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여의 백제문화단지에 다녀왔습니다. 가족과 함께 떠나기에 좋은 가을 여행지를 물색하다가 '가을 = 고궁'으로 의견이 좁혀졌습니다. 아무래도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덕수궁 돌담길'과 '창덕궁 후원'의 풍경이 여행지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충청남도에 고궁이 있었던가요? 백제의 도읍지였던 공주와 부여에는 궁궐의 터만 남아 있을 뿐이어서 골똘하다가 백제의 고궁을 재현한 '백제문화단지'를 최종 목적지로 결정했습니다. 주변에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으니 가족 여행지로 부족함이 없을 듯했습니다.



표를 구입하고 정양문을 지나 천정전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저희 가족은 복원한 백제의 고궁이라서 그다지 기대가 크지 않은 듯했습니다. 그런데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모두 "규모가 대단하다, 완성도가 매우 높다, 볼거리가 많다, 정말 오기 잘 했다" 등등 감탄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백제문화단지'를 추천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백제의 왕실 사찰인 능사



38미터의 능사 5층 목탑은 '백제문화단지'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가족 여행의 가이드를 담당한 저는 백제금동대향로가 발견된 능산리고분군과 능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느라 바빴지만 정작 가족들은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관광지의 만족도는 촬영한 사진의 분량이 결정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황후의 품격>도 이곳 백제문화단지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배우 장나라의 팬인 우리 가족은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드라마의 장면을 떠돌리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부여의 백제문화단지를 제대로 구경하려면 하루 반나절은 족히 걸어야 합니다. 노부모와 어린아이들을 동반할 경우 만만치 않은 일정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백제문화단지의 규모 앞에서 주눅 들지 않아도 됩니다. 핵심 코스를 운행하는 '사비로 열차'와 30분~1시간 동안 자유롭게 운전하며 관람할 수 있는 '전기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고궁과 능사를 둘러본 후에 '생활문화 마을'로 향했습니다. 군관과 귀족 주택, 중류 가옥, 서민 가옥의 형태를 복원한 곳으로 전시품의 관람은 물론 전통 놀이와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곳입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백제문화단지는 워낙 완성도가 높아서 사립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곳에 사는 백제 시대의 사람이 반갑게 맞아줄 것만 같습니다.



백제문화단지가 백제의 고궁과 백성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라면 백제역사문화관은 백제문화단지의 조성과 관련된 이야기, 다양한 체험, 유물 등을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 같은 곳입니다.



1,400년 전 백제의 고궁을 복원한 과정을 한눈에 관람할 수 있는데 앞서 둘러본 백제문화단지의 건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차게 전시해 둬서 좋았습니다.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잊혀 가던 백제의 역사와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백제문화역사관은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볼거리가 전시되어 있고, 박물관의 유물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할 다양한 캐릭터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19를 준비하는 요즘 가을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족과 함께 다녀온 '백제문화단지'는 여행의 즐거움과 함께 체험거리도 다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자검정시험을 준비하는 조카에게 가훈을 써주는 체험장에서 마음에 드는 가훈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믿고 사랑하고 인내하면 화목해진다."라는 뜻의 <신애인화>를 고르는 솜씨를 칭찬하며 즐거운 가을 가족 여행을 마쳤습니다.


백제문화단지: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55
관람 안내: 평일 09:00 ~ 17:00 (하절기 11월 ~ 2월)
매주 월요일 휴관(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는 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