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지치고 장맛비에 휩쓸고간 농경지여!
침수된 가옥, 논과 밭 물에 잠기어 울고만 싶은 서산 사람입니다.
2022.07.02(토) 01:04:06김기숙(tosuk48@hanmail.net)
악몽 같았던 30일 일 열 시 반.
밤새 천둥 번개가 치자 전기가 나갔습니다. 아무 준비도 없이 어둠 속에서 핸드폰으로 간신히 손전등을 찾아 한전에 전기 고장 신고를 했습니다. 비는 어둠 속을 뚫고 계속 주룩주룩 내립니다. 늦은 밤에 전화를 받으려나 하고 반신반의하면서 '전기가 나갔다'고 고장 신고를 했습니다. 얼마나 반가운지 고맙습니다.
우선 차단기를 확인하라고 한다. 차단기를 확인하는 동안 전깃불이 번쩍한다. 얼마나 환하던지 그렇게 환한 전깃불은 처음이다. 그런데 전깃불이 아니고 번갯불이었다.
"차단기가 움직이지 않아요."하니까 내부에서 고장이라고 내일 전문가 데려다 고치라고 한다. 냉장고가 제일 문제다. 날이 밝기를 기다리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전기를 집에서 고쳤습니다.
아침에 비는 그쳤지만, 집 둘레는 밭에 토사가 내려와 길을 막아 놓고 밭곡식들이 흙으로 이불을 덮었다. TV에서는 서산과 당진에 비가 많이 왔다고 뉴스에 나온다.
1일 오후에 간간히 가랑비를 맞으며 동구 밖과 동네 구경을 하러 나갔다. 국지성 폭우에 차마 눈 뜨고는 못 보겠다. 누구네 할 것 없이 다 농경지가 물에 잠기거나 휩쓸고 지나갔다. 가뭄에 길러놓은 어린 새싹들이 안타깝고, 피 땀 흘려 일한 농부들이 불쌍하다. 이제는 곡식 나무들도 늦어서 다시 키울 수 없는 상태이다. 이대로 남은 것만 길러 먹는다고 해도 농경지에 묻힌 흙은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
농부들 힘 다 빠집니다.
동네 안길인데 보이는 집 뒤에서 석축을 쌓지 않아서 무너져 내려 길을 막아 급한 대로 길을 만든다.
밭이 물이 잠기고 앞집 가는 길, 나무뿌리와 토사가 길을 막아 세 명의 이웃 주민이 서로가 네 탓이라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가물어서 간신히 모내기한 지 삼일 만에 모가 물에 잠기었다.
어찌 된 일인지 아직도 모내기를 못 하고 있어 손으로 모내기해야 할 판이다.
저수지 수문은 열려있고 저수지 둑이 반쯤 무너져 있다. 완전히 무너졌으면 동네는 물 바다가 될 뻔했다. 아슬아슬한 장면 논은 엉망이고 또 장마가 오기 전에 빨리 복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냇가에 물이 넘쳐 어디서부터 고쳐서 쌀밥을 먹을 것인가. 가을에 벼를 베어야 원상 복구를 하게 된다는 말도 나도는데...
저수지 수로가 넘쳐 옆의 논으로 토사가 덮쳤다.
콩 심은 밭인데 구십이 넘은 할머니는 지팡이 짚고 밤에 나와 밭 떠내려간다고 울었다고 하면서 아침 여섯 시 우리 집에 전화해 빨리 와보라고 하신다.
마늘 심을 밭인데 토사와 물이 한데 어우러져 물이 고여 있어 주인은 쪼개 놓은 마늘이 썩어간다고 울상이다.
▲서산시 운산면에 침수된 농가를 봉사자들이 짐을 꺼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