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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문득 다가온 겨울, 서해로 식도락 여행 제격

2017.11.19(일) 16:51:05임중선(dsllew87@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쉬어 가는 의미에서 우스갯소리좀 하나만 하자면 필자의 친구 중에는 “비비기 귀찮아서 비빔밥 안먹는다”는 녀석이 하나 있다. 참 무던한 놈이라며 친구들끼리 웃는다.
하지만 비빔밥은 우리의 식생활 중 중요한 식습관 중 하나다.
서양인들은 우리의 비빔밥을 보면서 기겁을 한다고들 한다. 비비기 전에 준비된 정갈하고 예쁘게 차려진 비빔밥의 재료를 본후 그것을 음미하며 먹지 않고 마구 되섞어 어지럽게 해놓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하지만 그건 그네들의 눈으로 본 느낌이고 우리의 유교적 전통, 농경문화의 풍습을 보면 비빔밥은 음식문화에서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유교적 전통에 따라 조상님들께 정성을 다해 음식을 차리고 세사를 지내온게 우리의 효 문화다. 비빔밥은 그렇게 제물로 올린 음식을 나누어 먹는 풍습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농촌에서 새참이나 들밥을 먹을 때도 나물 등의 반찬과 고추장을 두루 섞어 비벼 먹는 등 밥과 반찬을 격식을 차리지 않고 간편히 먹는 데에서도 비빔밥은 친숙하게 다가온다.
 
겨울 진미는 항상 가까이 있다. 찬바람이 불면 식도락가들의 혀도 굼실댄다. 맛과 함께 떠나는 겨울 여행은 포구가 제격이다.
오늘 도민리포터는 문득 다가선 이 겨울에 설렘을 안고 서해로 여행을 떠나볼 참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별미중의 별미, 난생 처음 먹어보는 ‘멍게 비빔밥’을 소개할 참이다. 처음부터 멍게 비빔밥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간게 아니다.
겨울바다 여행중 식당 메뉴에서 만난 별미, 그래서 여행은 ‘이 맛으로 하는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은 기차, 비행기, 배를 타고 멀리 떠나는 것을 먼저 떠올린다. 해외의 유명한 관광지인 중국 장가계, 덴마크의 인어공주 동상, 미국 그랜드 캐년, 파리의 샹젤리제와 몽마르뜨 언덕, 스위스의 알프스 등은 누구나 한 번 꼭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곳들이다.
하지만 이런 곳들도 막상 도착해 보면 실망할 때가 있다. 명성에 비해 ‘여기가 그 곳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 일반적인 풍경에 허무해지고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나기전 엄청난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저 발 닿는대로, 눈에 보이는대로, 사람들을 만나는대로 시간과 공간을 함께 느끼며 편하게 맞이한다.
그렇게 시작한게 우리나라 곳곳의 올레길이며 느리게 살기이다. 여행도 그런 느낌에서 출발하는게 인생살이의 한 부분처럼 느껴져 마음이 한결 편하다.
 

한적한 서해 태안반도의 모항항. 멀리 수협 위판장이 보인다.
▲ 한적한 서해 태안반도의 모항항. 멀리 수협 위판장이 보인다.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오늘 길을 잡은 코스는 서해 태안반도의 모항항이다. 잠시후 여기서 멍게 비빔밥을 만난다.
이른 아침에 당도한 모항항은 안개가 있었다. 초겨울 이른 아침의 포구의 야트막한 산자락과 바닷가에 드리워진 안개. 그 강렬한 첫인상.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은 어선들이 포구에 정박해 있고, 등대는 어젯밤 이곳을 향애 달려온 많은 배들의 길라잡이가 되었을터.
바다의 넓은 수면으로부터 피어오른 어스름한 안개는, 그것이 거의 사철 피어올라 아침 햇살에 스러질 때까지 모항항을 포근히 감싸 준 오랜 친구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른 아침에 바라 본 느낌은 생경함, 다시 그거다. 유년의 그리움도....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안개가 걷힌 오전 11시께 모항항 수산시장이 서서히 붐비기 시작한다. 청정 서해의 해산물을 찾아온 경향 각지의 고마운 고객들.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꽃게, 우럭, 광어, 멍게, 해삼, 각종 조개류 등 다양한 수산물이 고객들을 반긴다. 길게 늘어선 해산물 상가의 상인들은 고객들이 반갑다. 원자력발전소의 파괴로 어떤 방사능 오염물질이 뒤섞여 있을지 모를 일본산 해산물과는 차원이 다른 우리 서해의 그것이니 믿음으로 사고팔수 있다.
특히 모항항은 주말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바쁘다. 모항항 해산물을 구입하면 근처 상가에서 회를 떠준다.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요녀석 멍게다. 개불과 함께 있는 저 멍게로 오늘 식도락 여행을 제대로 즐겨볼 참이다.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수산물시장을 돌아본 후 식당을 찾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띈 음식 ‘멍게 비빔밥’. 이거다 싶었다.
 2명이 마주앉아 먹을수 있는 테이블에 멍게 비빔밥과 물회를 함께 주문했다. 맛깔스러운 두 음식이 조화롭게 차려져 나왔다. 멍게 비빔밥에는 당연히 멍게가 메인인데, 물회도 멍게가 들어 앉아 있는 멍게물회다.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멍게 비빔밥에는 싹채소, 콩나물, 맛김, 날치알, 무채가 들어있다.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공기밥 한그릇을 퐁당 쏟아 붓고 슥슥 야무지게 비벼서 먹어보니 아삭한 야채와 입안가득 퍼지는 바다향이 그야말로 대박이다. 싱싱한 야채들은 곱게 채썰어 나온건데 식감이 아삭아삭 아주 상큼하다.
여기에 주인장께서 후한 인심으로 한가득 넣어주신 싱싱한 서해멍게가 어우러진다. 쌉싸레한 멍게 특유의 맛과 톡톡 터지는 날치알과 함께 환상의 궁합으로 맛을 낸다. 그 맛이 진짜 말로 표현이 안되고 먹을수록 당긴다. 이거 중독증세를 부른다.
 
원래 해산물들이 대개 그렇지만 촉촉하고 보드라운 멍게 살이 입안에서 고루 퍼져 참기름 바른 김가루와 밥과 함께 어우러져 고소함과 쌉싸름함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준다. 진정 첫맛과 끝맛이 한결같다.
함께간 동행인도 정말 맛있다고 극찬을 한다.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뿐만 아니라 멍게비빔밥 위에 반찬으로 함께 나온 명란젓과 작은 새우장을 얹어 먹으니 이 또한 별미다. 명란젓의 짭쪼름한 젓갈 특유의 맛뿐 아니라, 한번 먹어보면 그 마성의 맛에 홀릴 새우장이 얹어지니 맛의 표현이 감당이 안된다.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멍게 비빔밥만 먹는데서 그치면 서운하다. 멍게물회가 기다리고 있으니...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새콤달콤한 전형적인 물회, 여기에는 멍게가 주인공이지만 우럭회가 친구로 찬조출연을 해 주었다. 확실히 활어로 물회를 만들어 살점이 쫀득 쫄깃하고 식감이 아주 좋다. 역시 물회는 신선한 횟감과 시원하고 달콤한 육수 맛이 일품임을 느끼게 해준다.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초고추장으로 맛을 내어 불그레한 물회 빛깔에 살포시 얹혀져 있는 멍게 살.
음... 소주를 부르는 이 비주얼, 진정 식욕 작렬이다.
 
멍게 비빔밥과 멍게 물회를 맛있게 먹고 나니 세상에 부러울게 없다. 이런 청정한 서해를 지척에 두고 사는게 고맙고 행복하다.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바닷가 어선 주변에서는 갈매기들이 낮게 유영한다.  


중독증세를 부르는 마성의 '멍게 비빔밥' 사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가까이 있고, 매일 보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무관심을 보이거나 너무 등한시 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멀리 떠나서 새로운 경험과 체험을 하는 여행도 좋지만 충남에도 이렇게 차를 타고 서쪽으로 조금만 내달리면 만날 수 있는 소박하고 정겨운 포구, 청정한 바다, 최고의 해산물과 요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우리가 직장을 다니고 사업을 하며 일상을 살다 보면 나를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시간에 쫓기는 인생살이. 그래서 여행을 떠나고 외로움도 즐겨보는 것이다.

어떤 시인은 말한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 사실은 그 순간이 인생에 있어 사랑이 찾아올 때보다 더 귀한 시간이다”
이제 막 시작한 이 겨울. 그동안 어깨를 짓눌러온 삶의 무게를 조금은 내려두고 홀연히 서해로 여행을 떠나보자. 그리고 타박타박 걸으며 바닷바람을 쐬어보면서 우리의 삶의 깊이를 새롭게 맞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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