진 천년고찰 흥주사의 모습이 가을 호수에 잠긴 그림 같다.

수령이 900년이 지난 충청남도 기념물 제156호인 은행나무와 보호수로 지정되어 수령이 400년이 넘은 사슴 모양의 느티나무도 트리워크에서 바라보면 풍경일 뿐이다. 땅에 발을 붙이고 마주했던 흥주사와 은행나무 그리고 느티나무의 웅장함이 이토록 오밀조밀하게 보이는 것이 신기하다.

트리워크의 아찔한 산책로

▲ 트리워크의 아찔한 산책로

 
백화산 제5코스의 출발점이 되는 흥주사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백제시대 때 노승이 백화산 산기슭에서 쉬다가 꿈에서 하얀 산신령이 나타나 노승이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가리키며 이곳을 장차 부처님이 상주할 자리이니 지팡이로 이곳에 표시하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노승은 꿈에 산신령님이 가리킨 곳에 자신의 지팡이를 꽂고 불철주야 기도를 하니 신비스럽게도 지팡이에서 은행나무 잎이 피기 시작하였다. 노승은 예사로운 일이 아닌 것을 짐작하고 더욱더 기도했다.

흥주사 만세루의 모습

▲ 흥주사 만세루의 모습

 
어느 날 산신령님이 또다시 나타나 말씀하시길 이 은행나무에 자식이 없는 사람이 기도하면 자식을 얻게 되고, 그 자식들이 자라서 부귀영화를 얻어 부처님을 모실 것이니라 하며 사라졌다.

그 후에 산신령의 말대로 은행나무 아래에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기도하면 아이가 생겨났다고 한다. 은행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탐스러운 은행같이 부처님의 손길이 자손만대에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노승은 절의 이름을 흥주사(興住寺)라고 지었다고 한다.

흥주사 은행나무 모습

▲ 흥주사 은행나무 모습

 
전설의 흥주사 은행나무는 나이가 9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20m, 둘레 8.5m이다. 은행나무 왼쪽 가지 아래를 보면 남근(男根)을 닮은 조그만 돌기가 보인다. 마을 사람들은 아이가 없던 여자가 이 은행나무 남근 아래에서 200일 동안 기도했더니 남자아이를 낳았다는 영험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상옥리 마을에서는 은행나무를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목으로 여기고 소중하게 관리하고 있다.

은행나무의 남근 모양

▲ 은행나무의 남근 모양

 
남근 모양의 이 돌기는 또 유주(젖꼭지)라 불린다. 하늘을 향해 뻗은 나뭇가지에 돋아난 뿌리의 일종이다. 은행나무처럼 수령이 오래되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유주는 오래된 나무가 뿌리로 호흡하는 것으로 모자라 허공으로 드러난 뿌리라고 볼 수 있다.

주민들은 은행나무의 건강 유지에 막걸리만한 게 없다는 사실에 따라 매년 음력 9월 9일(구구절) 막걸리를 뿌리며 은행나무제와 백일기도제를 지낸다.

흥주사의 가을을 위한 음악회 모습

▲ 흥주사의 가을을 위한 음악회 모습


주말이면 삼삼오오 찾아오는 등산객들과 흥주사의 인연은 깊다. 등산로에 위치한 까닭도 있지만 천년고찰의 고즈넉한 풍경이 도시인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기 때문이다.

11월, 겨울과 씨름하고 있는 가을의 기운이 아직 완연하다. 산사음악회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바람이 나뭇잎과 재잘거리는 소리들이 가을을 보내기에 아쉬워서일까?

백화산 제5코스의 가을 절경

▲ 백화산 제5코스의 가을 절경

 
태안의 전설을 간직한 백화산 자락에서 정상까지, 우리가 소중하게 보존(保存)하고 보전(保全)해야 할 유산이다. 가을이 겨울로 향하면서 나뭇잎을 털어놓은 트리워크에 가끔씩 보이는 담배꽁초를 보면 공포감이 휩싸인다.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서, 후손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화마에 휩싸이는 안타까운 일들이 없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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