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전체기사

전체기사

충남넷 미디어 > 소통 > 전체기사

상서로운 땅, 서산

봄의 눈으로 바라보는 서산시청의 풍경

2021.04.02(금) 23:33:56나드리(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느낌이 좋은 명사(名詞)가 있다. '엄마', '사랑', '은혜'라는 이름에는 감사함과 존경심을 더해 숭고함이 느껴진다.

그 어떤 이름도 의미가 부여된다면 우리는 그 의미를 찾아 한 번 쯤 생각하게 된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한 발자국을 내딛는 순간에도 눈 앞이나 발 아래에는 다양한 의미를 지닌 이름들이 무던하게 놓여져 있다.

총총거리는 아이의 발걸음과 껑충껑충 걷는 엄마의 발걸음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봄이기 때문일까?

감정에도 다양한 이름들이 있다. 기쁨, 분노, 사랑, 즐거움, 존경..... 등 우리들의 사용하는 명사형 단어들은 셀 수가 없다.

다양한 이름들이 공존하는 이 세상에서 느낌이 좋은 이름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시민들의 휴식을 위한 서산시청 앞 공원 모습

▲ 시민들의 휴식을 위한 서산시청 앞 공원 모습


아무 생각 없이 몇 번을 왕래했던 곳인데도 유난히 자신에게 꼬치꼬치 캐어 묻는 날이 있다.

황토 흙을 뚫고 나오는 '쑥'처럼, 겨울에 갇힌 감정들이 불쑥불쑥 나의 뇌리에서 돋아나는 것은, 땅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일까.

서산시내를 들어서면서 부터 무언가에 집착하던 나의 감정이 외동헌 서령관 앞에서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산시청이 주는 봄 풍경들은 너무나 새롭고 평화로운 모습이다.

서산시청의 모습

▲ 서산시청의 모습


서산(瑞山)이란 지명은 '상서로운 산'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서산의 주산인 부춘산에 옥녀봉이 있는데 '선녀가 산다는 선경'을 의미한다.

서산의 터전이 된 옥녀봉은 예로부터 유택길지의 명당으로 여겨졌으며 이 자리에 묘를 쓰면 입신양명하여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전해왔다.

1900년대 초반 서산에 갑자기 전염병이 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주민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갖고 옥녀봉을 확인하니 누군가 명당자리에 묘를 썼음을 발견하였다.

주민들이 암매장한 무덤을 파내 옮기자 전염병이 사라졌다고 한다.

지금도 주민들은 옥녀봉에 묘를 쓰지 않는다.

사람들은 옥녀봉에 묘를 쓰면 개인은 잘 될지 모르지만 서산 주민 모두에게 화가 미친다고 믿고 있어서 서로 경계하였다고 전해진다.

왕버들나무의 몸체에서 역사의 흔적들이 엿보인다

▲ 왕버들나무의 몸체에서 역사의 흔적들이 엿보인다


서산은 신라 진성여왕 7년(894년)에 ‘부성군’이라고 명하고, 태수로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이 부임했다.

고려 충렬왕 13년(1284년)에 이르러 처음으로 '서산군'으로 이름이 바뀐다. 그리고 1989년에 서산시로 승격하고 지금은 인구 17만9603명의 대 도시가 되었다.

옛 추억의 감성이 묻어나는 공중전화 부스가 예쁘다

▲ 옛 추억의 감성이 묻어나는 공중전화 부스가 예쁘다


서산시청 입구에 있는 로터리를 건너면 빨간색의 전화박스가 보인다.

시민들의 휴식공간이면서 다양한 행사를 병행하는 공원으로 멋스러움과 역사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전화박스 안에 수화기를 들어보니 신호음이 들린다.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각 종 지명 유래 비석들이 시청 앞, 길 옆에 놓여있다

▲ 각 종 지명 유래 비석들이 시청 앞, 길 옆에 놓여있다.


시청입구를 걸어가다 보니 비석들이 길 옆에 늘어서있다. 서산에 관련 된 지명의 유래를 적은 비석들이었다.

'상서로움'을 느끼게 하는 연당비를 천천히 읽어보니 내용이 재미있다. 조선시대에 지어진 연당의 아름다운 모습이 '연당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연당비에 적힌 소개 글

▲ 연당비에 적힌 소개 글
 

「연당비에 적힌 글 옮김」

“조선조 선조 3년(서기 1576년)에 이봉이란 군수가 당을 세우고 지은 이름인데 이곳에는 옛부터 연못이 있으되 자연히 퇴적되어 메워져서 풀만 무성한 지라(연못 크기 폭 30척, 길이 70척) 이를 수축함은 물론 연을 심고 연못 위에 당을 지어 연당이란 현판을 붙였다.
사람들이 이 당에 올라 창문을 열고 보면 바람과 연꽃의 향기가 당안에 가득하여 옷깃에 스며들었다. 아침 연기가 솟아 오를 때와 휘황찬 저녁 달빛속에서 흰 물새와 시냇물에 사는 오리 들, 따오기가 날아들어 연못 속 물고기를 탐냄은 물론이고 새들이 연잎 사이사이에서 숨박꼭질도 하며 연못 위에 떠다니는 광경은 한 폭의 그림이라.
눈빛과 같이 흰 깃과 알록달록한 털빛이 은연히 연잎 사이로 빛나니 어찌 이것을 칭찬하지 아니하리. 사람마다 이곳에서 티끌과 같은 온갖 번뇌를 해탈하는 절경이더라.(호산록)“

수령이 300년이 훨씬 넘은 왕버들나무

▲ 수령이 300년이 훨씬 넘은 왕버들나무 

왕버들 나무 비

▲ 왕버들나무 비


서산시청 입구와 연당비 사이에는 300년 이상의 세월을 살아온 터줏대감 ‘왕버들나무’가 지지대에 의지한 채 시간의 벽에 기대어 있었다.

서산시민들이 보호하는 '보호수'라기 보다는 서산시민들의 안녕을 지켜주는 '보호수'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습이다.

인간들의 집단 이기주의와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역사의 고목들을 마구 베어버리는 세상에서, 시민들은 나무를 지키고 나무는 시민들을 지켜주는 모습은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소중한 장면이다.

관아문에 '서령군문'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 관아문에 '서령군문'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왕버들나무 건너편에는 1867년(고종 4년)에 당시 서산군수로 있던 오병선이 건립한 '관아문'이 보인다.

관아문의 정면을 보면 '서령군문'이라고 적힌 현판이 보이는데, 예전에는 '풍악루'라고도 불렀다.

선조들의 건축예술은 봄이 만들어내는 자연예술과 닮아있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보면 볼수록 새로운 매력이 넘쳐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지게 된다.

관아문 안내 표지

▲ 관아문 안내 표지


 서산시민들의 심성은 상서로운 땅의 기운을 받아서 그런지, 용맹스럽고 대의명분을 중요시한다.

1592년(선조 26년) 17세의 나이로 광주 목사인 권율을 도왔던 조선의 명장 '정충신 장군', ‘몽유도원도’로 유명한 조선시대의 유명한 화가 '안견'.

고종 24년 과거에 급제하여 예조 참의와 부승지를 역임하다 국운이 다하는 것을 보고 회의를 느껴 낙향하여, 1926년 한문판 '서산군지'를 발간한 '김병년'을 보면, 옳은 일을 실천하기 주저하지 않았던 청렴결백(淸廉潔白)한 선비였다.

서산시청 안에 있는 외동헌의 서령관 모습

▲ 서산시청 안에 있는 외동헌의 서령관 모습


관아문 넘어 '외동헌'이 있다. 이곳에서는 행정업무를 보던 곳인데 사또가 있었던 동헌이라고 보면 된다.

아름답게 꾸며진 외동헌은 '서령관'이라는 현판을 달고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모양으로 뒤뜰에 하얀 목련꽃을 피우고 자리 잡은 외동헌에서 '네 이놈, 네 죄를 네가 알렸다!'하는 사또의 호령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외동헌 뒤뜰에 목련꽃이 피었다

▲ 외동헌 뒤뜰에 목련꽃이 피었다.


 
관아문 앞에는 수령이 400년 넘은 느티나무가 버티고 있다.

느티나무의 당당함에 밀려드는 봄기운이 주눅이 들은 듯, 수 백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느티나무 가지는 썰렁해 보인다.

외동헌 뒤뜰의 하얀 목련꽃과 비교가 되지만, 우직한 세월에서 느껴지는 느티나무의 당당함이 좋다.

수령이 400년 이상 된 느티나무(서산시 보호수로 지정)

▲ 수령이 400년 이상 된 느티나무(서산시 보호수로 지정) 

느티나무 비

▲ 느티나무 비


 사실 서산시청은 본청과 2청사 그리고 상·하수도과가 따로 분리되어 있어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기에 불편하다.

시청을 이전하기 위해서 시민들과 협상을 했고,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는 듯 했으나 몇 년 동안 시청 이전에 관한 결정을 못하고 있다.

서산시의 발전을 위해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더 큰 타협을 이루어내서 21세기에 맞는 서산시 청사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지금의 서산시청은 국가와 서산시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공간이기에 더욱 더 조심스럽다.

충남 화이팅!! 서산 화이팅!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