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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국화축제의 초대장에 가을을 담다

축제의 언약(covenant)

2022.11.05(토) 11:41:21나드리(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가을을 성숙한 여인의 계절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모든 것들이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숙한 계절은 생명의 끝자락에서 아름답게 그리고 고요하게 새 생명을 품는다. 예쁜 봄꽃이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면, 아름다운 가을꽃은 사람들의 생각을 즐겁게 한다. 그래서 '봄 축제는 마음으로 즐기고, 가을 축제는 눈으로 즐겨라'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성숙한 계절이 선보이는 이 가을, 푸른 하늘보다 더 허전한 사람들의 마음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가을축제를 알리는 애드벌룬이 푸른 하늘에 둥실거린다

▲ 가을축제를 알리는 애드벌룬이 푸른 하늘에 둥실거린다


짧은 가을 시간과 헤어진다는 것은, 기나긴 겨울에 대한 움츠림으로 더욱 아쉽기만 하다. 눈부신 가을 하늘에게 갑자기 툭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가을을 보듬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이 쓸쓸하다. 가늠할 수 없는 낙엽의 하강(下降)처럼, 계절의 끝자락에 서있는 가을과 겨울의 경계선은 애매모호하다.

가을을 알리는 국화가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 가을을 알리는 국화가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찬바람에 고독이 밀려오면 사람들은 가을을 즐기기 위해서 축제를 연다. 어느 유행가 노랫말에 “봄이면 씨앗 뿌려, 여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풍년 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네.”라고 했다. 행복한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한 스스로에게 축제는 위로가 될 것이다. 이렇듯 고단함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축제에 꽃이 활짝 피어나 향기가 가득하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개막식을 하고 있다

▲ 축제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개막식을 하고 있다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축제를 벌이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핑계를 대고 있지만, 단체장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주민들에게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 탓이다. 업적으로 치부하고 싶은 욕심에 사전조사도 충분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축제를 만들려는 의지가 없다. 단체장들의 선심성 축제에 행정 공백과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 조잡한 모양의 조형물 그리고 위생적이지 않는 음식들이 축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떨어진 축제의 가치 속에서 고단한 국민들의 세금은 아침 이슬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보훈공원에 펼쳐진 행사 천막들

▲ 보훈공원에 펼쳐진 행사 천막들

 
태안군에 보훈공원이 있다. 보훈(報勳)의 뜻을 찾아보니 “국가의 존립과 주권 수호를 위해서 신체적, 정신적 희생을 당하거나 뚜렷한 공훈을 세운 사람 또는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적절한 보상을 함”이라고 적혀있다. 태안보훈공원에는 “옥파 이종일 선생”의 생가가 있다.
이종일 선생은 1898년에는 한국 최초의 한글신문인 제국신문을 창간할 정도로 민중계몽을 위해 헌신했다. 그리고 1919년 3.1 운동 당시 민족 대표 33인 중 한 사람으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애국지사이다. 독립운동가의 삶과 정신이 깃들어 있는 이곳에서 올 해로 10회째 가을국화 축제를 열고 있다.

태안보훈공원에서 순국선열들을 위한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 태안보훈공원에서 순국선열들을 위한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고결함과 평화를 의미하는 국화의 꽃말과 보훈공원은 잘 어울린다. 고인의 명복을 빌 때 흰색 국화를 헌화한다. 보훈공원에서 국화축제를 한다는 것은 애국지사를 위한 후손들의 예의이며, 순국선열들의 계몽(啓蒙)을 받드는 것이다. 이곳에서 “제42회 자유수호 희생자 합동 위령제”가 국화축제 기간에 열렸다. 태안보훈공원은 6.25 전쟁 참전 용사들의 위령탑과 이종일 선생의 생가가 함께 있다. 그래서 국화 축제 기간에 호국영령(護國英靈)을 위한 추도식을 지내고 있다. 호국영령들이 국화를 보고 그 향으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호국영령들을 위한 추도식 앞에 전시된 국화

▲ 호국영령들을 위한 추도식 앞에 전시된 국화

 
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태안보훈공원 입구에, 양 옆으로 늘어선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태어나 독립운동가의 숨결이 깃든 보훈공원에서 국화 축제 행사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긍심과 교훈을 심어주기에 좋은 장소이다. 국가와 민족의 근본을 깨닫는 다면 가을에 더할 나위가 없는 행복이 아닐까? 한 송이 국화마다 순국선열들의 고결한 정신이 피어나는 것 같다.

국화축제장 조형물에 국화꽃이 피고 있다

▲ 국화축제장 조형물에 국화꽃이 피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축제의 분위기는 어떤가? 인산인해를 이루는 사람들, 시끌벅적한 음악 속에서 정신없이 먹고 마시고 떠들면서 구경하는 풍경이 떠오른다. 하지만 보훈공원에서 펼쳐지는 “태안국화축제”는 일반적인 축제와 사뭇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오순도순 가족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윷놀이와 제기차기를 즐기는 민속놀이 체험장이나, 국화가 가득한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 단체 관광객 모두 평화롭기만 하다. 그리고 청명한 하늘 아래 태극기가 휘날리고 애국지사의 발자취가 서려있는 길에는 국화가 곱게 피어있다.
 

애국지사 이종일선생의 생가에도 가을이 무르익었다.

▲ 애국지사 이종일선생의 생가에도 가을이 무르익었다.


국화가 만발한 행사장 주변에는 나뭇잎들이 곱게 단풍으로 물들었다. 샛노란 은행잎, 샛빨간 단풍잎으로 행사장 주변을 장식한 나무들은 시몬을 부르고 있었다. 나무들의 위로가 시몬의 낙엽 밟는 소리처럼 바스락 거린다. 나무들은 곱게 물든 단풍으로 사람들에게 공존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곧 땅으로 떨어져 흙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봄에 피어날 생명을 위해서 1년의 생명력을 모두 흙으로 되돌려주는 식물들의 진리는 단풍만큼 아름답다. 꽃이 되지 않고 잎이 되어도 이토록 아름다운 나무가, 오랫동안 감추어둔 아름다운 옷으로 치장하고 국화 축제에 모인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행사장 입구에 설치된 독립문 국화

▲ 행사장 입구에 설치된 독립문 국화

 
태안보훈공원 국화 축제장의 ‘핫 플레이스’는 어디일까. 펄럭이는 태극기를 안고 행사장으로 들어서면 국화로 장식된 독립문이 보인다. 독립문의 뒤쪽은 이종일 선생의 생가와 위패가 있고, 오른쪽은 이종일 선생의 동상과 기념관이 있다. 이종일 선생의 기념관 뒤 쪽에는 연못과 정자가 멋스럽게 연잎을 품고 있어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이다. 왼쪽으로 가면 위령탑이 있는 잔디광장이다. 잔디광장은 국화 조형물과 분재를 보면서 국화 세계를 마음껏 탐닉할 수 있다. 하지만, 국화 축제장의 핫 플레이스는 국화가 아닌 사람들의 웃음꽃이었다.

방문객들에게 사랑 받는 하트 포토존

▲ 방문객들에게 사랑 받는 하트 포토존

 
태안 국화축제의 테마는 “원북으로의 초대”이다. 초대를 했으니 사랑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은 당연하다. 태안 군민들의 마음을 담은 하트 모형 조형물에도 국화가 소담스럽게 피었다. 이곳은 연인과 가족들이 좋아하는 “포토 존”이다. 중년이나 노인들은 국화독립문에서 사진을 찍고, 아이들은 돌고래 모형의 국화에서 사진을 찍으며 행복한 순간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사랑의 향기가 가득한 하트 조형물, 국화로 피어난 돌고래 조형물, 국화 옷을 입은 펭귄 조형물, 국화가 만발한 꽃 다리 어디라도 사람들에게 즐거운 사진 명소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돌고래 국화 조형물

▲ 아이들이 좋아하는 돌고래 국화 조형물

 
축제(祝祭)를 우리말로 '잔치'라고 표현한다. 외국에서는 페스티벌(Festival)이라고 부르는데 '축하하기 위해서 벌이는 잔치'라고 한다. 세계적인 축제로는 독일 뮌헨에서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 낮 12시부터 10월 첫째 일요일까지 열리는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 10월 31일 밤에 열리는 '할로윈 축제'가 있다. 그리고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의 4일 동안 열리는 '삼바 축제'도 유명하다.
 

태안보훈공원 국화축제장 안내도

▲ 태안보훈공원 국화축제장 안내도


세상의 축제들은 무질서하고 시끄럽다. 축제의 의미보다는 축제장의 분위기에 취해서 인간들은 이성까지 잃기도 한다. 사람들끼리 모여서 즐기기 위한 축제가 사람들로 인하여 고통스러운 죽음으로 마무리된다면 얼마나 슬픈가. 축제의 끝은 행복이지 슬픔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는 질서를 필요로 하고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안전 요원들이 있어야 한다. 자치단체장들이 축제에 대한 세심한 계획이 필요한 이유이다.

연인들에게 사랑받는 꽃다리에 핀 국화

▲ 연인들에게 사랑받는 꽃다리에 핀 국화

 
다중이 모이는 축제의 기본 원칙은 '배려'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인파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지만, 먼저 나 자신을 위한 배려를 하라는 것이다. 다중이 모이는 곳에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면, 그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상황에 자신의 몸을 맡기지 않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한 꼭 필요한 배려이다. 나 자신에 대한 배려가 어려우면, 남을 배려해야 한다. 내 주변의 사람들이 힘들어하지 않도록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배려는 나와 주변의 생명을 행복하게 하는 것임을 축제를 통해서 깨닫게 된다.

행사장 조형물

▲ 행사장 조형물

 
태안국화축제에서 가을 국화의 향기가 코끝을 시리게 한다. 축제의 밤에 이태원 하늘에서 별이 된 영혼들, 그들이 반짝이는 하늘도 우리들의 하늘이다. 오늘 밤에도 차가운 가을바람이 별에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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