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서산 문수사의 왕벚꽃터널을 걸으니 송이송이 어우러진 왕벚꽃들이 우산이 되어주는 낭만의 시간들을 곱게 담아 왔습니다. 개심사의 신기한 청벚꽃에 매혹되었다면 고즈넉한 문수사의 진분홍 왕벚꽃은 수줍은 듯하면서도 화사하여 문수사를 찾는 걸음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버스를 타고 출사를 갔기 때문에 주차장까지 들어올 수 없었는데요, 문수사로 오는 길엔 왕벚꽃이 양쪽으로 피어 지루하지 않게 걸어 올라올 수가 있었어요. 소형 주차장 앞에 바로 문수사의 일주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주문으로 들어가나 우측 길로 돌아가나 한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봄비가 살짝 내리지만 그냥 걷기에 오히려 운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문수사는 처음 만남이지만 왕벚꽃 때문인지 왠지 낯설지가 않네요. 무슨 꽃이든 꽃은 시기와 날씨를 잘 맞추어야 꽃의 속살까지 아름다움을 느낄 수가 있는데 사실 그 시기를 맞추기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주먹 만한 왕벚꽃이 하늘을 덮고 꽃터널에서는 꽃만큼이나 화사한 여인들의 자유스러운 웃음소리가 왕벚꽃을 춤추게 합니다. 파란 하늘은 아니어도 햇살은 없어도 문수사의 왕벚꽃은 연인들의 마음을 빼앗아 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늘 그렇지만 혼자의 모습보다는 이렇게 둘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봄비가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고 진분홍 왕벚꽃이 자동으로 우산이 되어주는 꽃길은 낭만입니다.


 

 
문수사의 확실한 창건 연대 기록은 전하지 않지만 1973년 극락실전 내에 안치된 금동여래좌상에서 발견된 발원문에서 고려제 29대 충목왕 2년(1346)이란 기록이 있어 고려 때 창건된 사찰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문수사 극락보전 앞마당에는 옷을 벗어 놓은 듯 마알간 배롱나무 가지가 꽃을 피우듯 부처님 오신날, 석가탄신일을 맞아 다양한 연등을 걸어놓아 또 다른 멋스러움이 느껴집니다.





봄비가 오락가락하며 연둣빛 신록이 나풀거리는 날, 마음 한구석 지울 수 없는 추억의 흔적이 이럴 일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이 있지요. 오늘이 바로 그런 날 같습니다. 이 연인의 마음도 저와 같으려나요.





세상 이치의 기본이 되는 원리는 영원하지 않는 것처럼 화무는 십일홍, "열흘 붉은 꽃은 없다"라고 하지요. 그러나 왕벚꽃은 홑벚꽃보다 더 오래가는 것 같고 특히 여름꽃은 강인해서 그런가 오래도록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서산 문수사는 올봄의 마지막 왕벚꽃 여행지였는데요, 꽃비가 휘날리는 꽃길을 걸을 수 있는 아담하고 고즈넉한 절집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문수사입니다. 주변에는 개심사, 해미읍성 등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알찬 여행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