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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 우리 시장, 인정은 99.9%

태안시장에서 알게 되는 선조들의 삶

2020.12.07(월) 22:55:47나드리(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586세대라고 하면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에 다니고, 50세가 되는 나이'를 뜻한다.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보릿고개와 새마을운동을 겪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아름다운 추억도 많았던 세대들이다. 특히 추석과 설날 같은 명절에 얽힌 추억들은 모두 '장(market)'과 연결되어 있다.
 
신토불이 우리 시장, 인정은 99.9% 사진
▲태안에서 가장 큰 서부시장 입구
 
농사 지은 물건을 가지고 장보러 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과,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은 같았다. 해가 질 무렵이면 동구 밖 멀리까지 나가서 어두워질 때까지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는 옷과 신발 같은 선물을 기다리고, 아궁이불에 노릇노릇 밥냄새를 뒤로하고 마당을 서성이는 아내는 남편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린다. 막걸리 몇잔에 해가 지고 달이 뜬 것도 모르는 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왕이 된 듯 세상을 호령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장날 풍경은 586세대들이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 추억이다.  
 신토불이 우리 시장, 인정은 99.9% 사진
▲코로나19로 한산한 시장
 
어느 마을을 여행하여도 꼭 들르는 곳이 시장이다. 시장을 보면 그 마을의 인심과 경제력을 알 수 있기에 '시장을 보면 그 마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태안을 여행하면서 태안시장을 돌아보는 것은 나름대로 특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입맛을 돋구는 먹거리와 시장에 진열된 상품들을 보고 있으면 한나절이 금방 지나간다. 예전과 달라진 풍경이라면 상인들이나 손님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모습이다. 지나가는 손님을 붙잡고 다짜고짜 물건을 흥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사람들과의 거리두기를 하려는 풍경이 시장에서는 참 낯설기만 하다. 코로나19가 태안시장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에 벽을 쌓고 있다고 생각하니 답답하다.
 신토불이 우리 시장, 인정은 99.9% 사진
▲코로나19 방역 준비를 위해 모인 사람들
   
태안은 행정구역상으로 조선시대까지 태안현(泰安縣)이었고, 1914년 일제총독부에 의해 서산군 태안면이 되었다. 태안시장은 1914년 9월 시행된 '시장규칙'에 따라 1918년 공설시장으로 허가되었으니 100년 넘은 오래된 시장이다. 1989년 1월 1일 법률 제4050호에 따라 서산읍이 서산시로 승격되면서 기존의 서산군에서 태안군이 분리될 때까지 태안장은 서산장과 함께 서산·태안 일대의 양대 시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 일대에는 운산장(1일·6일), 서산장(2일·7일), 태안장(3일·8일), 부석장(4일·9일), 해미장(5일·10일)을 중심으로 지역상권을 형성해 오다 1990년대 이후 서산장과 태안장 외에는 해미장이 겨우 명맥을 유지해 오던 중 최근에는 모두 상설시장으로 바뀌었다.
 
태안 동부시장 입구
▲태안 동부시장 입구
  
현재 태안읍내에는 서부시장과 동부시장 두 곳만이 상설시장으로 존재한다. 현재 서부시장 자리에, 1970년 시외버스터미널이 들어설 당시만 하여도 서부시장 주변에는 논과 밭이 전부였으며 ‘평천’이라는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 개천가에 하나둘 노점상들이 들어서자 읍사무소에서는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단속을 했지만, 도깨비처럼 이리 불쑥 저리 불쑥 장이 열린다 하여 도깨비시장이라 불렸다. 도깨비시장에서 서부시장으로 변화된 지금은 어물전과 채소전을 중심으로 떡집, 반찬집 등 먹을거리가 대부분으로 밥상 찬거리의 소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신토불이 우리 시장, 인정은 99.9% 사진
▲도깨비시장의 원조격인 좌판
    
또 다른 후신인 동부시장은 의류, 신발류, 농기구 등의 공산품과 마늘·생강의 도소매점, 방앗간, 활어횟집의 수산시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동부시장의 수산시장은 최근 10년 이내에 생긴 것으로 태안 일대 주민들이 가져온 어물이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수산도매시장에서 활어를 사들여와 횟감으로 팔고 있다. 태안장에는 요즘도 3일과 8일의 장날에 맞추어 장을 찾는 사람이 있다. 텃밭에서 키운 고추나 콩·호박·고구마·깻잎 등을 가져오기도 하고, 병아리·닭·토끼·강아지를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숫자가 작고 그나마도 30년 전부터 그렇게 해오던 할머니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장 모퉁이에서 지역특산물을 좌판으로 판매하고  있다.
▲시장 모퉁이에서 지역특산물을 판매하는 좌판
  
일제강점기 이래 태안장은 어물전, 나무전, 싸전 등을 중심으로 번성하였다. 장옥이 들어서고 시장의 외형을 갖춘 것은 대만 출신의 ‘왕서방네’가 1930년대 ‘만물상회’를 세운 이후이다. ‘만물상회’는 ‘왕서방네’가 서산과 태안에 고정점포를 짓고 각종 공산품을 팔았던 잡화점의 상호명이다. 
  신토불이 우리 시장, 인정은 99.9% 사진
▲ 왕서방이 생각나는 동부시장의 모습
  
어물전에는 학암포, 이원, 안흥항, 정산포 등 태안 앞바다에서 잡힌 어물이 주를 이루었다. 아귀, 조기, 갈치, 홍어, 고등어는 생물로 거래되었고 우럭은 현지에서 말린 후 가지고 나와 건어물로 거래되었다. 안흥항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통통선을 부렸고 그로부터 어획된 어물이 태안장으로 집산되었다. 또 간월도에서는 김, 미역, 바지락, 조개가 많았고, 특히 간월도 어리굴젓이라 하여 천수만 갯벌의 석화로 만든 젓갈이 특산물로 거래되었다. 산란기철이 돌아오는 봄에는 서산뿐 아니라 천안에서 이와 같은 어물을 구입하러 오는 장꾼들로 태안장은 장사진을 이루었다고 한다.
 
서부시장의 건어물 모습
▲서부시장의 건어물 모습
  
나무전은 일제강점기 태안 일대 주민들이 곡물을 얻기 위해 ‘솔꼴’을 내다팔면서 형성되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태안 주민들은 솔가지와 솔방울을 긁어모은 ‘솔꼴’을 땔감으로 내다 팔고 ‘서숙’을 얻어 죽을 쑤어먹었다고 한다. ‘서숙’은 일제강점기 태안의 만석꾼이었던 이희열이라는 사람이 만주에서 들여온 좁쌀을 말하는 것으로 태안장을 통해 태안 주민들에서 팔아 큰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호떡.
▲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호떡.
 
당시 서숙으로 죽을 쑤어먹는 것은 흉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가난했고, 솔꼴 파는 일 외에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머슴살이가 전부인 시절이었다. 나무전은 한국전쟁 이후 연탄과 석유곤로가 태안읍내에 일반화되기 전까지 지속되었다. 1980년 신시장의 장옥이 개축되고 1991년 상설시장으로 바뀌면서 점차 줄어들던 나무전이 자취를 감추었다.
 
서부시장에 젊은이들이 퓨전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서부시장 젊은이들이 선보이는 퓨전음식
   
싸전은 어물전에 어물을 가져다 팔던 사람들이 어물을 판 돈으로 곡물을 사가는 곳이면서, 태안 일대 주민들이 장에 이고 온 곡물을 내다파는 곳이었다. 곡물을 가지고 온 주민들은 직접 좌판을 벌이기도 하였지만 싸전에 팔아넘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신토불이 우리 시장, 인정은 99.9% 사진▲동부시장 활성화를 위한 행사
  
태안의 우시장은 태안 일대의 모든 소가 거래되었다. 가의도와 신진도에서는 소를 거의 키우지 않았고, 간혹 있는 한두 마리의 소는 안흥까지 배를 태워 안흥에서부터 끌고 왔다. 1960년대 이전까지 사람들은 걸어서 소를 끌고 다녔는데, 서산까지 하루 안에 소를 끌고 가기에는 먼 거리였다. 사납고 힘이 센 황소도 멀리 끌고 다니면 지쳐 값어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태안우시장을 넘어갈 수는 없었다. 이 우시장은 1980년까지 운영되다가 신시장의 상가건물이 개축되어 서산장으로 합쳐지면서 사라지게 되었다.
 
행사에 초대 된 각설이가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행사에 초대된 각설이가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100년이 넘은 태안시장이 각종 해산물을 거래하던 '어물전', 곡물을 거래하던 '싸전', 나무를 거래하던 '나무전'으로 구분하여 성장했다는 것은 요즘말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고 운영되었음을 말해준다. 전통시장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단순히 시장의 상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투영된 전통시장을 연구하여 인류의 생존이 걸린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전통시장의 모습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전통시장의 모습
  
충남 화이팅!! 태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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