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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나무를 둥글게 다듬었나

생생현장리포트-김두레무한정보 기자

2020.09.15(화) 21:46:06도정신문(ktx@korea.kr)

언제부터 나무를 둥글게 다듬었나 사진


날씨가 제법 선선해져 얼마 전 마을 한 바퀴 산책을 나섰다.

이웃집 정원을 지나고 공원을 거니는데 나무를 둥글게, 반듯하게 다듬어 놓은 것이 눈에 띈다. ‘조경관리를 부지런히 하네…’하지만 문득 씁쓸함이밀려온다. 우리가 세심히 알지 못했던 사실이 있다. 나무를 둥글게, 반듯하게, 인위적인 모양으로 가지치기하는 것은 일제강점기 넘어온 일본식 조경기법이다. 공공기관, 유원지, 공원, 일반가정의 정원을 꾸미는데 쓴다.

일제잔재는 언어, 교육, 문화, 시설 등 우리 생활 곳곳에 생각보다 깊이 파고들어 있다. 75주년을 맞았던 지난 ‘8·15 광복절’. 매헌 윤봉길 의사의 나라사랑정신과 항일독립의지가 깃든 덕산 충의사를 찾았다. 사당과 기념관, 도중도 일원에 일본인이 들여온 수종과 조경기법들이 우리나라 수종 등과 섞여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7년부터 1974년까지 충의사성역화사업을 할 때, 전통조경개념과 설계·시공하는 사람이 없어 당시 일본식 조경방식에 따라 진행했던 것. 아산 현충사도 같은 상황이며, 20여년이 넘게 일본식 조경을 바꾸는 중이라고 한다.

배흥섭 정원관리사교육원장은 “이곳에 심은 회양목, 영산홍, 둥근주목(눈주목) 등은 일본이 원산지며, 측백나무, 황금사철 등은 서양 등에서 온 외래종이다. 영산홍이나 왜향나무는 적산가옥(일제강점기 일본식으로지은 집)에 심던 일본산 수종이다. 나무를 둥글둥글하거나 반듯하게 가지치기하는 것도 일본인들이 즐기는 양식”이라고 설명했다.

예산군은 지난 8월 18일 윤봉길유적지 안 일본산 수종에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뒤 ‘윤봉길유적지 종합정비계획’에 일본산 수목과 일본식 조경기법을 걷어내고 전통조경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을 적극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교육현장은 어떨까? 충남도교육청은 지난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을 계기로 학교 안에 남아 있는 ‘일제잔재 청산사업’을 벌이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그 뒤로 무분별하게 조성한 일본식 수목공간을 정리하고 친일행위 경력자가 작사·작곡한 교가 개정과 일본인 교장 사진 철거등이 주요 내용이다.

군내 42개 초·중·고교 가운데 절반이넘는 23곳에 일본식 수목공간이 있어, 양신·구만·신례원·예산초와 예산중 5개교가왜향나무(가이즈카향나무)와 금송 등 94그루를 제거했다. 일본인교장 사진과 친일행위 경력자가 참여한교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상 속 깊이 스민 일제잔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바로잡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행정만 할 것이 아니라의회, 시민사회, 교육기관, 농업기관 등 각주체가 각자 영역에서 스스로 움직여야 가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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