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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무 키우는 묘약 ‘사랑’

예산군 고덕면 구만리 출신 구만초 이범준 교사

2017.01.03(화) 09:53:43무한정보신문(jsa7@yesm.kr)

 

꿈나무 키우는 묘약 ‘사랑’ 사진  
▲ 교사의 첫자리, 칠판 앞에서. ⓒ 무한정보신문

초중고를 막론하고 장학금 수혜자들은 대부분 학업성적 우수자다. 고교졸업식에서는 이른바 일류대학 합격자들에게 여러 이름의 장학금이 추가로 주어지는 현실이다. 지역의 인재를 기른다는 차원이다. 그렇게 촉망받고 자란 아이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을 위해 일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물론 중앙무대에서 성공하고 자리 잡은 뒤 고향발전에 이바지하는 출향인들의 역할 또한 크고 필요함을 인정하지만, 젊은 인재들이 절대부족한 예산의 현실에서 노후가 아닌, 젊은 피의 고향귀환사례를 만나고 싶었다.

지난 11월 예산교육지원청이 공모한 ‘스승존경 제자사랑 미담사례’에서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학생을 사랑으로 감화시킨 초보교사’로 소개된 이범준(25) 교사관련 보도자료 중 ‘모교에 교사로 임용된’이라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내용이 ‘오보’였다는 것. 보도자료 작성자는 이 교사가 예산군 고덕면 구만리에서 나고 자라 지금도 구만리 부모님댁에서 함께 살고 있으니, 당연히 구만초 출신인 줄 알았겠지만, 그는 고덕초 출신이었다.

“부모님이 남다른 교육열이 있으셨어요. 그래서 당시에 학구위반을 해서 면소재지 학교에 보내신 거죠. 하하”

그렇다고 구만초가 낯선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학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살았고, 동네 친구들과 놀때면 늘 구만초 운동장에서 모였다. 그런 고향동네 학교에 그는 2014년 대학졸업과 동시에 첫 발령을 받았다.

“저도 도시에 대한 로망이 있었죠. 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줄곧 ‘난 도시에 가서 살거’라고 노래했으니까요. 문화생활도 그렇고 친구들도 다 도시로 내신(근무희망지)을 냈거든요. 예산으로 온다니까 부모님도 의외라는 반응이셨죠”

무엇이 그를 고향으로 끌어들인 걸까?

“임용시험을 통과한 뒤 내가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봤어요. 고향으로 가서 시골에서 나고 자라 다른 세계를 잘 모르는 후배들에게 세상경험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젊은 교사들 대부분이 도시를 선호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었고…. 지금도 가끔씩 여가를 보내기가 마땅찮을 때는 친구들이 있는 도시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아이들 보면 오길 잘했다 싶어요”


큰소리 대신 3초동안 큰숨

 

 

 

 

 

  꿈나무 키우는 묘약 ‘사랑’ 사진  
▲ 이범준 교사와 구만초 6학년 학생들. 한 학생은 예산교육지원청 프로그램에 참여하느라 함께하지 못했다. ⓒ 무한정보신문

 

그렇게 그는 자신을 키운 고덕에서 교육자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발령 받고 3개월 뒤에 군복무 때문에 떠났다가 2016년 3월 복직했으니, 현재 구만초 6학년 7명이 사실상 첫 제자인 셈이다.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 선생님 어떠시니?” “좋아요” “뭐가?” “그냥요”

이유가 없어야 진짜 좋아하는 거라더니, 남녀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스승과 제자 관계도 그런 걸까? “그냥 좋다”는 아이들의 말에 잠시 생각을 고르는 사이, 한 여학생이 분명하게 이유를 밝힌다.

“우리 선생님 진짜 착해요. 화나도 큰소리 안 치구, 참으시는 거 우리도 알아요. 그래서 말 잘듣게 돼요”

이 교사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우리가 선생님 흉 봤어요” “맨날 때린다고 했어요”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하는 말에, 이 교사는 “정말? 큰일났네”하고 만다. 격의없고 단단한 사제간의 신뢰가 느껴진다.

한두 아이 키울래도 하루에 몇 번씩 큰소리가 나는데, 개성 강한 요즘 아이들하고 하루종일 생활하면서 정말 화날 일이 없을까?

“왜요, 있죠. 아이들이 너무 말을 안 듣고 정말 화가 날 때면 3초 정도 큰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요. 그러는 새에 화가 가라앉고, 아이들도 눈치를 챘는지 큰소리 내지 않아도 제 마음을 알아주죠”

그는 이어 “아이들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오히려 학교일이 바빠서 아이들에게 신경써주지 못할 때가 미안하죠”라고 덧붙인다.

아이들과는 그렇다지만, 학부모들은 어렸을적 “아무개야”라고 부르던 동네후배를 ‘선생님’으로 대해야 하는데 불편한 일이 정말 없을까?

“글쎄요, 재미있는 일은 있어요. 예를들면 저희반 아이의 외할아버지가 저희 아버지랑 친구사이라던가 하는. 그런데 오히려 아는 분들이 많으니 소통하기가 더 쉬워요. 학부모님들도 더 친근하게 느끼시고”

누군가에게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이 그에게는 ‘소통하기 좋은 여건’이 되는 까닭, 긍정의 힘이다.

“요즘 젊은 교사들이 능력있고 똑똑한데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이범준 선생님은 여러 가지로 요즘 보기드문 교사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구만초 성정순 교장의 평가가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해가 됐다.

 


자존감 높은 아이로

이 교사의 교육원칙은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운다’는 것이라고 한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제자를 보고 그는 단박에 알아봤다. ‘관심 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구나’.

“저도 어려서 얇은 목소리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존감도 낮았죠. 학교에 적응못해 겉돌고 말썽부리는 아이들에게는 사랑이 약입니다”

 

 

  꿈나무 키우는 묘약 ‘사랑’ 사진  
▲ 이범준 교사는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 '하이파이브'를 하며 오늘의 수고를 격려하고 내일을 기약한다. ⓒ 예산교육지원청


얼마 전 학교시험에서 그 학생의 성적이 크게 향상돼 교사들이 놀라는 일이 벌어졌다.

“단순한 성적차원이 아니라, 이제 아이가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회복한 거라는 생각에 그렇게 고맙고 기쁠 수가 없었어요”

그는 틈 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처음엔 아이들이 낯간지러워하더니 지금은 말 안하면 서운해해요.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남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꿈나무 키우는 묘약 ‘사랑’ 사진  
▲ 이 교사가 생일을 맞은 제자에게 쓴 편지들. ⓒ 예산교육지원청


그는 또 생일을 맞은 아이들에게 일일이 손편지를 썼다. 각자 갖고 있는 장점들과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 진심을 담아 전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편지를 받을 날을 기다렸다.

그렇게 첫 정을 쏟은 제자들과 함께 한 1년이 지나고, 어느새 졸업이 다가오고 있다. 그는 울지 않고 제자들과 이별할 수 있을까?

“아이들하고 겨울방학에 SR기차를 타고 서울 여행하기로 했어요. 서울대학교를 탐방하고 예술의전당 오르세미술관전에 다녀올 계획입니다. 마침 서울대에 후배가 있어 안내를 해주기로 했어요.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 어떻게 생겼는지, 거기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생활하는지 보고 나면 아이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졸업식 얘기가 나오자 슬그머니 겨울여행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다. 가능하면 문화체험을 많이 시켜주고 싶어서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면 영화관에 데려가고, 도시 나들이도 거침없이 추진하는 교사.

“교장선생님이 교외체험을 불허하시면 어려운데, 적극 밀어주세요. 학교에서 쓸 수 있는 체험비를 지원해주셔서 부담도 덜어주시고. 저는 그냥 계획하고 예약하고 섭외하고 그런 것만 하면 되는데요, 뭘. 우리 아이들이 6학년이니 다 컸기도 하고 워낙 착하고 똑똑해서 알아서 잘 한답니다”

이제 막 ‘초짜’ 딱지를 뗀 이 교사에게 40여년 뒤 정년 할 때 어떤 교사가 돼 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선생님이 나를 정말 사랑했다’고 느끼고 기억하는 교사로 남고 싶습니다”

예산 땅에서 나고 자란 꿈나무가 큰 나무로 성장해 이제 또 다른 예산의 꿈나무들을 키워내고 있다. 그가 주는 거름은 시종일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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