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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미학(美學)

칼럼 - 백진숙 언론학박사, (사)한국지역복지정책연구회 수석연구위원

2018.04.16(월) 00:01:43도정신문(deun127@korea.kr)

사과의 미학(美學) 사진


 

4월 봄, 때 아닌 사과가 풍년이다. 붉은 빛이 감도는 맛있는 사과였으면 더없이 좋으련만, 어쩌다 실수한 사람, 잘못한 사람이 그리 많은지, 세상을 향해서, 또 누군가를 대상으로 머리를 조아리는 사과가 여기저기 끊이질 않으니 안타깝기 그지없을 뿐이다. 

 

 

사과(謝過)는 말 그대로 지난 일에 대해 사례하는 것이다. ‘사례할 사()’는 ‘말()’과 ‘몸()’ 그리고 ‘마음(: 마음이라는 의미도 포함)’을 모두 합한 글자다. 과는 재앙 화로 이해되기 때문에 결국 지난 잘못을 의미한다. 그렇게 보면 ‘사례‘는 단순히 ‘죄송합니다.’라는 말로만 전하거나 몸으로 때울 수 없는, 말과 행동을 모두 다하되 말하는 이의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과는 영어권에서는 사과, 유감을 의미하는 apologize(사과하다), regret(유감으로 생각하다), sorry(미안하다) 등이 사안에 맞게 선택하여 사용된다. 구분 기준은 법적 책임의 문제로, apologize는 법적 책임과 재정적 보상을 수반하는 가장 강도 높은 단어이고, regret는 법적 책임을 수반하지 않으며, sorry는 그보다 미약한 단계이다.

 

반면 동양권에서는 법적 처벌이나 책임의 사과를 의미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의 경우 수사학적 의미에서 apologize를 의미하는 단어는 없으며, 따라서 법적 책임과는 관련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안하다’, ‘죄송하다’, 사과한다‘는 말은 상황이 포괄적이며, 책임소재와 항상 관련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모두 관습적, 상식의 차이가 사과의 언어에서도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사과를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은 꼭 갑을 관계가 아니어도 발생하지만 적어도 사과를 하는 입장과 받는 입장은 관계가 무엇보다 명확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사과는 피해자가 가장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어야 한다.

 

, 사과는 피해자에게 우선적으로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지 매체를 통해서, 일반 대중에게 하는 사과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누군가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누군가에게 잘못을 저질렀다는 의미이고, 누군가는 물질적,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재판을 할 때도 피해보상의 여부와 합의라는 명목으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사과를 받아들였는지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는 이유와 동일하다.

 

사과를 하는 사람은 받는 사람에게 사과를 수용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물론 미안하다는 말은 어찌 보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말이다.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진정성 없는 사과는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진심을 담아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한다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납득할 수 없다면 사과라고 할 수 없다. 또 주변에서 ‘웬만하면 받아주지’라는 말을 쉽게 꺼내서도 안 된다. 실제 피해와 상처를 입은 사람의 마음은 누구도 동일하게 이해할 수는 없음은 분명하다. 적어도 사과에 있어서만큼은 사과를 받는 사람이 갑의 위치에 있고, 사과를 하는 사람이 을의 위치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사과를 받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사과전략은 무엇인가?

 

먼저, 사과는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하는 사과에 대해서는 마지못해 하는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개인에 대해서는 분노가, 조직에게는 진정성을 의심받는 꼼수가 느껴지게 마련이다.

 

두 번째 진실성이 담겨있어야 한다. 진실성이 느껴지려면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말하긴 쉽지 않으나 거짓말을 하거나, 구구절절 변명하거나, 핑계를 대거나, 3자의 환심을 사려고 과시하거나, 동정심에 기대는 말은 전혀 아닐 것이다. 가끔 정치인이나 기업의 사과문에서 흔히 보는 ‘관행이다’ 라거나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다’라는 등의 말은 안하느니만 못한, 진실성이 의심되는 사과이다. 진실한 말 한마디는 개인과 조직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에 대한 물질적,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책임감이 충분히 느껴져야 한다. 특히 개인적이든 공식적이든 사과를 할 정도의 사람이나 조직에 대해서 사람들은 보다 책임 있는 대안제시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안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피상적이고 도의적인 책임표명보다 문제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사과당사자의 철학과 신념을 사람들은 더욱 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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