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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군 상여에서 세상을 보다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삶

2021.01.09(토) 22:34:21나드리(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신축년(辛丑年) 새해 인사를 시작으로 도민리포터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 육십간지 중 38번째로 신(辛)이 '백색', 축(丑)이 '소'를 뜻하니 올해는 '하얀 소의 해'를 의미한다. 영험한 하얀 소의 기운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덮였으니,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빈다.
 
누동공소의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두손을 모아 보았다.
▲누동공소의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두 손을 모았다
  
잘 사는 것보다 잘 죽는 것이 중요한 시대이다. 영국의 정신과 의사 피터 펜윅은 '홀룡한 죽음에 방해가 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채 마무리짓지 못한 일이며, 그 일을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화해'라고 그의 저서 '죽음의 기술'에서 지적했다. 우리들은 피터 펜윅이 말하는 '화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화해'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원망(怨望)을 남기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세상에 태어날 때처럼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삶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죽는 것이다. 즉, 세상에 미련을 남기지 않고 떠나는 것이다. 장례를 치른 후 죽은 사람의 옷과 유품을 모두 태워버리는 이유도 세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마지막으로 세상과의 '화해'를 하는 형식적인 절차로 생각할 수 있다.
 
완화군의 상여가 보관된 상여집
▲완화군의 상여가 보관된 상여집
   
눈이 내릴 것 같은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하늘에 암회색(暗灰色) 빛이 감돌고 있다. 승언리 799번지에 위치한 '상여집'을 찾아가기에 안성맞춤인 날씨라서 마음이 설레기까지 한다. 어릴 적에 상여가 나가는 날에는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렸고, 상여를 메고 가는 사람들의 '상여소리'가 고인의 영혼을 달래듯이 구슬프게 울려 퍼졌던 것을 기억한다.

상여소리는 상여 앞에서 동네 어른이 소리를 하면, 상여 뒤에서 따라오는 상주와 문상객들이 소리를 받아서 따라하는 방식이다. "어~혀노(어~혀노), 어~혀노(어~혀노), 어나리 넘~차(어나리 넘~차), 어~혀~노오(어~혀~노오)" 이런 '상여소리'가 상여집으로 향하고 있는 나의 귓속에서 메아리치는 것 같다. 좁은 길의 비포장 농로를 조심스럽게 가다 보니 완화군의 시신을 실었던 상여가 보관된 상여집이 나왔다. 상여집도 보수가 필요할 정도로 낡았지만 안에 보관된 상여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많이 낡아 있었다.
 
완화군의 시신을 운반한 상여
▲완화군의 시신을 운반한 상여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는 유교문화와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시신을 담은 관을 버스나 리무진으로 운반하지만, 예전에는 '상여'라는 가마를 이용해서 사람들이 장지까지 운반을 했다. 상여를 메고 운구할 수 있는 조건은 결혼을 한 건강한 동네 남성이다. 일반적으로는 상여의 앞에 두 명, 중간에 두 명, 뒤에 두 명이 상여를 메고 상주가 앞에서 영정사진을 들고, 상여 뒤에는 가족과 문상객들이 따라 가지만, 사회적 신분이 있는 상여는 그 규모가 엄청나다. 승언리 상여집은 조선 제26대 왕 고종의 장남 완화군의 시신을 실었던 상여가 보관된 곳이다.
 
상여에 관한 안내문
▲상여에 관한 안내문
  
1868년 고종과 궁인 이씨 사이에 첫아들 완화군이 태어났고 고종과 흥선대원군의 총애를 받았으며 궁인 이씨에게는 당호와 숙원의 첩지가 내려진다. 완화군은 흥선대원군의 총애로 서자이지만 세자로 책봉될 수도 있었으나 명성황후의 견제로 이루지 못했으며 둘 사이 반목의 원인이 되었다. 흥선대원군의 권력 주도권이 약해지면서 완화군은 12살에 궁에서 나가게 되는데, 이때 조선의 법도상 혼인하지 않은 왕자를 궁밖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숙원 이씨는 이를 반대했다. 완화군이 궁밖으로 내보내진 후 얼마 지나 숙원 이씨도 나오게 된다. 궁에서 나온 후 완화군은 13세에 홍역에 걸려 세상을 떠났고 숙원 이씨도 아들을 잃은 슬픔을 안고 폐인처럼 살았다고 한다.
   요즘은 시신을 안장하는 묘지를 공원으로 조성한다.
▲요즘은 시신을 안장하는 묘지를 공원으로 조성한다.
 
완화군이 세상을 떠나자 당시 완화군을 가르치던 승지 김병년(1855~1927)이 안면도 승언리 주민을 동원하여 국장을 치르고 하사받아 보전해 오다가 후에 김병년은 자신이 죽으면 이 상여로 장례를 치러 달라고 유언을 하였고, 나라에서 그 사용을 허락하여 그의 장례에 사용된 이후로 계속 이 마을에서 보관하였다.
 
1980년 대 상여가 운구되는 모습(국립민속박물관출처)
▲1980년대 상여가 운구되는 모습(국립민속박물관출처)
  
상여는 햇볕을 가리기 위해 상여 위로 높이 치는 천막인 앙장(仰帳)틀 앞뒤에 봉황의 머리가 조각되어 있고 네 귀에 귀면상(鬼面像)이 서 있다. 용마루 앞뒤 부분에는 용틀임 모양이 조각되어 있고, 용마루 가운데에는 특이한 형상의 저승사자상이 서 있다. 유소(流蘇, 상여의 네 귀에 드리우는 매듭 장식)와 보장(寶帳, 상여에 둘러치는 휘장)이 약간 훼손되기는 했으나 부재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주재료는 나무이며 전체적으로 섬세하고 고전적이며 화려하다. 상여의 크기는 길이 2.2m, 너비1m, 높이 1.5m로 승언리 마을에서 소유해 상여각을 만들어 보존·관리하고 있으며 1990년 5월 28일 충청남도문화재자료 제315호로 지정되었다.
 
현대적인 장례식 모습
▲현대 장례식 모습
   
잘 사는 것보다 잘 죽는 것이 중요한 이 시대에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대가족을 이루고 살았던 과거에는 집안에 서열이 확실했다. 밥상 앞에서 식사를 할 때에도 할아버지가 숟가락을 들어야 아버지가 숟가락을 들고, 그 다음에 자식들이 숟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어디에 갈 때에도 어른들에게 항상 알렸고, 다녀와서도 '잘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를 올리는 것이 예의였다. 이러한 가족 형태는 자연스럽게 사회생활에서도 적용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나'보다 '가족'을 생각하고, 사소한 이익보다 '대의명분'을 중요시했던 우리나라의 사고방식의 근본이 되었던 것이다. '가족은 또 다른 사회'라는 말처럼 가족관계에서 형성된 인성이 인간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안면도 장례식장 모습
▲안면도 장례식장 모습
  
태안군보건의료원에는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상례원이 있다. 인구가 6만3000여 명인 태안군에는 '안면도장례식장'과 '태안군보건의료원'이 이곳에서 장례를 치루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장례식장을 가지고 있지만 태안보건의료원의 상례원은 특별한 곳이다. 2018년 12월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운송하는 컨베이어밸트에 딸려 들어가 온몸이 찢겨 사망한 24살 김용균 청년이 60일 가까이 머물다 2019년 2월 9일 발인을 했기 때문이다. 검은 석탄이 얼굴을 뒤덮었고 천으로 가려진 몸은 형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훼손이 되었던 청년 김용균의 죽음은 정치가 잘못된 자본주의 기업을 통제하지 못해서 생긴 비극이었다.
 
태안군 보건의료원 상례원 장례식장
▲태안군 보건의료원 상례원 장례식장
  
돈을 벌기 위해서 인간의 생명을 도구로 이용하는 자본주의 경영방식을 국가가 법으로 통제하고, 제도를 만들어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입법부는 정치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본주의 기업들의 눈치를 보고, 국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며 교묘한 방법으로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는 잘못된 자본주의 경영체계를 호도(糊塗)하고 있다.
 
김용균 청년의 추모제 모습
▲김용균 청년의 추모제 모습
  
현대는 개인주의 시대이다. 자유분방하고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가다 보니, 배려보다는 이기심이 앞서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사소한 일에 분노조절을 못해 다른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고 파괴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피터 펜윅이 말하고 있는 '화해'가 가능하려면, 먼저 소통이 되어야 한다. 소통(疏通)이 잘 되면 타인과 대립할 일이 없다.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높여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업무를 강요한다. 노동자들이 동의하지 않은 회사의 규칙·규정을 만들어 놓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이 자본주의 경영방식이다. 청년 김용균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던 태안화력발전소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특별근로감독을 했더니 산업안전관련법 위반 사항만 1029건이 적발되었다.
 
소통하는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소통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잘 사는 것보다 잘 죽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2021년 신축년(辛丑年)에 태안군 승언리 799번지의 상여집에서 완화군에 대한 김병년의 충정과, 김용균 청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헤아려 본다. 서로 다름을 주장하는 사회·정치적 이념들이 모두 화해하여 대한민국이 하나로 소통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충남 화이팅!! 태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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