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군청 신청사 앞에는 커다란 꽃밭단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올봄에는 빨간 꽃양귀비가 군락을 이루며 사람들 시선을 끌었고, 지금은 형형색색 백일홍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올가을에는 어떤 꽃이 주인공이 될지 궁금합니다.
▲ 예산군청 신청사 앞 꽃밭단지에 핀 백일홍
꽃밭단지를 지나 조금 위쪽으로 올라오면 작은 연못 같은 공간이 보입니다. 수시로 공간정비를 하는 것을 보면 일반 연못은 아닌 듯 싶습니다. 정확하게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 잘 모르겠지만, 자연생태 관점에서 볼 때 확실한 점은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읍내 도심부에서 생물이 서식하고 이동하는 데 도움이 되는 비오톱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 예산군청 앞 연못 같은 공간
초여름이 다가오는 때, 이곳을 지나치다가 여기서 물을 마시는 제비 한 마리를 봤습니다. 한번 들여다보고 지나치려는 우리가 흔히 보는 제비와 조금 모습이 다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예전에는 흔했지만 지금은 그 수가 줄어들고 있어 보기 힘든 귀제비였습니다. 귀제비가 어디서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을 마시러 이곳까지 찾아오는 모습을 보고 나니, 이 공간이 주는 의미가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 이 곳에서 만난 여름철새 귀제비
인근 예산천에서도 만날 수 있는 여름 철새 할미새 친구들도 이곳을 찾는 단골손님입니다. 수면 위를 자세히 보면 수많은 곤충이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새들의 훌륭한 먹잇감이지요. 노랑할미새와 알락할미새가 먹이활동을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 먹이활동을 위해 이곳을 찾는 할미새 친구들 - 노랑할미새(위), 알락할미새(아래)
깨끗한 물가에서만 산다는 물까치들도 이곳을 열심히 드나듭니다. 역시나 먹을거리를 찾아 활발하게 왔다 갔다 합니다. 아직 예산군 읍내 자연환경이 살아있는지 물까치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 곳에서 만난 물까치
우리나라 유일한 텃새 오리인 흰뺨검둥오리도 여름철에 쉽게 만날 수 있는 생물종 중의 하나입니다. 어떨 때는 무리를 지어 찾아오기도 하고, 어떨 때는 한 두 마리씩 찾아오기도 하지요. 사람들 발길이나 차 소리에 괘념치 않고 유유히 헤엄을 치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 이 곳에서 만난 흰뺨검둥오리
이번에는 어떤 곤충들이 있는지 살짝 살펴봅니다. 수많은 잠자리 떼 중에서 한 마리가 저에게 접근을 허락합니다. 밀잠자리가 물가 옆 풀밭으로 이동해 잠시 휴식을 취하네요. 나비들도 종종 모습을 보이는데 오늘은 암먹부전나비가 이곳을 찾았습니다.
▲ 이 곳에서 만난 밀잠자리(위), 암먹부전나비(아래)
우리 눈으로 보면 아무 쓸모 없고 비어있는 곳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야생동물에게는 물과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공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생명에 대한 이해를 하고 이 공간이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