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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태의 함성, 예당저수지 ‘태평상회’

45여년 역사의 충남 예산군 먹태안주 원조집

2017.01.16(월) 16:39:52무한정보신문(yes@yesm.kr)

 

  먹태의 함성, 예당저수지 ‘태평상회’ 사진  
▲ 붕어판매집(태광수산) 쪽에서 바라 본 딴산마을. ⓒ 무한정보신문

 

 

충남 예산군 대흥면 노동3리 예당긍모로 옆 남향으로 딴산을 마주하고 앉은 5채 남짓 작은 마을.

예산사람들에게는 먹태 파는 태평상회와 어죽이 유명한 대흥식당이라고 하면 “아! 거기”하는 곳이다.

이제 이곳은 예당저수지 물넘이공사로 인해 올해 연말이면 모두 헐릴 예정이다.

이 작은 마을은 1964년 예당저수지가 막히고 신속하탄방으로 가는 새 길이 뚫리면서 생겨났다. 버스종점이라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고 자연스럽게 상가가 형성됐다.

‘딴산옥’이라는, 장어요리를 파는 꽤 규모있는 방석술집도 있어 새까만 자가용을 몰고 오는 ‘내로라’하는 사람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읍내에 나갔다 오는 사람들이 집에 가기 전에 한잔 걸치던 ‘목’이었고, 딴산으로 소풍 온 학생들도 북적였다.

낚시꾼들이 저수지 엉설로 신속리까지 빙 둘러앉아 낚시를 하는 모습도 장관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예당저수지가 생기며 한 시대를 구가했던 딴산마을은 도로가 확장되고 교통이 편해지며 쇠퇴했다. 그래도 입소문 난 구멍가게와 어죽집, 조정선수 훈련장 등이 있어 명맥을 유지해 왔는데 다시 예당저수지 물넘이공사 때문에 삶터를 내 줄 처지에 놓였다.


예당을 안주 삼아

 

  먹태의 함성, 예당저수지 ‘태평상회’ 사진  
▲ 태평상회 주인 부부가 나란히 난로 앞에 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태평상회’

읍내에서 맥주 안주로 인기가 높은 먹태 안주의 원조집이다. 지난 45년 동안 자리를 지켜 온 정낙서(78), 서순석(70)씨 부부도 오는 10월 말이면 가게를 비우고 떠나야 한다.

신양 시왕리가 고향인 남편 정씨는 대술이 친정인 부인 서씨를 만나 결혼했고, 1971년 이곳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다.

“결혼하고 시댁에서 한 3년 살다가 여기로 재금나서 이제까장 살었는디 신혼이 뭔지도 모르게 바쁜 시절을 보냈유”

남편은 새마을지도자에, 이장일에 바깥일이 바빴고 오롯이 아주머니가 가게를 지켜온 눈치다. 이장일을 15년이나 봤다니 오죽했을까.

“10원, 20원짜리 라면땅에 빵도 많이 팔었유. 낚시꾼들 오면 떡밥도 팔고 (목로에 앉아서) 소주, 맥주 먹는 손님들도 많아 하도 정신이 없어서 슬쩍 그냥가면 술값 못받을 때도 많았으니께”

안주인 서씨가 옛일을 떠올리며 긴 한숨을 쉬고 말을 잇는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장 얼마나 종종걸음을 쳤는지 발바닥에 굳은 살이 배겼유. 어떤 때는 하두바뻐 애들 저녁밥도 못해 멕이고 재웠던 적도 있으니께”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잠기며 눈물이 그렁해진다.

시대가 변해 손님이 줄어들 무렵, 태평상회는 먹태로 다시 전성기를 맞는다. 계절 불문 목로에 앉아 저수지를 보며 술마시기에 좋은 장소로 알려진데다, 먹태는 맥주 안주로 ‘딱’ 아닌가.

 

  먹태의 함성, 예당저수지 ‘태평상회’ 사진  
▲ 나무등걸 위에 올려 잘 두들겨 먹기좋게 손질해 놓은 태평상회표 먹태. ⓒ 무한정보신문

 

 

통나무 등걸 위에 올려놓고 망치로 늘신 두들긴 노르스름한 먹태 속살을 쪽쪽 찢어 먹으면 그 꼬리꼬리한 맛에 맥주 빈병수는 늘어만 간다.

“한 30년 전 즈음부터 먹태를 팔었유. 그 전이는 안주로 오징어 구워 팔고 그랬는데, 누가 이거(먹태) 한 번 팔어 보라고 해서 시작했는디 다들 좋아허대. 일루다(목로를 가르키며) 손님들이 꽉 들어찼는데 순전히 먹태안주만 찾었유. 손님이 원하면 가끔 라면을 끓여 주곤 했는디 음식장사는 안했유”


꼬리꼬리한 맛의 추억

먹태는 최고상품으로 강원도에서 직접 떼와 가게 한쪽에 수북이 쌓아놓고 판다. 태평상회 먹태 맛이 일품인 비결은 품질도 좋거니와 저수지변 습도 영향으로 먹기 좋게 숙성이 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잘 되던 장사는 음주단속이 본격화 되면서 손님이 확 줄었다.

듣고 있던 남편 정씨가 한마디 거든다.

 

  먹태의 함성, 예당저수지 ‘태평상회’ 사진  
▲ 가게 안에 수북이 쌓인 먹태. 예당으로 뛰어들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여기서 술먹으면 경치야 좋지만 꼼짝없이 차를 끌고 가야 하는데 누가 그렇게 허남…. 이제 좋은 시절 다갔지 뭐”

술손님은 많이 끊어졌어도 먹태 맛을 잊지 못해 오는 손님들이 지금도 적지 않다. 취재 중에도 한 젊은이가 먹기 좋게 손질해 놓은 먹태를 5마리나 신문지에 둘둘말아 사간다.

“늙으막에도 그나마 먹태 때문에 수입이 쏠쏠했는디 이제 농어촌공사에서 가게를 비우라고 하니 앞으로가 막막하네유. 아직 갈 곳도 못 정했유. 그래두 이 자리에서 3남매 낳아 잘 키우고 살었는디…” 서씨의 목소리가 다시 잠긴다.

 

 

정씨가 달래듯 말한다. “내 땅이 아니니까 말발이 서남. 보상금 더 달라고 악쓸 수도 없고. 또 악쓰고 조금더 받아서 뭐해. 그래도 빈손으로 여기 와서 애들 가르치고 다 잘됐으니께 됐지 뭐. 그게 최고 아닌감”

 

  먹태의 함성, 예당저수지 ‘태평상회’ 사진  
▲ 예당저수지 수문을 지나 신속 방향으로 고개를 넘으면 우측으로 함석지붕의 태평상회가 보인다. ⓒ 무한정보신문

농어촌공사는 현재 저수지 수문을 제방으로 막는 공사를 위해 수변 건축물 철거 보상에 나섰다. 태평상회를 비롯해 대흥식당, 태광수산 등 5집이 철거될 예정이다.

저수지가 생긴지 반세기 만에 대규모공사가 시작되며 맞이하는 변화로 딴산 작은마을은 흔적도 없이 지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먼훗날에도 딴산을 마주보며 한 잔 하던 태평상회의 먹태 맛을 추억할 것이다.

“겨울날씨 같지 않다”는 우리의 대화를 하늘이 들은 걸까.

태평상회 문을 나서는데 예당저수지 위로 눈발이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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