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은 예당호숫가에는 미루나무가 연두색 잎사귀를 틔우며 아름다운 봄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간간이 눈에 들어오는 좌대는 강태공들이 찾는 쉼터이기도 하다. 예당호는 우리나라 최대의 저수지로 무려 330만평이나 된다. 올해부터 개방한 예당호 트레킹코스 5.4km의 수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바라본 예당호는 더 없이 광활하고 멋있다. 예당호는 예산 10경 중 5경에 해당하는 곳으로 인근에 봉수산 휴양림과 대흥슬로시티, 광시 황새공원을 비롯 하루를 묵으며 1박 2일 코스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오토캠핑장도 있다.
 


예당호 수변 산책로는 대흥면 응봉삼거리에서 시작하여 올 4월6일 개장한 출렁다리 쪽으로 걸어가며 호수의 풍경을 조망하며 걷기에 좋은 코스다.



낚시터 좌대 옆에 자생하는 미루나무는 봄 산란기에 물고기들이 나무 밑으로 몰려와 알을 낳는 곳이기도 하다. 원래 예당호는 1929년 이전까지만 해도 대흥면에서 큰 마을을 이루고 오일장이 서던 곳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예산과 당진에 농수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축조하기 시작하여 1964년에 완성한 인공저수지다.

 
예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수변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친구 혹은 연인, 동료들과 정다운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우측 저 멀리 바라보이는 산은 해발 484m 높이의 봉수산으로 백제 부흥군이 나당연합군에 대항했던 마지막 장소로 알려져 있다. 봉수산 자락에는 예산군에서 운영하는 휴양림과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봉수산에는 600년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패한 후 의자왕의 조카 복신과 승려 도침, 흑치상지가 백제 부흥운동을 펼친 임존성이 있다. 임존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예당호의 풍광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봉수산 아래의 대흥슬로시티는 마을의 꼬부랑길을 걸으며 자연과 마을의 운치를 느끼고 느림의 미학을 체감할 수 있는 곳이다.





 


1300년 전 봉수산을 근거지로 삼아 나당연합군과 맞서 싸우던 백제 유민을 공격하기 위해 산 아래까지 배를 타고 온 소정방이 배를 묶었다던 '배멘나무'가 아직도 마을에 남아 슬픈 역사를 전한다. 봉수산에는 그때 죽어간 이들의 넋을 달래는 사찰 대련사가 있다. 지금은 평화로운 가운데 호수를 따라 걸으며 자연의 모습을 즐기지만 그 당시에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였던 곳이 바로 이 일대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오늘 우리가 노니는 이 쉼터가 누군가의 피와 땀, 눈물 위에서 다져졌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저 먼 시대의 백제 이야기 말고도 1970년대 달밝은 밤 이 호수에서 한창 청춘이던 고등학생들이 배를 타고 놀다 무게를 견디지 못한 배가 전복돼 억울한 생명들이 숨져갔던 안타까운 사고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이 저수지를 만들 때 수백년 동안 조상들이 지켜온 문전옥답을 버리고 떠나야만 했던 이들의 한맺힌 눈물과 애환에 대한 이야기 또한 있다.



호수 위로 늘어진 만개한 벚꽃의 영화가 잠시뿐이듯 우리네 삶도 영원하지 않으며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어져감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예당호 산책의 시간은 과거 역사를 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성찰하며 미래의 꿈을 그리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수변산책로를 따라 한참 걷다 보면 출렁다리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