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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성 편향 : 나쁜 기억이 힘이 센 이유

내포칼럼-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2022.10.04(화) 13:47:37도정신문(deun127@korea.kr)

부정성 편향 : 나쁜 기억이 힘이 센 이유 사진


기억이 가진 힘의 크기 달라
나쁜 기억에 주목하도록 진화
생존과 위험에 대한 정보 제공

나쁜 기억에 휘둘려선 안 돼
좋은 기억 보듬어야 행복해져
새로움과 마주할 용기로 성장


우리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모든 기억이 동일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억이 가진 힘의 크기는 모두 다르다. 어떤 기억들은 존재감이 없지만, 어떤 기억들은 힘이 세다. 

힘센 기억들 중 하나는 첫 번째 기억이다. 사람들은 첫 번째 기억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아기가 처음으로 엄마, 아빠라고 말하기 시작한 순간에 대한 기억에서부터 우리가 태어나서 첫 번째로 사랑에 빠진 사람에 대한 기억까지. 

우리가 첫인상이라고 말하는 것도 바로 첫 기억을 토대로 한다. 그리고 첫 번째 기억은 이후에 들어오는 새로운 기억들을 각색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첫 기억이 좋으면, 이후의 기억들은 환하게 각색되고, 첫 기억이 나쁘면 이후의 기억들도 어둡게 변한다.

마지막 기억도 힘이 세다. 상대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상대에 대한 최신 기억이다. 가장 따끈따끈하다. 가장 최근에 배달되었기 때문에 기억의 창고에서 가장 쉽게 꺼낼 수 있는 곳에 놓여있다. 그래서 마지막 기억은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억이기도 하다. 

기억들 중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바로 나쁜 기억이다. 첫 번째 기억과 마지막 기억의 힘은 시간의 순서에서 나온다.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기억인지, 아니면 가장 최신의 기억인지에 따라 기억이 우리에게 발휘하는 힘의 크기가 결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쁜 기억의 힘은 그 내용에서 나온다. 

만약 우리가 어떤 대상을 평가할 때, 그 대상에 대한 나쁜 기억과 좋은 기억에 동일한 가중치를 두고 평가한다면, 대상에 대한 최종 평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억들의 단순 평균이 될 것이다. 어떤 사람에 대해 나쁜 기억과 좋은 기억이 하나씩 있다면,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중간 정도여야 한다. -3만큼 나쁜 기억과 +3만큼 좋은 기억이 있다면, 최종 평가는 0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에 더 큰 가중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실제 최종 평가는 0이 아니라, -1 또는 -2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 나쁜 기억과 좋은 기억을 하나씩 안겨준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고 나쁜 사람인 것이다. 이러한 판단 경향을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라고 한다. 

사람들은 나쁜 기억에 주목하도록 진화했다. 나쁜 기억이 우리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쁜 기억은 위험에 대한 정보이다. 뜨거운 물에 손이 데었던 나쁜 기억을 잊지 않고 있어야, 뜨거운 물은 정말 위험한 것이라고 기억하고 있어야, 미래에 다시 손을 델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우리를 아프고 힘들게 만들었던 사람에 대한 기억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주었던 상처를 잊지 말아야 다시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나쁜 기억은 우리로 하여금 위험을 회피하고, 안전한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하지만 문제는 진화의 과정에서 나쁜 기억의 힘이 과도하게 세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아무리 좋은 기억이 많은 관계도 사소한 몇 개의 나쁜 기억 때문에 휘청거릴 수 있는 것이다. 

부정성 편향은 우리를 조금이라도 아프게 한 상대를 용서할 수 없게 만든다. 특히, 나쁜 기억의 분노가 폭발해서 좋은 기억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숨어버리는 순간에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매우 편파적일 가능성이 높다.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그 결과, 시간이 흘러 분노가 조금 사그라지고, 숨죽이고 있던 좋은 기억들이 그 모습을 조금 드러내면 자신의 결정이 매우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쁜 기억에 휘둘린 의사결정은 후회를 동반한다. 

인생은 나쁜 것만 피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좋은 기억을 보듬고 가야 인생이 풍요롭고 행복해진다. 좋은 기억은 우리에게 새로움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우리는 새로움에 다가갈 수 있어야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쁜 기억은 우리를 경계하게 만들고, 좋은 기억은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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