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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머무는 곳이 보물이어라

남문리 산책길에서 발견한 새로운 것들

2021.03.06(토) 23:39:24나드리(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올해에도 3월은 생명이 가득한 봄기운을 가득 안고 찾아왔다. 일제의 침탈기(侵奪期)였던 1926년 잡지 '개벽'에 출전된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읽다 보면, 코로나19에게 봄을 빼앗긴 2021년의 상황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일제에게 빼앗긴 봄과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되찾은 지 76년이 흘렀다고는 해도 일제강점기의 처절한 아픔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코로나19 방역수칙과 개인위생을 철저히 점검하여 코로나19를 몰아내고 우리들만의 완전한 봄을 즐기고 싶다.
 
엠게임 회사의 풍차언덕 모습.
▲봄이 찾아온 엠게임 회사의 풍차언덕 모습
 
우리들은 무관심과의 소통을 위해서 여행을 선택한다. 살아가면서 삶의 공간과 시간과의 데면데면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여행만큼 확실하게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여행을 하며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들을 꺼내 놓고 관심을 보일 때 비로소 소통이 되기 때문이다.
 
멀리서도 알 수 있는 열혈강호 한비광의 조형물
▲멀리서도 알 수 있는 열혈강호 한비광 조형물
  
마음의 창문을 열고 세상과 소통을 하고 싶은 3월, 어디든지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다독이며 조용한 산책길을 걷기로 했다. 솔향기 가득한 풋풋한 봄냄새로 유혹하는 솔숲을 따라 걸으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 걱정할 필요도 없다. 침묵과의 소통을 즐기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맡길 수 있는 곳이 태안군 남문리길이다.
 
엠게임회사 건물 맞은편에 자리 잡은 풍차동산에서 바라 본 풍경
▲엠게임 풍차동산에서 바라 본 남문리와 장산리 경계
   
우리나라는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마을의 상징적인 나무나 건축물들이 있다. 마을의 상징물은 당연히 마을 사람들의 신앙이나 신념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마을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한다.
 
남문리 521번지에 겨울의 스산함이 남아 있는 '낙우송'이 보였다. 낙우송은 수세 및 수고생장이 양호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낙우송 중 최고 수령의 입목으로 희귀수임과 아울러 대형목으로 1982년 11월 1일에 마을나무로 지정되었다. 이 나무는 일제강점기 때 이기승씨가 일본에 건너가 당시 일왕에게 받은 나무라 한다. 우리나라 낙우송 중에서 최고 수령으로 현재 130살이다. 문제는 이기승씨가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사실이다. 그는 조선총독부로부터도 여러 차례 표창과 상을 받았고, 1915년에는 일본 정부가 주는 '다이쇼기념대례장'도 받았다.
 
남문리에 자리잡은 일왕이 준 낙우송의 모습
▲남문리에 자리잡은 일왕이 준 낙우송의 모습
 
일왕에게서 받은 나무를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염원이 담긴 태안(泰安)에 심은 것도 마음 아픈 일인데, 지방자치단체에서 국민의 혈세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잘못되었다. 일왕이 이기승씨에게 준 '낙우송'을 누가, 무슨 이유로 보호수로 지정을 했고, 아직도 관리를 하고 있는지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무관심이 얼마나 역사 앞에 부끄러운지 나의 손길은 파르르 떨렸다. 일왕이 이기승씨에게 이 나무를 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태안지역의 소나무 모습
▲태안지역의 소나무 모습
  
일제강점기에 1만여 명 이상의 조선인을 강제로 아소광업 탄광에 끌고 가 혹사시킨 아소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의 증조부인 아소타키치(麻生太吉). 그는 1926년에 안면도 산림 총 면적 9천 정보 중 6천 정보를 823,000엔에 매수했다. 그 후 태안 지역의 소중한 소나무들과 안면송들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벌목(伐木)하여 일본으로 가져갔다. 이때 태안주민 100여 명이 함께 아소탄광으로 끌려가 아직도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일제의 침략으로 치유되지 않은 우리 민족의 상처가 너무 깊은데, 그 당시 일왕이 준 이 ‘낙우송’ 한 그루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삼아야 한다면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백화산에서 바라 본 남문리 전경
▲백화산에서 바라 본 남문리 전경
 
남문리는 고려시대 태안읍성의 동문·서문·남문 세 진입로 중 남쪽 대문 근처의 마을이라는 의미로 남문리(南門里)라고 불렀다.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서문리·옥하리 그리고 동문리의 각 일부를 병합하여 남문리라 부르고 서산군 태안면에 편입시켰다. 그 후 1973년 7월 1일부로 태안면이 읍으로 승격됨에 따라 남문리는 다시 태안읍의 관할지역으로 편입되었는데, 1989년 1월 1일 태안군이 복군됨으로써 남문리는 다시 태안군 태안읍에 편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엠게임 회사의 풍차동산 입구
▲엠게임 회사의 풍차동산 입구
 
남문리에서 장산리로 넘어가는 산길은 나지막하다. 태안군은 기업 유치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자체 중 한 곳이다. 2010년 8월에 태안군청에서 엠게임 권이형 대표이사가 본사 이전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장산리에 약 3만 5000㎡의 이전 부지를 마련했는데, 아직도 본사 이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당시 엠게임 전체 직원 숫자는 300명으로 태안군민들의 기대가 큰 사업이었다. 지금은 시설물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을 뿐, 엠게임의 케릭터들은 자신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줄 회사의 직원들을 손꼽아 기다리는 듯 애처로운 모습으로 겨울을 이겨내고 있었다.
 
엠게임 회사의 캐릭터
▲엠게임 회사의 캐릭터
 
엠게임의 익룡 캐릭터
▲엠게임의 익룡 캐릭터
 
엠게임 본사 건물을 제외하고 맞은편 풍차동산은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이곳은 늘 한산하다. 가끔 이곳을 관리하시는 분이 풍차동산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뿐이다. 형형색색의 바람개비 동산을 거닐다 보면 정상에는 거대한 풍차가 있고, 옆에는 파란 지붕의 빨간색 벽돌로 지은 집 창문 앞에 예쁜 ‘포토존’이 있다. 작고 예쁜 이 집은 직원들을 위한 휴식 장소는 아니고 일반인들에게 엠게임 회사를 홍보하기 위한 장소로 보였다. 풍차 옆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들이 눈에 보이고, 아래쪽에는 게임 캐릭터의 모형물이 자리잡고 있다.
 
예쁜 집 앞에 꾸며진 포토존의 모습
▲예쁜 집 앞에 꾸며진 포토존의 모습
  
남문리에서 장산리 엠게임 회사까지의 거리는 도보로 20여 분 거리이다. 이곳에서 과거에 '탑골리'라 불렀던 남문리로 넘어가는 길은 왕복 2차선으로 포장 된 도로여서 걷기가 편하다. 탑골리에는 1975년 2월에 '충청남도 문화재 제201호'로 지정 된 '남문리 오층석탑'이 있다. 높이 약 5m에 화강암으로 되어 있는데, 돌과 돌의 조형미가 무척 세련되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고려시대 예술가들이 과학적으로 쌓아 올린 듯 수백 년의 시간이 흘러도 흐트러짐 없이 정갈한 모습으로 역사의 시간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 경이롭기만 하다.
 
충청남도 문화재 제201호 남문리 오층석탑의 모습
▲충청남도 문화재 제201호 남문리 오층석탑의 모습
 
1975년 당시에는 이곳 마을 곳곳에서 석불과 주춧돌이 발견되어 이곳에 사찰이 있었음을 알려 주었다. 지금은 연구가 중단되어 고려시대 때 '남문리 오층석탑' 주변에 어떠한 환경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주변에 민가 3채가 있어서 지나다니는 개와 고양이의 놀이터가 된 천년 역사를 간직한 '남문리 오층석탑'은 정부와 지역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비바람과 햇볕의 습격으로 풍화되고 있었다.

남문리 오층석탑의 설명문
▲남문리 오층석탑의 설명문
  
고려시대 '일연'의 '삼국유사'를 보면 고조선의 건국이 기원전 2333년이라고 한다. 올해가 2021년이니 우리나라의 역사는 4354년이 된 것이다. 반만년 역사 속에서 잠들어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들을 찾아내고 보전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그리고 우리 민족사에 일본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도 우리들의 몫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한 단재 신채호 선생의 한마디가 역사에 무관심했던 나의 지난날에 일침을 가한다.

충남 화이팅!! 태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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