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꽃 이름이 뭘까?" 노랗게 핀 꽃을 가리키며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호박꽃인가?" 모르는 눈치입니다.
 

 

 
"저 꽃이 떨어지면 이렇게 되는데." 손바닥 만하게 자란 오이를 가리키며 정답을 알려 주었습니다.
"우와!" 대롱대롱 매달린 오이를 보더니 신기해 합니다.
"저거 더 익으면 이렇게 돼." 노각이 보여서 설명을 보태니,
"이건 무조건 찍어야 해." 찰칵찰칵 사진을 찍는다고 야단법석을 떱니다.
아들, 딸과 함께 공주중동성당 가는 길에 마주친 여름 풍경 덕에 줄줄 흐르는 땀방울도 잊게 되었습니다.
 

 
지난봄에 근처 카페를 찾다가 우연히 공주중동성당의 샛길을 발견했습니다. 봄꽃이 곱게 핀 이 길을 발견하고는 다음에 공주중동성당을 다시 찾는다면 꼭 이 길을 다시 이용하겠다고 생각했었죠.
 

 
봄에는 봄 나름의 아름다움을 뿜던 길인데, 여름에 다시 찾은 이 길은 여름에너지가 충만한 곳이었습니다. 
 

 
우연인지 공주중동성당을 찾을 때마다 주로 일요일에 왔었습니다. 예쁘다고 소문난 카페에 꼭 들르고 싶었는데, 휴무일이어서 아쉽게 발길을 돌리곤 했었습니다. 이번엔 아이들과 평일에 들렀기 때문에 소원대로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가 성당으로 이동할 수 있었죠. 이동하는 길에 담장 너머로 고운 자태 뽐내는 하얀 장미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한동안 포토타임이 이어졌습니다.



평일이어서 미사를 보는 사람도 산책을 나온 이도 적었습니다. 한적한 성당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공주중동성당, 그중에서도 본당은 어느 계절에 찾아도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마음에 안식을 주는 곳입니다. 



정문 쪽으로 내려오려고 긴 계단 아래쪽을 바라보니 공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들은 담장에 걸린 그림이 궁금하다면서 빨리 내려가 보자고 보챕니다. 
 

 

 
내려가다 까치 한 마리가 잔망스럽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까치를 쫓다 보니 하얀 옥잠화와 보랏빛 맥문동꽃이 주단처럼 깔린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요즘 가는 곳마다 맥문동이 보이는 것 같아요. 열매나 뿌리를 약이나 차로 이용하려고 심는 분도 계시지만, 모기를 쫓는다 하여 심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얕은 지식으로 담장에 걸린 그림을 보며 공주중동성당의 역사를 설명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사제관을 배경으로 분홍색 백일홍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공주중동성당의 붉은 벽돌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풍경입니다.
 


공주중동성당의 정문 쪽으로 난 긴 계단을 내려오다 앞을 보니 몇년 전에 아이들과 투호를 던지고, 꽃등을 만들던 충남역사박물관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들도 옆으로 난 언덕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까르륵거리며 웃고 놀던 때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한여름에 움직이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언젠가 아이들은 여름꽃을 눈에 담으며 엄마와 공주중동성당 주변을 돌아본 추억을 즐겁게 얘기할 날이 또 다시 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