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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현수막은 다 어디로 갔을까

칼럼 -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

2018.06.18(월) 23:39:47도정신문(deun127@korea.kr)

그 많던 현수막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진


온 세상이 선거 현수막과 벽보, 유세차량과 선거운동원으로 뒤덮였던 지방선거가 끝났다. 한동안 누가 당선됐고 누가 낙선했는지가 세간의 이야깃거리가 되겠지만, 환경운동을 하는 나로서는 선거운동으로 인한 공해로부터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 많던 선거홍보물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대표적인 선거홍보물은 현수막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에 걸린 지방선거 현수막은 총 13만8192장이다. 10m 안팎인 현수막을 이으면 1382㎞, 개당 제작비 10만원을 기준으로 138억 원, 무게는 개당 1.5kg으로 계산하면 210톤 규모라고 한다. 당선과 낙선 인사, 정책이나 인물을 비교하여 홍보하는 현수막, 예비후보선거운동기간의 현수막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이다. 게다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거는 현수막 양도 만만치 않다. 선거가 끝난 뒤 이 현수막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폐현수막은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현수막 처리비용도 어마어마하거니와 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까지 생각하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거운동원들이 착용하는 옷과 소품은 또 어떤가. 정당과 후보를 알리기 위해 시군의원후보는 후보 1명 당 8명, 시장군수후보는 후보 1인당 20명까지 선거운동원들을 모집할 수 있다. 정당이나 후보 지지자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선거 특수 ‘알바’이다. 정당명이 적힌 형형색색의 티셔츠는 13일 간 사용되는 일회용품일 뿐이다. 선거운동기간이 한여름인지라 최근에는 장갑과 모자, 수건까지 등장했는데, 이 역시도 다시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다른 공해는 소음이다. 사람들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후보들이 마이크를 들고 유세를 하거나 유세차량으로 로고송을 틀어놓는다. 정책도 없이 무조건 지지를 호소하는 것도 들어주기 어렵지만 아침 일찍부터 늦게까지 쿵쾅대는 소리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초래한다. 지난 주말 천안 어느 번화가를 지나는데, 목 좋은 자리에서 선거차량 두세 대가 동시에 경박한 로고송을 내보내고 있었고 한 후보는 소리를 지르며 선거유세를 하고 있었다. 로고송은 여러 곡이 뒤섞여 기묘한 소음이 되었고 유세내용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너무도 교육적이지 않은 도교육감후보의 선거운동이었고 너무도 도민 마음 모르는 도지사후보의 선거운동이라 무안할 지경이었다. 하도 시끄러워서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했더니 선거법에 소음규제 조항은 없다는 책임 없는 답이 왔다.
 
선거기간 동안 내 손에 들어온 명함만 해도 스무 장은 족히 된다. 똑같은 후보명함을 두 번 이상 받은 적도 있다. 
 
유권자에게 배포되는 공보물은 후보당 최대 12면까지 만들 수 있는데, 정책보다는 이미지, 팩트보다는 홍보에 많은 지면이 할애된다. 돈 있는 후보와 돈 없는 후보 혹은 원내 정당과 원외 정당의 (빈부)격차로 인해, 6면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 1면도 못 만드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전화와 문자.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원들의 전화나 문자가 하루에도 몇 통씩 온다. 후보가 워낙 많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이 사람들이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 불쾌감이 든다.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나 무관심은 이런 일방적인 물량공세에서 비롯된 건지도 모르겠다.
 
최근 선거현수막을 재활용해 가방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선거에서 발생되는 쓰레기와 그 처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애초에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선거는 불가능할까? 현재의 복잡한 선거법도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다.
 
시대에 맞는 선거운동규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선거구별 읍면단위 정책토론회를 의무화하거나 전과 유무 등 합리적인 후보 검증절차가 있다면 ‘물량’이 아닌 ‘정책’ 선거가 가능하지 않을까? 근본적으로는 유권자들이 후보가 아닌 정당에 투표하고 정당이 얻은 득표율만큼 의원을 배정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제대로 된 정책을 담보하고 쓰레기도 만들지 않는 대책일 수 있겠다.
 
이번 선거를 통해 선거제도가 환경오염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선거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서 나는 환경운동의 일환으로라도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좋은 정치인과 정당을 지지하고 또 감시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다음 총선에서는 ‘선거공해’를 만들지 않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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