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 유적지를 찾아서
2022.09.23(금) 23:05:01오르페우스(poet314@naver.com)
오늘은 공주시의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 유적지를 찾았습니다. 조선시대에 천주교인을 처형한 대표적인 순교 성지인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 유적지는 성 김대건 신부의 외조부인 이존창(세례명 루도비코 곤자가)이 참수된 곳으로 순교탑, 무덤 경당, 십자가 언덕, 부활성당, 묵주 기도 길 등 참배할 곳이 많습니다.
공주시 공산성에서 무령왕릉 방향으로 왕릉로를 따라가다 보면 제민천이 나옵니다. 공주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제민천과 공주중학교 사이에 작은 언덕이 보이는데요. 그곳이 바로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 유적지입니다.
계단을 밟고 올라가니 커다란 바위를 뚫어서 만든 돌문이 나옵니다. 이곳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 유적지가 펼쳐지는데요. 돌문은 마치 예수님이 처형 당한 골고다 언덕의 돌무덤 같다는 생각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알리는 돌무덤, 그 너머로 들어서는 마음이 저절로 숙연해집니다.
예수님의 제자였던 12 사도를 상징하는 빛돌입니다. 높낮이와 크기가 각기 다른 12개의 빛돌을 마주하는 일은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을 생각하게 하는 동시에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 유적지의 주인공들인 248명의 순교자를 마주하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12 빛돌을 지나 순교탑에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이면서도 탕자처럼 현대를 살아가기에 더욱 기도하는 시간이 간절했는데요. 저와 같은 분이라면 이곳 순교탑의 기도처는 응답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되어줄 것입니다.
순교자 248명의 이름이 새겨진 무덤 경단은 내부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예수님의 무덤처럼 죽음을 통해 삶을 증명하는 248명의 순교자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순교자의 이름을 나직이 불러보는 일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우리네 이웃 같은 이름들, 믿음 하나만으로 죽음을 선택한 248명의 이름을 모두 불러 줄 수 없었지만 그중에 몇은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될 것만 같습니다.
12 빛돌, 순교탑, 무덤 경단을 지나 십자가 언덕과 부활성당을 보러 갑니다. 조급한 발길을 달래며 최대한 천천히, 천천히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십자가 언덕에 도착하자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과 십자가에서 내려온 부활의 예수님이 맞아 줍니다. 마치 떠돌던 탕자를 반갑게 맞아주는 아버지처럼 말이죠. 십자가 언덕에 올라서니 누가복음의 탕자 비유를 제대로 알 것만 같았는데요. 여러분도 예수님의 못 박힌 손을 잡아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부활성당의 내부를 보는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여러 차례 단념해야 했습니다. 코로나19에 의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내부의 관람도 자유롭게 되었는데요. 저는 그만 마리아상에 정신이 팔려서 부활성당에 들어서는 것을 이번에도 깜박하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 유적지의 부활성당 앞에서 섰는 마리아상은 가장 동양적인 모습이어서 찾을 때마다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입니다.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 유적지의 광장에는 순교자의 이름이 새겨진 12개의 비석이 있습니다. 순교자는 세례명으로, 또 누군가는 아내나 딸, 며느리, 손자로 이름을 남겼는데요. 무덤 경단에서와 마찬가지로 순교자의 이름과 마주하는 일은 마음을 울컥이게 했습니다.
공주시의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 유적지는 묵주 기도 길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발걸음을 되돌렸습니다. 2022년 10월 1일부터 10월 10일까지 68회를 맞는 백제문화제가 공주시와 부여군에서 펼쳐지는데요. 한류의 원조인 백제의 빛과 향을 즐기기 위해 공주시를 찾게 된다면 꼭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 유적지도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천주교인이 아니더라도 큰 울림을 선사할 것입니다.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 유적지: 충남 공주시 왕릉로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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