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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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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영위하라!

내포문화숲길, 마음으로 걷다- 원효깨달음길 8-1코스

2022.10.04(화) 09:37:01도정신문(deun127@korea.kr)

오랜만에 원효깨달음길 8-1코스에 있는 안국사지를 방문했습니다. 안국사지를 감싸고 있는 은봉산 봉우리를 한 바퀴 돌아 보며 다가오는 가을을 만끽했습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다시 안국사지에 돌아와 석불입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제 앞에 있는 석불입상 중 본존불은 네모진 돌로 된 보관을 쓰고 있어 안국미륵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누군가 다가올 미래를 염려하며 미륵불을 조성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미륵불에게 기도했을 겁니다.

저도 그 누군가처럼 미륵불에게 기도하려다가 불교 화두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석가와 미륵도 오히려 그의 노예이다. 말해보라. 그는 누구인가?”란 화두입니다. 이 이야기의 ‘그’는 ‘나’입니다. 이 화두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전 단순히 ‘시간’으로 해석해 보았습니다. 과거 석가, 미래 미륵, 현재 나로. 과거나 미래는 단지 우리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기억하는 능력이 없다면 과거란 존재할 수 없고, 기대하는 능력이 없다면 미래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우리들은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지”와 같이 과거나 미래의 삶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석가와 미래의 미륵도 지금 나의 관념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앞에 바라보이는 미륵불에게 기도한다는 것은 돌덩어리 조각을 숭배한다는 것이겠죠. 

불교의 핵심은 치열한 노력으로 스스로 부처가 되는 것, 즉 삶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니 돌덩어리 조각에 기도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지금 이 순간 기도하고 싶습니다. 수많은 불교 신자들이 삶이 고단하여 미륵불을 울부짖으며 불렀던 것처럼 말입니다. 언젠가 이 세상에 극정정토가 이루어지면, 인간 세계에 다시 내려온다고 믿어졌던 부처였으니까요. 

머리의 이성보다 마음의 목소리를 따르고자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미래의 염려인 가족의 건강을 기도합니다. 이를 통해 현재를 영위합니다. 이를 통해 석가와 미륵으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삶의 주인공이 된 것 아닐까요. 아마 돌덩어리인 미륵불은 오만하고 거만한 저에게 절을 할 수 없을 테지만, 마음속에선 맞절하고 있을 겁니다. 자비의 마음을 품고서 말입니다.
/이경복 충남역사문화연구원 내포문화진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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