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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46용사 추모비를 어루만지며

윤성희의 만감(萬感)

2022.09.08(목) 11:08:32도정신문(deun127@korea.kr)

천안함46용사 추모비

▲ 천안함46용사 추모비



2010년 3월 26일의 백령도 저녁바다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파도는 잔잔했지만 바닷바람은 여전히 냉기를 품고 있었다. 그날의 평균 기온은 2.6℃였고 박무가 낀 날씨였다. 음력으로는 2월 11일, 반달을 한참 지난 달이 보름을 향해 차오르고 있었다.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한창이었지만 세상은 모두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해군 초계함인 ‘PCC-772 천안’(1200톤급)의 선실 안에서, 불침번 근무를 마친 누군가는 막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고, 누군가는 결혼식을 두 달 앞둔 연인을 생각하며 달콤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그때 백령도 남서쪽 1.8㎞ 지점을 순찰하던 천안함의 선미에서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났다. 배는 두 동강이 났고 탑승했던 승조원 104명은 침몰하는 배와 함께 물속에 가라앉았다. 

청천벽력이란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일 것. 온 나라가 느닷없는 속보에 경악했다. 다행히 침몰하던 승조원 58명은 구조되었지만 나머지 46명은 끝내 조국 땅을 밟지 못했다. 다시 떠올리기에도 가슴이 벌렁거리는 ‘천안함 피격 사건’.

‘보수는 이용하고 진보는 외면한다’는 말이 들리지만 이 사건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비극을 한순간에 관통하는 조명탄이었다. ‘천안’이라는 작명의 인연으로 천안시는 1990년부터 천안함과 결연을 맺고 우호를 다져오던 터였다. 이 비극을 어떻게 해석하고 추모할지 고민하던 시민들과 천안시에서는 이듬해 천안보훈공원에 천안함 46용사 추모비와 천안함 모형을 건립했다.

나는 그때 천안시의 요청을 받아 ‘마흔 여섯 이름을 호명하며’라는 제목의 추모시를 토해냈다. “믿을 수 없구나, 2010년의 3월을/온몸의 피톨이 경련을 일으키던/그 통곡의 바다를 정녕 잊을 수 없구나//짧디 짧은 추억, 채우지 못한 청춘의 잔/그대들을 지켜주지 못해 죄스러운 조국까지 끌어안고/서해바다 고립무원의 해저에서 몸부림쳤지//그래 잊지 말아야지, 눈물 젖은 가슴에 새겨야지/마흔여섯 슬픈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할 때마다/그대들은 끝내 살아남을 바다의 전사, 나라의 아들”
/윤성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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