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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에 왔으니 마음을 열어보자

- 화사하게 꽃단장한 개심사

2020.05.07(목) 21:29:49설산(ds3keb@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해마다 4월의 마지막 주가 되면 서쪽의 상서로운 땅에 있는 절집 개심사 청 벚꽃이 언제쯤 만개하려나 하고 전해 오는 소식에 관심을 두게 된다.

열흘 전, 개심사와 가까운 문수사에서 다 피어나지 않은 분홍 겹벚꽃을 보고 온 터라, '화무십일홍'이라 했으니 아직은 다 지지 않았을 것이고, 절정의 화려한 날은 지나갔으니 덜 붐빌 것 같아 다시 내포로 간다.
 
이른 아침 인적이 없는 산사로 들어가는 길에서 만나는 일주문은 ‘어서 오시게, 기다리고 있었네’라며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안목으로 남한 땅 5대 명찰 중 한 자리를 차지한 절집의 일주문이라 그런지 느낌이 다르다.
 
개심사 일주문
▲개심사 일주문
 
먼 훗날, 지구별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떠올리게 될 때 아마도 나는 이른 아침 인적없는 산사를 거닐던 장면도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일주문 지나 안내판을 보니 개심사는 충남 4대 사찰 중의 하나로 651년(백제 의자왕 11) 혜감국사가 창건하고 개원사(開元寺)라 하던 것을 7인의 선지식 출현으로 개심사(開心寺)로 개명하였으며, 대웅전의 기단은 창건 당시의 것이고 현재의 건물은 1475년(조선 성종 6)에 산불로 소실된 것을 1484(조선 성종 15) 중건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일주문을 지나니 한쪽으로 가지가 자라 곧 쓰러질 듯 위태하게 서 있는 소나무가 눈길을 끌고 ‘세심동(洗心洞)’, ‘개심사입구(開心寺入口)’라는 글씨가 새겨진 소박한 자연석이 입구 양쪽에 세워진 돌계단을 따라 새소리, 바람 소리를 들으며 800m를 천천히 오르다 보니 마음은 고요해지고 두고 온 세상살이 복잡함은 바람에 실려 하나둘 벗어지는 것 같다. 이른 아침 산문으로 들어가는 이 길을 누구라도 그냥 걷지는 못할 것 같다. 
 
개심사 입구
▲개심사 입구
 
그렇게 돌계단을 다 올라보니 ‘세상도처몰상식’이 따로 없다. 이 이른 아침에 어디서 몰려왔는지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난 도로에 늘어선 차들과 공간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 무질서하게 주차해 놓은 차들을 보니 한숨이 나오고 만다.
  
저간의 사정은 있겠지만, 이 좋은 길을 놔두고 차를 타고 부릉거리며 올라온 이들은 무엇하는 사람들인가. 세상에서 치열하게 살다가 산문을 찾은 특별한 하루, 한 시간쯤은 나를 위해, 타인을 위해, 지구를 위해 걸어보는 것은 좋은 일이지 아니한가.
  
유홍준 교수가 이런 광경을 보았다면 '춘삼월 양지바른 댓돌 위에서 서당개가 턱을 앞발에 묻고 한가로이 낮잠을 자는 듯한 절'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해우소 지나 낮은 언덕에 삼각대를 세우고 하늘이 밝아지기를 기다려 보는데 잔뜩 흐린 하늘에 오후에는 비까지 내린다는 예보가 있으니 빛 고운 맑은 하늘을 보기는 그른 것 같다. 지켜질지는 모르지만, 기록을 위한 꼭 필요한 몇 장의 사진만 담고 개심사에 왔으니, 마음을 여는 데 집중해 보려 한다.
 
개심사 전경
▲개심사 전경
 
개심사에는 볼 것도 많다.

개심사는 규모로는 그다지 크지 않은 절집이지만, 볼거리가 많은 것 같다. 경내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직사각형의 연못인데, 아마도 창건 당시부터 있었을 것 같은 이런 형식의 연못을 전형적인 백제계 연못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연못 가운데 놓인 외나무다리를 건너면서 마음 비추고 마음 닦으라는 의미에서 '경지(鏡池)'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올해는 그 부르는 이름이 무색하게 녹조가 잔뜩 끼어 있고 연못 위에는 나뭇잎을 피워 올리기 좋은 오월임에도 미동도 하지 않고 겨울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머지않아 붉은 꽃을 피워 백일 동안 간직할 범상치 않아 보이는 굵은 배롱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개심사 연못
▲개심사 연못
 
범종루로 들어서다 보면 ‘상왕산개심사(象王山開心寺)’라고 적힌 장중한 힘이 느껴지는 현판이 보인다. 아마도 이런 글씨체를 진서체라고 하는 모양이며, 이 현판은 일제강점기 때 명필이었던 김규진이라는 분의 글씨라고 한다.
 
개심사 안양루
▲개심사 안양루
 
이 현판이 달린 안양루 앞의 범종루와 유명한 심검당의 기둥은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사용하여 자연스러움을 살린 곡선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지금 보아도 파격인데, 당시에는 놀라운 일대 사건은 아니었을까 싶다. 끝내 이렇게 만들고야 만 누군지 모를 그분은 아마도 천재가 아니었을지.
 
개심사 범종루 1
▲개심사 범종루 1
 
개심사 범종루 2
▲개심사 범종루 2
 
심검당과 대웅보전은 사진으로 담고 싶었으나,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등을 달아 놓은 쇠파이프가 앞을 막아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
 
개심사 심검당(측면)
▲개심사 심검당(측면)
 
개심사 심검당 화단에 핀 붓꽃
▲개심사 심검당 화단에 핀 붓꽃
 
그러더라도 보물 143호인 대웅보전은 단정한 장대석 기단에 자연석을 주초로 하여 1484년에 만들어진 몇 채 남지 않은 조선 초기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3칸의 앞뒤로 조금 긴 장방형 9칸 다포건물이다. 주심포계에서 다포계로 이전해 가는 과정의 절충 형식이라는 데 높은 가치가 있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 백과'에서
 
대웅보전 마당을 나와 무량수각 옆으로 나오면 한창때를 지나 색도 바래고 꽃망울도 쪼그라들었지만, 그래도 볼 만한 겹벚꽃이 남아 있고, 명부전 앞에는 이곳에만 있다는 청겹벚꽃이 있다. 사람이나 꽃이나 생명이 있는 많은 것들은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 아름답다.
 
개심사 겹벚꽃
▲개심사 겹벚꽃
 
개심사에 왔으니 마음을 열어보자 사진
 
개심사에 왔으니 마음을 열어보자 사진
 
개심사에 왔으니 마음을 열어보자 사진
 
개심사에 왔으니 마음을 열어보자 사진
 
개심사에 왔으니 마음을 열어보자 사진
 
불과 열흘 전 절반 정도밖에 피어나지 않은 겹벚꽃을 만났었는데, 비가 내린 지 한참 지난 가뭄의 영향일까. 올해는 조금 일찍 시들어 버린 것 같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은 사람들은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
 
개심사 겹벚꽃
▲개심사 겹벚꽃
 
개심사에 왔으니 마음을 열어보자 사진
 
개심사에 왔으니 마음을 열어보자 사진
 
개심사에 왔으니 마음을 열어보자 사진
 
명부전을 지나 산신각으로 오르는 길목에 출입을 금한다는 표시와 함께 '그대 발길을 돌리는 곳입니다'라고 적힌 기와장이 놓여 있다. 경허당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니 이곳이 그 유명한 경허 스님이 이 절에 계실 때 머무셨던 곳인 모양이다. 괜히 몸가짐이 조심스러워진다.
 
개심사 경허당
▲개심사 경허당
 
경허당에서 잠깐 산길을 오르면 보이는, 낮은 돌담 위에 기와를 올려놓은 담을 두른 산신각은 작지만 예사롭지 않은 단단한 기품이 느껴지고 산신각 맞은편 전망대로 오르는 길 건너 나무와 나무 사이로 보이는, 그다지 크지 않아 거부감이 없는 검은 기와지붕과 용마루 곡선들이 주변 연둣빛 나뭇잎들과 어우러진 절집 풍경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개심사 산신각
▲개심사 산신각
 
나는 이곳에서 유홍준 교수가 나라 안에서 5대 명찰 중에 하나라고 평가하면서 이 절집을 ‘개가 턱을 앞발에 묻고 한가로이 낮잠 자는 듯한 절’이라고 평한 ‘개가 낮잠 자는’ 모습을 본다. 그러고 보니 그 비유가 참으로 절묘하고 기가 막힌다고 동의할 수밖에 없다. 제일 앞쪽에 있는 범종루와 안양루가 앞발에 해당하고 그나마 우뚝한 대웅보전이 머리, 무량수전과 명부전은 몸통, 산신각이 꼬리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산신각에서 본 개심사
▲산신각에서 본 개심사
 
이곳에서 30분 정도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는 모양이다. 전망대에는 또 무슨 풍경이 펼쳐질까 궁금한 나는 연분홍 산철쭉이 피어난 길을 따라 올라본다. 땀이 나기 시작할 무렵 도착한 전망대에는 당진 장승배기에서부터 예산 독고개까지 이어지는 37.9km '내포문화숲길'의 개심사 구간이고 '서산아라메길' 구간이기도 한 모양이다.
 
전망대에서 본 내포문화숲길 안내판
▲전망대에서 본 내포문화숲길 안내판
 
다시 돌아온 개심사에는 늦은 겹벚꽃을 보러온 사람들이 늘어났고, 대웅보전과 심검당에 둘러 다시 사진기를 들어 이리저리 돌려본 나는 셔터를 누르지 못하고 연못 위의 배롱나무가 꽃을 피울 때를 기약하면 산문을 나와 세상 속으로 휘적휘적 걸음을 옮긴다.
   
☞ 개심사

-소재: 충남 서산시 운산면 개심사로 321-86
-문의: 041-688-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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