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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도덕성’을 주장한 외암 선생

내포칼럼-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2021.12.05(일) 22:47:03도정신문(scottju@korea.kr)

‘동물의 도덕성’을 주장한 외암 선생 사진


조선의 ‘강문팔학사’ 외암 이간
관직 사양하고 평생 학문에 전념
남당 한원진과 이어간 ‘호락논쟁’
 
“사람·동물 모두 도덕성을 지니며
본질이 선해 기질 차이가 없다”며
본성 합리성 강조한 그의 ‘주리론’
200년 이어지며 후대사상에 영향

이간(李柬, 1677~1727)은 5대조 때부터 충남 아산의 외암마을에 세거했다. 아버지 이태정은 군수였는데, 그는 큰아버지 이태형에게 입양됐다. 열 살 때 서울에 올라가 수년 동안 학문에 종사했다. 다시 낙향했다가 30세에 재차 상경해 농암 김창협, 삼연 김창흡 형제와 사귀었다.

32세 때는 청풍으로 수암 권상하를 찾아갔는데, 수암은 우암 송시열의 뒤를 이어 성리학의 종장(宗匠)으로이름이 높았다. 그 문하에서는 ‘강문팔학사(江門八學士)’로 불린 대학자가 8명이나 배출됐다. 이간도 그중의 하나였는데, 그들 선비는 과거에 미련을 두지 않고 평생 학문에 전념했다. 특히 이간은 학행(學行)으로 명성이 높아서 여러 차례 관직에 제수됐으나 모두 사양했다.

숙종 35년(1709), 이간은 동문이던 남당 한원진의 편지를 받고 매우 깊이 있는 학문적 논쟁을 시작했다. 그해 초여름, 보령의 한산사에서 두 사람이 서로 만나 상대의 견해를 상세히 물었다. 이후 둘 사이의 논쟁은 3년 동안 편지를 왕래하며 이어졌으나, 스승 권상하의 제지로 중단됐다. ‘강문팔학사’인 한원진, 이간, 윤봉구, 최징후, 성만징, 현상벽, 채지홍, 한홍조 등이 모두 그 논쟁에 끼어들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세상에서는 이를 두고 ‘호락(湖洛) 논쟁’이라고 하였다. 충청도(湖) 선비들은 대체로 한원진을 추종했고, 서울(洛) 선비들은 이간을 따랐다. 그런데 논쟁의 중심인물에 있던 이간과 한원진은 모두 충청도에 살고 있었으니,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다.

논쟁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인간과 동물의 본성이 같은지 다른지’를 둘러싼 것이요, 또 하나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아직 표현되지 않은 상태(미발(未發)·어떤 감정이 아직 생기지 않음)에서도 선악이 있는가’를 묻는 것이었다. 이간은 동물도 사람과 한가지로 도덕성을 가지며, 마음은 그 본질이 착하므로(純善) 기질의 차이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재, 박필주, 어유봉, 김창흡 등이 이 주장을 지지했다.

한원진의 생각은 달라서 도덕심은 인간에게만 있을 뿐이요, 감정이 아직 표현되지 않을 때라도 선악의 차이는 엄연하다고 봤다. 이에 윤봉구, 최징후, 채지홍 등이 공감했고, 스승 권상하도 찬동하는 것 같았다.

조금 더 따지고 보면 이간은 본성의 합리성을 강조하는 주리론(主理論)의 입장이었고, 한원진은 기질의 차이를 강조하는 주기론(主氣論)을 계승했다. 호락논쟁은 무려 200년 이상 계속됐는데, 양측 모두 선험적인 형이상학에 기울어 있었다. 그들은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하고 선배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듯했으나, 그래도 사상적인 이바지가 적지 않았다. 이간의 주장을 계승한 담헌 홍대용이 화이론(華夷論)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홍대용은 주리론을 바탕으로 문명과 오랑캐의 근본적 차이를 부정하고, 세상에는 중심과 주변을 가르는 근원적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이간은 영조 3년(1727)에 51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그는 생전에 광덕산 강당골에 관선재(觀善齋)를 짓고 강학에 몰두했다. 이곳은 훗날 외암서사(巍巖書社)로 불리다가 외암서원으로 바뀌었다. 그 후 흥선대원군이 서원 철폐령을 내리자 공주 마곡사에서 불상을 가져다가 강당사(講堂寺)라는 사찰이 됐다. 그 앞마당을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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