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유일하게 논 옆에 평상이 하나 있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다 쉬어간다. 찌는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다들 밖으로 나와 평상부터 찾는다. 각자 손에 먹을 것을 가지고 오니까 이것저것 많기도 하다. 냉면도 배달해 먹고 여러 가지 음식이 이곳에 오면 지천이다. 또 맛없는 것도 여럿이 먹으면 더 맛있다.
회관까지 가기에는 멀고 너무 더워서 밥도 못해 먹겠단다. 평상에 앉아 있노라면 가끔 한 번씩 선들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스치고 지나간다. 어느 날 할머니 한 분이 밥맛이 없어서 두 끼를 굶었다고 하시니까 이웃 젊은 댁이 보리밥에 황발이, 무, 짠지, 오이김치, 늙은 호박 지지고,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았다. 밥맛 없다던 할머니 군침을 삼키면서 밥을 고추장과 황발 이를 넣고 비빈다.
그리고 얼마나 맛있게 잡수시는지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지만 더위도 잊은 채 양푼에 숟가락질만 한다. 다음 날 아들이 어머니 잡수시라고 이것저것 사왔지만 어제 먹은 보리밥만 못하다고 하면서 보리밥 먹고 입맛 찾았다고 하시더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시장에 가면 황발이도 많았는데 요즘은 잡는 이가 없어서 어쩌다 한 번씩 나온다. 값도 1킬로에 이만 오천 원 비싸지만 옛날 입맛을 생각해서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불티나게 팔린다. 옛날에는 쌀이 귀해서 먹고 요즘은 웰빙 시대라고 보리밥을 먹는다. 사먹는 보리밥보다 오늘 먹은 것이 왠지 더 맛있단다. 요즘은 쌀값보다 보리쌀값이 더 비싸다. 보리쌀 값이 비싸서 안 먹는 사람도 있고 옛날 먹고 살아온 것이 질려서 싫단다.
평상에 앉아서 놀면 해는 어느덧 지고.
요즘 몸값 톡톡히 하는 황발이
순꽁보리밥에 황발이를 찢어 넣 비비야 제맛이 난다고.
밥숟가락은 이렇게 커야 된다고
집밥보다 들밥이 맛있다고 양푼에 비벼서 컵에 담아 먹어도 맛있다는 할머니들, 찬은 별루여도 이렇게 모여서 먹는 밥은 꿀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