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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산과 데이트는 사랑이며 힐링이다

산과 사람은 이심전심(以心傳心)

2020.08.23(일) 00:02:31나드리(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태안군민체육관에서 바라 본 백화산 전경
▲태안군민체육관에서 바라본 백화산 전경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고 막바지 여름 더위에 숨이 막히는 이런 날, 우리는 문득 일탈을 꿈꾼다. 이럴 때 여행만큼 좋은 대안이 있을까? 여행은 내 지친 몸과 마음에게 휴식을 준다. 오늘이 나에게 그런 날이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국민들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앞두고 있는 비상시국이다. 마스크를 챙기고 작은 가방에 얼음물을 넣은 후 등산화를 신는다. 올해가 시작되고 차량을 이용해서 여행을 간다는 것은 무척 고민스러운 일이었고 결국은 집 주변에 있는 백화산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사람들의 발길로 매끄러운 바윗 길
▲사람들의 발길로 매끄러운 바윗길
  
백화산은 충남 태안군의 진산이며, 바위로 이루어진 높이 284m의 암릉산이다. 산 전체가 흰 돌로 덮여 있어 그 모양이 괴이하며, 봄이면 마치 부용화 같기도 하고, 가을이면 돌꽃이 활짝 핀 것 같이 보인다고 하여 이름을 백화산이라고 부른다. 이 백화산이 만약 흑화산(黑華山)으로 변모할 때는 태안에서 문만무천(文萬武千)이 난다고 전하여 내려왔는데, 일제강점기 말기에 소나무가 울창해져 산을 덮으니 검은 색으로 변하여 태안 사람들이 큰 기대를 가졌다 한다. 그런데 광복과 더불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소나무를 베어다 땔감으로 쓰는 바람에 현재의 백화산이 되었단다. 근래에는 자연보호로 흑화산으로 변모해 가는 듯하다.
 
산에 푸르름이 짙어져 검은색을 띄고있다.
▲산에 푸르름이 짙어져 검은 색을 띠고 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다섯 갈래로 1코스는 청소년수련관에서, 2코스는 대림APT에서, 3코스는 산후리에서, 4코스는 태안초등학교에서, 5코스는 흥주사에서 출발하면 되는 등산로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1번 등산로에 접어들었다. 1.6 km의 산길을 걸어서 갈 생각을 하니, 숨이 탁하고 막히더니 열기가 턱까지 치밀어 오른다. 문득 백화산의 나이가 궁금하다. 수십만 년 전부터 뜨거운 햇살과 폭풍우를 이겨내며 묵묵히 우리 인간들을 받아주는 자연의 위대함에 감사하며 한 걸음씩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백화산수길 안내도
▲백화산수길 안내도
 
산을 오르는 이유는 다양하다. 건강을 위해서, 산이 좋아서, 가족끼리 소풍 삼아서, 나처럼 생활의 일탈을 꿈꾸면서 산을 오르지만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은 어떨까? 나무의 잎과 열매를 보면서 걷는 사람, 이름모를 풀과 돌들의 모양을 유심히 보면서 걷는 사람, 복잡한 심경을 정리하면서 걷는 사람 등 다양한 이유로 각자의 생각들을 가지고 모여드는 사람들을 모두 품어주는 백화산이다.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어떤 이는 깔깔거리는 웃음으로, 어떤 이는 간절한 마음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저 바위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불꽃바위라고 불리우는 두 얼굴의 야누스
▲불꽃바위라고 불리우는 두 얼굴의 야누스
 
그리고 이기적인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는 볼썽사나운 흔적들은 오로지 백화산의 몫일까? 백화산을 일부러 찾아와서 백화산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면 백화산에게 드는 것은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곳뿐만 아니라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나무들의 몸에 상처를 주고 우스운 꼴로 만드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다.
 
여기저기 걸려있는 등산 동오회들의 리본들
▲여기저기 걸려 있는 등산 동호회 리본들
 
산은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인간이 산을 사랑하는 만큼 산도 인간을 위해서 베풀 것이며 모든 인간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할 것이다. 인간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쫓겨난 곤충들과 새, 그리고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며, 산속의 나무와 식물들이 광합성작용을 하여 산소를 배출하니 우리 인간들이 공기의 소중함을 잊고 살지 않는가?
 
여기저기 버려져있는 쓰레기들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쓰레기들
 
마스크를 벗고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켜 본다. 분명 땀을 흘리고 있음에도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마스크가 원망스럽다. 하지만 나 하나쯤이야 하는 못된 생각이 지금 우리 국민들을 힘들게 하지 않는가. 다른 등산객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마스크를 고쳐쓰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해무가 밀려들어 장관을 이루는 모양, 저 멀리 팔봉산이 보인다.
▲해무가 밀려들어 장관을 이루는 모양, 저 멀리 팔봉산이 보인다
 
드디어 정상이다. 백화산의 정상에서는 동쪽으로 서산의 도비산, 서쪽으로는 학암포의 태안화력발전소와 근흥면의 풍경이 보이며, 남쪽으로는 안면도, 북쪽으로는 서산의 팔봉산이 보인다. 북쪽을 제외하면 모두 바다가 보이는 곳이다. 백화산 정상 표시석 맞은편에는 백화산 봉수대가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분명 군사적 요충지였기에 적의 침입을 알리는 봉수대가 있었으리라. 백화산의 봉수대에서 불을 피우면 서산의 도비산과 근흥면에 있는 안흥성에서 연기를 보고 군사적인 결정을 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백화산 정상 표시석
▲백화산 정상 표시석
 
백화산 정상의 봉수대
▲백화산 정상의 봉수대
 
백화산 성안에 마을을 형성하고 지낸 흔적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지금 남아 있는 성벽만이 그 시절의 위용을 자랑하며 역사의 흔적임을 알려주고 있다.
 
백화산 정상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성벽의 흔적들
▲백화산 정상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성벽의 흔적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2코스를 택하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에 산사의 염불소리가 들려와 눈을 돌리니 정겨운 태을암이 보인다. 태을암은 조선 중종 13년(1518) 태일전이 혁파되면서 창건되었다고 전하여 온다. 지난 1962년 10월 1일에 전통사찰 제40호로 등록되어 현재 관리하고 있으며, 현 사찰건물은 2003년에 중건되었다고 한다.
 
태을암 전경
▲태을암 전경
 
이곳에는 6세기 백제 때 바위에 부처를 조각했는데, 한가운데 앉아 있는 부처를 양쪽 부처가 모시고 서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마애불상으로 백제 조상미술의 시원이다(국보 제 307호). 조각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자애로운 미소가 살아 있네, 살아 있어. 이곳이 바로 백제 관음신앙의 상징적인 관음도량이었음을 입증해 주는 자료라고 볼 수 있다. 역시 우리 민족은 조상 때부터 지금의 K-pop에 이르기까지 문화적인 끼가 대단한 민족임을 알 수가 있었다. 어찌 돌에서 살아 있는 사람의 미소를 느낄 수 있을까?
 
백화산 태을암의 마애삼존불상
▲백화산 태을암의 마애삼존불상
 
태을암 옆에 태을동천(太乙洞天)이라고 큰 글씨가 새겨진 바위가 보인다. 1800년대 후반에 김규항이라는 분이 쓴 글이라고 전해지고 있으며, 일소계(一笑溪) 역시 그의 자손이 새긴 것이라고 하니, 이곳에 김해김씨들이 자주 나들이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비가 많이 내려서 모래들이 쌓여 있는 모습이 모래섬 위에 거대한 바위가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삼존불상의 바로 옆에 있는 태을동천
▲삼존불상의 바로 옆에 있는 태을동천
 
태을동천 바로 위에는 망양대가 있다. 시냇물이 흐르는 태을동천을 발 아래에 두고, 자애로운 부처님의 눈높이에 만들어진 태을암의 망양대는 금강산의 망양대 풍경을 축소시킨 모습이랄까. 1920년에 조성되었을 때에는 실제로 바둑을 두었다고 하니 아마도 신선들의 노니는 모습이 아니었을지. 그 당시에는 바다가 잘 보이는 풍경이었다 하고 부처님 세 분이서 바둑 훈수를 두는 모습을 상상하니 이곳은 정말 멋진 곳이다.
 
태을암의 망양대 바둑판
▲태을암의 망양대 바둑판
 
백화산 산행길을 내려오다 보니 나에게 말을 건네는 친구가 있었다. 분명히 두꺼비다. 가까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어도 가만히 있는 모습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늠름하지는 않지만 당당한 것이 여기는 '내 구역'임을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손님을 떠나보내듯 한참을 바라보더니 바위틈 속으로 폴짝 뛰어서 사라져버린다. 사실 백화산에는 많은 동물들이 존재한다.
 
두꺼비가 잘가라며 배웅한다.
▲두꺼비가 잘가라며 배웅한다
 
동물들이 인간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을 뿐이지 백화산에서는 그들의 방식대로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이 우리 인간들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살금살금 은밀하게, 그러나 위대한 접근을 시도해 본다. 말벌들의 터전에 내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보스럽지만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 보니 용기가 생긴다. 백화산에서 숨겨져 있는 동물들의 참모습을 관찰하려면 동물들의 삶을 존중하고 그들의 터전을 소중하게 지켜주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아무에게나 모든 것을 안 보여 주는 백화산의 마음을 잘 알기에 난 백화산과의 3가지 약속을 꼭 지킨다. 쓰레기는 보는 대로 줍기, 산속에 있는 모든것들은 제 자리에 그대로 두기,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기를 실천하면서 백화산도 내 마음을 아는지 하나둘씩 나에게 선물을 보여 주었다. 이 또한 이심전심 아닐까?
 
말벌들의 집이 바위밑에서 잘 있다.
▲말벌집이 바위밑에서 달려 있다
 
인간의 이기적 욕심으로 코로나19를 초대한 우리들이 코로나19를 탓하기 전에 자연을 파괴하고, 지구를 병들게 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아니라 쓰레기를 줄이고 지구자원을 보존하는 것이다. 땀에 젖은 마스크를 반으로 접어 귀걸이끈으로 묶어 일반 쓰레기통에 버렸다. 마스크가 타인으로부터 코로나19를 안전하게 지켜주지만 자칫 잘못 버리면 주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으므로 잘 버리는 것도, 잘 쓰는 것만큼 중요하다.  
 
시내에서 바라본 백화산
▲시내에서 바라본 백화산
 
산 아래 도착한 나는 행복한 마음과 가벼운 몸으로 집으로 향한다. 이만한 여행이 또 있을까? 3시간의 산행이 5일 동안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땀으로 샤워를 하듯이 말끔이 씻어주었다. 우리 주변의 산들을 우리가 보호하고 지켜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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