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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의, 안녕하세요?

섬마을 중학교의 모놀로그(monologue)

2021.09.07(화) 11:40:44나드리(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수평선 끝에서 하늘이 열리고, 나의 눈앞에 펼쳐진 아득한 거리감 끝에는 수평선이 바다에 잠겨있다. 바다 속에서 파랑새가 수평선을 뚫고 하늘로 날아오를 듯 한 막연함을 이끌고 밀려드는 파도는 파란 하늘색으로 하나가 된다.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의 시작은 수평선 너머에 있고, 끝을 알 수 없는 하늘은 수평선에 기대어 솜사탕 같은 구름과 노닐고 있다. 태초에도 바다와 하늘은 서로 마주 보면서 바다는 수증기를 하늘에 올려주고, 하늘은 바다에게 비를 내려주며 교감하고 있었다.

원산도 해수욕장에서 바라 본 수평선

▲ 원산도 해수욕장에서 바라 본 수평선


꿈틀거리는 생명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와 땅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생명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면서 바다는 생명의 원천으로 보호 받지 못하고 인류 문명의 이기적인 수단으로 변하였다.
바다의 생명들은 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겪으면서 사라지고 있다.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는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8%를 차지하는 광활한 면적이다. 인간이 알고 있는 바다는 몇 퍼센트일까? 아니 인간이 알아야 할 바다의 소중함은 몇 퍼센트일까. 이 광활한 생명의 보물 창고가 인간의 이기주의로 쓰레기장이 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원산도 주민들이 주변에서 모아 놓은 소록도 쓰레기장

▲ 원산도 주민들이 주변에서 모아 놓은 소록도 쓰레기장


광활한 서해바다에서 밀려드는 바닷물과 고요한 천수만의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섬이 하나 있다. 행정구역으로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리'라고 불리는 원산도이다.
지금부터 6년 전 2015년 3월, 바다는 차갑고 물보라를 일으키는 파도 위를 건너오는 바람은 더더욱 차갑게 느껴져 원산도의 풍경은 아직 겨울이었다. 점촌마을의 언덕에 자리 잡은 학교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종종걸음으로 향하는 어른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차가운 날씨 탓인지 어둡기만 하다.

원산안면대교에서 바라 본 원산도 점촌항이 멀리 보인다.

▲ 원산안면대교에서 바라 본 원산도 점촌항이 멀리 보인다.


2015년 3월 2일 원산도리 원의중학교(교장 정찬웅)에서 입학식이 있는 날이다. 오전 10시 강당에서 신입생 2명(남1명, 여1명)과 학부모,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입학식을 가졌다.
교무부장의 개식사를 시작으로 국민의례, 학교장 말씀, 신입생 선서, 신입생과 재학생 인사, 폐식사 순으로 진행됐다.
신입생 대표 선서에서 '원의중 학생이 됨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규칙과 질서를 지키는 성실한 학생이 되겠다.'고 선서했다.
원의중학교 입학식은 이날 2명의 신입생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입학식을 갖지 못했다. 다음 해인 2016년 2월에 4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1965년 개교한 지 51년 만에 '폐교'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원의중학교 정문에 부착 된 보령시청 공고문

▲ 원의중학교 정문에 부착 된 보령시청 공고문


원산도의 원의중학교는 충남의 섬 마을 중 유일하게 중학교가 있었던 곳이다. 51년의 역사만큼 지역민들에게는 자랑이었고 근현대사를 함께 한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배움의 터전이었다.
주변의 효자도와 장고도 그리고 고대도 섬 마을의 학생들이 모두 이곳에서 중학교를 다녔었다. 그래서 1980년 대 전성기 때에는 학생 숫자가 200명이 넘었다.
그 후에 인구가 점차 줄어들더니 2009년에는 학생이 9명이고 교사와 직원들은 12명이 되어 학생보다 직원 숫자가 많게 되었다.

폐교된 원의중학교 외부 모습

▲ 폐교된 원의중학교 외부 모습

쓸만한 원의중학교 집기류들이 어지럽게 너부러져 있다

▲ 쓸만한 원의중학교 집기류들이 어지럽게 너부러져 있다.


원산도는 주변에 갯벌과 해식애가 잘 발달되어 해조류가 잘 자라나는 곳이다. 해조류 중 붉은 홍조류는 김, 우뭇가사리, 꼬시래기 등이 있으며, 녹조류는 파래와 청각, 매생이 등이 있다.
갯벌에서는 바지락과 낚지 등이 풍부해서 원산도 주민들의 소득원이 되었다. 원산도 동쪽은 천수만과 마주하는 곳이어서 파도가 높지 않고 물고기가 풍부해서 저두항, 선촌항, 초전항이 생성되었고 어촌으로 발전되었다.
봄에는 실치와 까나리를 잡고, 가을에는 멸치를 잡는 어민들은 겨울에는 김 양식을 하면서 부유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원의중학교에서 바라 본 점촌마을의 소방서

▲ 원의중학교에서 바라 본 점촌마을의 소방서


중학교가 폐교된 원산도 점촌마을에는 광명초등학교가 있다. 광명초등학교 전교생은 여자 아이들이 16명, 남자 아이들이 5명으로 총 21명이다.
여기에 유치원 아이들 4명을 합쳐도 25명이 전부이다. 다행인 것은 '원산안면대교'와 '보령해저터널'의 개통을 앞두고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원산도는 오천면에서 가장 큰 섬이며, 533가구에 1,074명의 인구를 가진 섬이다. 오천면의 행정구역은 16개 유인도와 67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체 인구가 1,606 가구의 3,107명이다.
여객선을 타면 원산도에서 오천항은 30분, 대천항은 20분이 걸린다.

폐교된 원의중학교 복도

▲ 폐교된 원의중학교 복도


우리 인류는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변화를 시간으로 표현한다. 공간의 변화는 우주의 생명력과 같아서 시시각각 다르게 진행되고,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무궁무진한 우주의 변화를 인간의 편향된 지식으로 구분 짓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편리주의를 추구하는 이기적인 문명은 기계 공학적인 물건들로 과학의 발전을 이루었지만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퇴화시키고 있다. 시간에 대한 명확성 있는 논리적 이론으로 만든 것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삼등분 한 것이다.

멀리서 바라 본 원의중학교가 시간 속에 묻히고 있다

▲ 멀리서 바라 본 원의중학교가 시간 속에 묻히고 있다


시간에 대한 개념은 항상 현재를 기준으로 진행되어 왔다. 오래된 과거는 기억할 수 없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라는 시간은 살아있는 생명들의 기준점에서 과거를 기억하거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우리들은 '인류 사회의 발전과 관련된 의미 있는 사실'들에 대한 인식을 '역사'라고 부르며 연구하며 공부하고 있다.
그것은 과거는 지나간 시간이지만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 올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간의 윤회(輪廻)는 과거로부터 파멸(破滅)과 창조를 거듭하면서 인간들을 진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운동장에는 풀들이 돋아나고 있다

▲ 테니스 장 옆 아이들이 뛰어놀던 운동장에는 풀들이 돋아나고 있다.


원산도 원의중학교 앞에 이색적인 기념비가 눈에 들어온다. 이 기념비는 귀츨라프연구회가 2019년 12월에 세웠다고 한다.
기념비의 주인공 칼 퀴츨라프칼 귀츨라프(Karl G?tzlaff, 1803-1851)로 독일에서 태어났다. 그는 영국 런던 선교회의 파송을 받고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중 로드 암허스트호를 타고 1832년 7월에 조선으로 건너와 원산도에 정박하였다.
칼 귀츨라프는 사람들에게 한문성경을 나누어주고 성경의 '주기도문'을 한문으로 써주고 그것을 한글로 번역할 정도로 한글을 사랑했다.

칼 퀴츨라프 기념비

▲ 칼 퀴츨라프 기념비

기념비 하단에 건립경위가 적혀있다

▲ 기념비 하단에 건립경위가 적혀있다


조선시대 원산도 고관의 비서인 청년 ‘양이’를 만나 한글을 배우더니 “한글 특성의 구성이 매우 간단하지만 동시에 매우 독창적이며 표현력이 풍부한 말”이라고 극찬하며 최초로 한글을 서양에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보령시 중앙로에 위치한 귀츨라프한글문화원에서는 2020년 부터 '제1회 전국 칼 귀츨라프 한글 백일장'을 열고 우리글을 사용하는 청소년들의 문학적 소질을 개발하고, 외국인의 한글 습득을 독려하고 있다.
한글을 사랑하고 한글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앞장 선 칼 귀츨라프의 정신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생각 속에서 다시 한 번 깨어나기를 기대한다.

제 1회 칼 퀴츨라프 한글 백일장 공고

▲ 제 1회 칼 퀴츨라프 한글 백일장 공고

교를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폐교를 단행할 때는 후속처리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성을 꽃 피우는 배움의 터전에 페인트로 낙서를 하고, 유리창은 깨지고 집기류들은 이곳저곳에서 흉물스럽게 너부러져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면서 미래를 꿈꾸던 원의중학교는 바람에 소스라치는 유리창과 무질서하게 흔들리는 풍경들로 공포스러운 장소로 변하였다.
어디 원산도의 원이중학교 뿐이겠는가. 고령화 시대를 넘어서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을 겪고 있다.
아이들이 사라져 가고 있는 마을에는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학교가 사라지는 마을에는 빈 집들이 늘어나고 결국은 마을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농
촌의 마을들이 사라지면서 소멸되어가는 지방자치단체가 생겨나고, 결국은 경제가 무너지면서 국가 운영이 위태롭게 되는 것이다.

어지럽게 펼쳐진 교실 모습이 안타깝다

▲ 낙서와 어지럽게 펼쳐진 교실 모습이 안타깝다


원이중학교 어느 교실에서 본 '아버지 뭐하시노'란 낙서가 마음에 와닿는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뭐하고 있는가? 한반도를 넘어 만주와 시베리아까지 호령하던 선조들의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사라지고,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38선으로 갈라진 작은 땅에서 시끄럽게 ‘개굴개굴’거리고 있다. 돈을 핑계 삼아 결혼하기 싫고, 아이 낳기 싫다는 이유로 혼자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아버지가 되어야 할 사람들은 뭐하고 있을까. 확증편향된 논리로 시끄럽게 떠드는 세상에서 초라하고 흉물스럽게 변해가는 원이중학교는 말이 없다.

원산도 저두항에서 바라 본 보령화력발전소

▲ 원산도 저두항에서 바라 본 보령화력발전소


가족을 이루지 못하는 인간의 자아는 사회성을 잃고 자존감마저 무력해져 갈 수밖에 없다. 자존감을 상실한 인격은 무질서하게 흔들리고,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겪게 되어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무엇인가를 해야 할 아버지들이 대인기피증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되고, 온라인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관종(關種)으로 변해가는 것은 인구절벽과 맞물리는 또 하나의 비극이다. 결혼과 출산으로 종족번식의 의무를 부여받은 이 시대의 아버지들에게 폐교가 된 원이중학교 어느 교실이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 뭐하시노’

폐교된 원이중학교 교실에서 발견한 '아버지 뭐하시노' 낙서가 슬프다

▲ 폐교된 원이중학교 교실에서 발견한 '아버지 뭐하시노' 낙서가 슬프다



충남 화이팅 !! 원산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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