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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 삽교·덕산·고덕장 수선공 고정덕씨

2017.01.23(월) 15:46:30무한정보신문(yes@yesm.kr)

 

  예산군 삽교·덕산·고덕장 수선공 고정덕씨 사진  
▲ ⓒ 무한정보신문

땅으로 허리가 가까워진 한 할머니가 뒤춤에 들고 온 비닐봉다리에서 헌 운동화 한 짝을 꺼내놓는다.

“이것 좀 꿰메 줘”

구두 뒤축을 칼로 다듬고 있던, 나이가 지긋한 수선공은 힐끗 쳐다보고 말이 없다. 그럼 된 것이다. 더 이상의 말은 성가실 뿐. 충남 예산군 삽교·덕산·고덕 등 시골 오일장을 간판삼아 50년 가까운 세월을 쓰다듬고 달래며 수선일을 해 온 고정덕(77)씨.

지난 3일 고덕장, 날씨가 제법 매운데 그는 어김없이 출근했다. 늘 그 자리에 골동품 같은 공업용 미싱을 세워놓고 깔판에 구두밑창과 우산살, 지퍼 등 수선에 필요한 몇가지 재료를 진열하면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수십년 동안 보태거나 뺀 것도 없는 풍경 그대로다.

“6·25때 국민핵교 문턱까지는 가봤는데 그만뒀어. 공사장 일도 다니고, 먹고살기 바빴지 뭐! 조금만 더 배웠어도…”

  예산군 삽교·덕산·고덕장 수선공 고정덕씨 사진  
 

홍성군이 고향인 고씨는 젊은 시절 삽교(상성리)로 와 정착했다. 이일저일 전전하다 수선기술을 배워 장꾼이 된지 어느덧 50여년 세월이 흘렀다. 그렇게 번 돈으로 4남매를 어엿하게 키우고 가르쳐 못배운 한도 풀었다.

그가 미싱 등허리에 꽂힌 ‘실패’를 뽑아 보여주며 “요게 딱 47년 된거여. 나허고 같이 늙어가는 중이지. 재봉틀은 한 30년 됐나. 논 두마지기 값을 주고 산거야”

예전엔 홍성·예산·합덕장까지 봤는데(장사했는데) 홍성장은 조수 기술 가르쳐 먹고살라고 내줬고, 예산장은 친구 조카가 같은 일을 해서 안간지 오래 됐단다.

고씨의 고객은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다. 고무신을 신던 시절엔 그걸 때우고 꿰맸고, 우산이 귀했던 시절엔 우산살을 갈았다. 헌 가방은 지퍼만 갈아도 10년은 더 쓸 수 있었고 헌 구두도 뒤축만 갈으면 새신이 됐다.

“새거 쓰나 고쳐 쓰나 매한가지”이고 “신던 신발 신어야 발이 편하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어떤 물건 고치는 게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수선비) 흥정하는 게 최고 어려워” 엉뚱한 대답을 하고는 ‘허허’ 웃는다.

하기는 50여년 한가지 일을 했으니 수선이야 달인 수준으로 어려움이 없을테고, 가격흥정은 아무리 오래해도 힘들다는 얘기다.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냐는 물음에 “오늘 하다가 내일 하기 싫으면 그만두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버스편이 줄어서 시골장에 사람이 없다. 노인들이 나오고 싶어도 못나온다”고 걱정을 하며 버스편은 늘리든지 택시(섬김택시)를 더 대주든지 하라고 군청에 얘기 좀 하란다.

또 “예산 역전장허구 고덕장이 한날인데 그것도 바꿔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전통시장 장꾼 고정덕씨는 곧 일을 그만둘 것 같이 말하면서도 장터에 대한 걱정이 한 짐이다. 50여년 평생 이곳이 직장이었는데 오죽하겠나.

수선공 등뒤로 자리잡은 뻥튀기 기계에서 ‘뻥’ 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고소한 냄새를 흩뿌리니 한적한 시골장이 풍성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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