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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 문제, 일자리 나누기로 풀어야

칼럼 - 이기훈 충남대학교 교수

2018.11.27(화) 12:47:43도정신문(deun127@korea.kr)

실업 문제, 일자리 나누기로 풀어야 사진


노동강도 세지면 실업난·경제난 심화 불러
노동시간 40시간으로 줄여야 노동효율 개선돼

 
예년 이맘 때 쯤이면 취직했다고 인사 오는 학생들이 꽤 있었는데, 이번 학기는 아직이다. 수업 분위기도 4학년 과목이 제일 썰렁하다. 졸업은 임박했는데 오라는 데는 없고, 부모님들 얼굴보기도 민망하여 대부분 풀 죽은 모습들이다. 곧 졸업하면 대부분 공시족이나 취업 재수생이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우리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하면서 웬만한 직장에 취업하는 비율은 50%도 되지 않을 성 싶다. 취업 절벽이라는 데 절벽도 이런 절망스런, 원망스런 절벽이 있을까?
 
‘이게 나라냐’ 소리가 절로 나온다. 청춘이 아프면 부모 가슴은 피멍이 들고 나라는 미래가 암울해진다. 그런데도 청년 실업은 오히려 나빠질 가능성만 더 많아 보인다. 졸업할 학생들은 자신도 걱정이지만, 신입생들이나 후배들 보면 더 한심스럽다고들 한다. 그들이 보기에도 갈수록 취업난이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모양이다.
 
요즘 사방에서 걸핏하면 4차 산업 혁명이 살 길이라고 외친다. 언제 산업혁명이 그동안 세 차례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4차 산업혁명하면 일자리 문제가 좀 나아질 것인가?
 
불행히도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기술진보로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직업이 많이 생겼고, 또 생길 것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인구가 농업에 종사했지만, 점차 공장으로, 다시 상가, 사무실로 바뀌었다. 트랙터, 포크레인, 컴퓨터, 인터넷, 이메일, 카톡, 이동 전화, 자판기 등 새로운 기술 때문에 먹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타이피스트, 전화교환수, 속기사, 인쇄공, 식자공 등 없어진 직업은 훨씬 더 많다. 더구나, 포크레인 기사 자리 하나 늘면 삽질하는 사람은 백 명이 준다.
 
더구나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다. 종래에 바둑이나, 의료계에서 CT나 초음파를 판독하거나, 새나 사람을 인식하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알파고가 보여줬듯이 인공지능의 진화는 인간의 처리능력을 뛰어 넘고 있다. 이제 온 데 신경 써야 하는 운전에서부터 골치 아픈 기업 회계업무, 산더미 같은 법전을 뒤져야 하는 판검사 변호사, 깨알같은 별자리 쳐다보는 일 등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은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기술진보가 바람직하지만 일자리를 늘려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돌이켜보면 일자리 부족 문제, 특히 청년 취업 절벽 문제는 1997년 말의 외환위기가 발단이 되었다. 구조조정, 명퇴, 상시감원으로 사람을 내보내고, 충원은 하지 않고, 남은 사람의 업무는 가중되었다.
 
즉 두 세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하게 된 셈이다. 그래도 남은 사람은 안 짤린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저녁 없는 삶이라도 감지덕지하는 풍토로 바뀐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인력은 준 대신에 노동시간이 길어지고, 노동 강도는 훨씬 더 강해진 것이다. 덕분에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현금자산이 급증, 2016년 기준으로 595조에 달하게 되었다.
 
이제 이런 풍토부터 바꿔보자. 쓰던 사람을 내보내고, 남은 사람에게 일을 몰아주어 노동 시간이 늘어나고, 노동 강도가 세어지는 현재의 방식은 실업난을, 경제난을 심화시킬 따름이다.
 
그러니, 살인적인 노동 시간을 줄이자. 주당 60시간을 48시간으로 줄인 것도 과하다고 아우성치지 말고, 정말 근로기준법대로 40시간으로 줄여보자. 이보다 더 줄이면 더 줄일수록 더 좋다고 본다. 당연히 노동 강도가 줄고, 노동 효율은 올라가지 않겠는가. 고용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본다. 이것이 다름 아닌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이다.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랜드, 덴마크, 핀란드 같은 나라의 주당 근로시간은 30시간 정도다. 그런데 국민 소득은 일인당 8만 달러를 넘나든다. 근로 시간이 아니라 근로 효율로 승부하기 때문이다. 줄여야 같이 살고 더 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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