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날, 이른 아침은 흐릿한 날씨에 자욱하니 미세먼지일까 안개구름일까?
오랜만에 왕자산을 오르며 겨울의 움츠린 마음을 겨울산행으로 풀고 싶어 찾았다.
상명대학교 천안캠퍼스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이어지는 곳, 매서운 겨울아침 바람이 불어오고, 키 큰 소나무 아래 쉼터 의자에 앉아 헐떡이던 숨도 고르고 따뜻한 물 한 모금 하고 나니 가슴이 확 풀린다.
룰루랄라 걷기 좋은 등산길을 따라 오르고 있는데, 느닷없이 고라니 두 마리가 산자락을 마구 뛰어 내려오더니 나를 보고는 방향을 급히 바꾸어 흩어져 달아난다. 그 사이에 나도 놀라고 가던 길을 멈추고 고라니를 쳐다보았더니 저 멀리 사라져 버리고 어느새 왕자산에 도착합니다.



天下大安 王字山 이라고 새겨진 정상석에는 “고려태조가 군사를 머물러 두었을 때 윤계방이 이곳을 다섯용이 구슬을 다투는 형태라고 아뢰어 보류를 쌓고 군사를 조련하며 왕자산이란 이름을 하사하였다.” 라는 왕자산에 대한 유래가 적혀있다. 

왕자산 정상 주변에도 키 큰 소나무 아래 쉼터의자가 있어서 무더운 여름철에는 더위를 피하기 좋은 곳이지만, 추운 겨울에는 바람막이가 없으니 금방 몸이 식어버립니다. 크리스마스 때는 흰 눈이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정상에서 동북쪽 방향 성거산 정상을 보며 사진을 담고 있는데 낙엽 위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 정상에서 동북쪽 방향 성거산 정상

서쪽 방향으로는 천안 시내가 조망되지만 안개로 희뿌연 모습입니다.


▲ 서쪽 방향으로는 천안 시내가 조망

성거산 갈림길을 지나 유량고개에 도착했을 때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은 언제부터인가 옷은 젖어 있었고 등산길도 조금씩 미끄러웠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 날씨지만 소나무 숲길을 걷는 기분은 상쾌하기만 합니다. 운치 있는 소나무 숲길을 지나 정자를 지나며 모퉁이를 돌아서자 각원사를 알리는 안내 글이 있는 곳,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태조산 정상까지 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각원사로 하산을 합니다.



각원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로 내려서면 커다란 암벽이 나타나는데 암벽에는 3기의 마애불이 부조 되어있는 각원사 마애불(산신기도처)이 나옵니다. 마애불에 대한 안내문이 없어서 역사나 연대는 알 수 없었다.
이곳에서도 많은 신도들이 올라와서 지극정성으로 소원을 빌며 기도처 주위는 항상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다.





각원사로 내려가는 계곡에는 또 정성껏 쌓아 올린 돌탑들이 즐비한 곳으로 5층 석탑도 있어서 필자는 이곳을 제일 즐기는 등산로이기도 합니다.




숲길을 따라 내려올 때는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는 줄 몰랐는데 제법 많은 비가내리는 모습입니다. 각원사 좌불상에 도착했을 때는 비를 피해 처마 아래에서 기도하는 할머니의 모습도 보입니다.



비가 눈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랐지만……겨울비가 이렇게 많이 내릴 것이라고 전혀 예상 못했는데 비를 흠뻑 맞으며 내려와야 했다.

왕자산은 중급코스로 그다지 힘든 코스는 아니다. 시내버스 24번 각원사 종점에 산행 들머리가 있다. 코스는 각원사 종점~왕자산~성거산갈림길~유량고개~각원사마애불~각원사를 날머리로 하면 약 1시간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