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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애인(敬天愛人)의 뜻을 새기는 길

공주시 계룡면 경천리에서

2020.08.20(목) 14:09:53황토(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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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자란 나무들이 정겨움을 더하는 마을풍경, 구멍가게 양쪽엔 중학교와 버스정거장·농협 등이 있다 
  
시골마을 전봇대에 걸린 마을 이정표를 보고 다시 읽어본다. ‘삽작골, 뒤뜰길, 어사길’. 그러자 입에서 익숙한 문장 하나가 튀어나왔다. ‘징검다리를 사부랑삽작 건넜다.’ 이 대목에서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살짝 건너뛰거나 올라서는 모양이 그려진다. 그렇게 ‘사부랑삽작’ 걸어보는 삽작골. 여기는 공주시 계룡면 경천리로 경천초등학교와 경천중학교가 삼거리를 중심으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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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중학교에 걸린 글, '배움이 즐겁고 함께 성장하는 온 마을학교'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속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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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잔디구장이 펼쳐진 경천중학교 운동장 
  
‘뒤뜰길’은 또 어떤가. 앞뜰과 다르게 담장 아래로 아욱이나 가지, 고추, 호박 등 온갖 푸성귀가 주인 손 가는 대로 맘껏 싯푸른 텃밭이 있을 것 같다. 장마가 지나간 뒤뜰 한켠엔 점점이 붉게 봉숭아꽃이 피었을지도 모르겠다. 왕의 명을 받아 특별한 임무를 띠고 이곳 공주에 파견된 어사(御史)가 지나갔던 길이었을까. 마을이름으로 한 시대의 장면을 상상해 보며 천천히 걷는데, 초등학교가 보였다. 차들이 지나는 길 가장자리엔 나이가 꽤 됨직한 향나무들이 나란히 서 있다. 진초록빛 향나무에서 향내가 날 것 같다. 정문 앞에서 보이는 동상은 초등학교에서 단골로 만나는 세종대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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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초등학교 정문(사진 왼쪽)으로 가는 길, 나이든 향나무가 음전하게 서 있는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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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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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초등학교 정문 가운데로 세종대왕상이 보인다 
  
‘너는 언제 어디서나 예쁘다. 그리고 빛난다’, ‘항상 웃자!’ 푸른색을 배경으로 사각타일에 아이들의 글과 그림으로 꾸며놓은 학교 담장이 정겹다. 언제 어느 자리에서 예쁘고 빛나는 아이들이 경천초등학교에 있고, 아이들이 또 언제 어디서나 건강하게 웃을 수 있기를 잠시 빌었다. 학교와 마을이름에 경천(敬天)이 들어가니 뒤에는 애인(愛人)이 올 걸 짐작한 대로 운동장 한 곳엔 한자로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고 쓴 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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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담 타일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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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언제 어디서나 예쁘다. 그리고 빛난다. 항상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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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애인'
  
‘경천애인은 유교의 기본적인 사상으로 ‘하늘을 공경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세상의 순리를 잘 따르고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잘 지키라는 뜻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온 세상을 사랑하는 것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절대불변의 가치’를 강조하는 말이다. 경천애인비가 있는 근처에는 나무로 만든 흔들의자 두 개가 지나는 바람에 흔들렸다. 서로에게 ‘너는 언제 어디서나 예쁘다. 그리고 빛난다’라고 속삭이던 아이들이 금방 흔들의자에 앉았다 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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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흔들의자
   
하늘을 공경하고 인간의 도리를 잘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다. 하루하루 성의껏 자기 할 일을 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 경천리 마을을 걷는 걸음은 천천히 '사부랑삽작' 건너듯 느려진다. 경천애인의 뜻을 되새기며 걷는 걸음이 빨라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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