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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에도 ‘미 투(Me too)’와 ‘위드 유(With you)’가 필요한 이유

칼럼 -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

2018.03.07(수) 11:52:05도정신문(deun127@korea.kr)

환경문제에도 ‘미 투(Me too)’와 ‘위드 유(With you)’가 필요한 이유 사진

 

지역에서 4년째 환경운동을 하다 보니 환경문제를 넘어 별별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일이 다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년 가까이 채굴해 이제는 맥이 끊겨버린 산, 대도시에서 오는 막대한 쓰레기를 떠안아야 하는 시골마을, 축사 악취와 오염으로 수십 년 간 고통을 당하고도 또 축사가 지어지는 걸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노인들, ‘슬로시티’라고 지정해놓고 신규 고속도로를 만들며 ‘패스트시티’를 조장해 주민을 우롱하는 행정, (자연발생) 석면지대에 살아온 것도 서러운데 철도공사를 한다고 석면광산에 터널까지 뚫으며 민-민 갈등을 야기하는 개발사업...

환경운동을 한답시고 지역 곳곳을 돌아다녔기에 지방 중소도시의 환경적 취약성과 제도의 부조리함에 대해 알게 되었지 안 그러면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문제만큼 안타까운 일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파괴와 오염이 주로 인구가 적은 면 단위 시골지역에서 일어나고 마을구성원 대부분은 노인이라는 점이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은 이런 일에 팔 걷어붙이고 나설 기력도 없으시거니와 “지금껏 그래왔는데 이제 살면 얼마나 더 살겠다고...” 하고 체념하시는 편이다. 그나마 젊은 층이라 불리는 5, 60대나 귀촌인들이 환경단체에 지역의 환경문제를 문의하지만 패배적인 태도다. 어차피 목소리도 크지 않고 힘없는 사람들이 얘길 해서 무슨 소용이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피해를 입으면서도 꾹 참고만 있으면 꼬리를 물고 또다른 문제가 터지거나 더 큰 피해에도 무감해진다. 똑같은 문제가 바로 옆동네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예산군 대술면 채석단지는 20년 채굴로도 모자라 10년 연장허가를 앞두고 있다. 능선이 사라지고 산맥이 끊겼는데도 앞으로 10년 더 돌과 흙을 퍼다 쓴다는 것이다. 그간 주민들은 괜찮아서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다. 소음과 먼지 피해를 겪으면서도 어차피 벌어진 일이고 지역 세수에 도움이 되는 업체라기에 참고 살았던 것이다. 하루 여섯 번 발파로 집이 흔들리고 먼지 때문에 빨래도 못 너는 삶을 10년 더 연장해도 될까. 토성산과 안락산이 사라져도 예산군민은 괜찮은가. 산에 깃들어 살던 새와 짐승, 나무와 벌레들의 살 곳이 사라지고 생태계가 파괴된다면 그것은 지역의 문제를 넘어선다.

 

그런 의미에서 주민들은 마을에서 겪고 있는 문제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환경단체는 물론 행정이나 언론에도 적극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환경운동판 ‘미 투(Me too)’운동이랄까. 법적으로 따질 수 없고 당장 해결방법이 없더라도, “도시사람들이 만든 쓰레기는 도시에서 처리하라고 혀. 내가 평생 가꾼 논밭을 쓰레기장으로 만들 수는 없지., “헬기장 소음 때문에 우리 동네 사람들 청력이 죄다 약해졌다구. 이제 좀 먼 데로 이전해., “아이구 똥냄새! 20년 동안 맡고 살았지만 이제 더는 못 참아!” 이렇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충남도민 인권선언 제9조 환경에 관한 권리>에는 “충남도민은 오염되지 않고 건강한 환경을 누릴 권리가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나랏일이라고 해서 혹은 대기업이라고 해서 이런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 해 당진에서는 주민과 시민단체, 행정의 노력으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막아냈다. 충남 서해안지역에는 전국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 이상이 밀집해있는데 당진만 문제였을까? 보령, 서천, 태안에서도 더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안 된다고 ‘미 투(Me too)’해야 한다.  아울러. 충남도민들은 석탄화력발전소 없는 동네에 살더라도 미세먼지, 송전선로, 화석연료 고갈에 대한 공동피해자로서 이제는 ‘위드 유(With you)’ 해야 한다. 핵발전소는 충남에 있지도 않지만, 어디서든 사고가 나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사고에 충분히 ‘위드 유(With you)’ 하지 않아 국내에 신규 핵발전소가 생기고 뭇 시민들이 지진과 방사능으로 인한 공포에 시달리는 것이다.

 

4대강사업은 어떤가. 물길이 막혀 강이 오염돼 녹조,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고, 물고기떼가 죽어나가고 수많은 농민이 피해를 봤다. 이것이 4대강 인근 마을과 지역만의 문제인가. 물은 공공재다. 흐르면서 순환해 한때는 내가 마시기도, 한때는 지구 반대편 사람이 마시기도 한다. 이것이 환경문제에 있어 ‘위드 유(With you)’가 중요한 이유이다.

 

환경문제는 누가 알아서 해결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환경문제도 나와 관련 없는 일은 없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환경문제가 있다면 마을 사람들과 의견을 모아 목소리를 내고(Me too), 다른 이웃들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살피고 연대하는 것(With you), 그것이 환경문제 해결의 실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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