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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 경청하는 리더를 찾아보자

칼럼 - 백진숙 언론학박사, (사)한국지역복지정책연구회 수석연구위원

2018.06.05(화) 00:47:35도정신문(deun127@korea.kr)

정치의 계절, 경청하는 리더를 찾아보자 사진

 
젊은 군주였던 세종의 과제는 나이가 많은 신하들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이었다. 세종이 즉위해 처음 한 말은 “사람을 쓰는 문제에 관해 의논하자”였다. 사소한 일에도 “의견은 어떠한가?” 라며 묻고 이렇게 답했다. “너의 말이 참으로 옳고 아름답다.” 신하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의견을 부지런히 묻고 경청하며, 수시로 토론하다가도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곧바로 해당 부처에 명을 내려 시행하도록 조치했다.
 
인재를 등용할 땐 신분, 가문, 학파, 지역 등을 따지지 않고, 몸가짐이 바르고, 선비로서 우뚝한 행실이 알려지며, 백성들이 신뢰할 좋은 사람을 뽑으라고 했다. 직언할 수 있는 인재인가 아닌가를 무엇보다 중시했다.
 
세종은 그 인재들이 신명나게 일하게 하는 데 뛰어난 능력이 있었다. 역사에 남을 훌륭한 인재들이 유독 이때 많이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세종은 백성이 굶주리자 조세 제도를 바꾸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선비들의 의견을 듣기위해 과거시험 문제로 개선책을 물었다. 재정을 관리하던 호조에서 중국 공법을 건의하자 “관리는 물론이고, 백성 모두의 의견을 물어라.” 관료들은 다섯 달 동안 17만이 넘는 당시 인구 4분의 1을 만났고, 그 결과는 찬성 57, 반대 43퍼센트였다. 찬성이 많았으나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공법을 시행하지 않고, 6년 후 세종 26년에 시행되었다. 무려 17년이 걸린 셈이다.
 
재난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백성의 소리를 가장 가깝게 경청할 수 있는 곳으로 갔다. 가뭄과 역병으로 고통받는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의지였다.
 
경청의 청(聽)은 ‘왕처럼(王) 듣고(耳), 열 개의(十) 눈(目)으로 보며, 하나의(一) 마음(心)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왕처럼 커다란 귀를 가지고 상대의 말을 집중해서 들어야 하고, 상대를 바라보는 것은 물론 표정과 바디랭귀지를 살펴야 말 속에 숨겨진 뜻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상대와 하나의 마음이 될 수 있도록 공감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기가 힘들다. 타고난 뇌의 생리적인 구조 때문에도 그렇다. 사람은 보통 1분에 200~250단어의 말을 하는데, 우리 뇌는 그보다 4배 많은 정보처리 능력이 있어 귀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고도 시간이 남으니 자연히 다른 곳으로 생각이 분산된다. 이것이 바로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기 어려운 이유다. 요즘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에서, 수업시간에도 더 재미를 주는 스마트폰에 유혹되는 건 당연하다 생각하게도 된다.
 
그래서 경청은 대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습관이 되기까지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경청의 비법은 상대방에게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의식적으로 집중을 해야 가능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연애할 때처럼 상대의 말에 경청할 수 있다면 갈등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청은 3단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청각기관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그대로 감지하는 소리듣기(hearing) 단계이다. 즉 ‘아기가 웃는구나!’처럼 단순 듣기이다. 두 번째는 의미듣기(listening)로, ‘아기가 웃는 걸보니 기분이 좋구나!’처럼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 듣는 것이다.
 
최상의 경청은 공감하며 듣는(attentiveness) 단계이다. ‘아기가 까르르 웃는 걸보니 기분이 좋구나! 성장하면서도 매일 웃도록 행복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경청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인간적으로 존중함은 물론 그의 감정, 사고, 행동을 평가, 비판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 등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솔직하고 성실하게 표현하는 태도를 말한다. 경청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 공감하며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가치, 도덕관 등의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지 않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다.
 
다시금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6월13일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번째 선거인 지자체 및 보궐 선거이다. 정치의 기본은 대화이다.
 
그러나 대화를 잘하려면 상대방 의견을 잘 들어야 한다. 문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은 경청이라지만 여타의 정치인을 보면 그들의 ‘국민’은 따로 어디에 있나 싶을 정도로 국민의 말을 듣는 경청의 능력은 아쉽기만 하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은 이제 지도자의 ‘덕목’이 아닌 중요한 ‘기본 능력’이다. 국민들의 말을 경청(傾聽)하고, 경청(敬聽)하는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뽑길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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