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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소통, 새문화가 꽃핀다

온라인카페 '예산아줌마모여라(예아모)'

2017.01.03(화) 09:44:59무한정보신문(jsa7@yesm.kr)

 

  그녀들의 소통, 새문화가 꽃핀다 사진  
▲ 연말파티는 사전에 50명 한정으로 신청을 받아 진행됐다. 파티가 끝난 뒤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예아모 회원들. ⓒ 예아모

‘아이 낳는 것이 애국’이라고 칭송받는 세상이다. 이대로 저출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대한민국의 지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셋 이상 낳는 가정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고, 심지어 대입에서도 다자녀전형이 만들어질 정도다. 분위기가 이쯤이라면 임신부나 애기엄마들은 어디서든 대우받고,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환경이어야 마땅하다.

예산에서 아이 낳아 키우고 있는 여성들의 온라인카페 ‘예산아줌마모여라(http://cafe.naver.com/redh39uk/18926 약칭 예아모)’를 통해 우리지역 젊은 엄마들의 문화와 육아환경을 들여다 본다.


1700여 회원 온라인카페

예아모는 지난 2015년 7월 만들어져 만 1년 반이 채 안됐는데 회원이 1689명(2016년 12월 28일 현재)에 이른다. 하루 방문자수 1000여명, 잦은 방문자수도 200~300명이나 된다. 하루에 게시글이 기본 30개 이상 오르며, 거기에 달리는 댓글까지 포함하면 500건 안팎의 의견이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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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1일 열린 예아모 연말파티. 아이를 안은 어깨는 무겁지만, 드레스코드 ‘그린’에 맞춰 입은 회원들이 게임을 지켜보며 웃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회원들 중에는 현재 예산에 거주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예산이 친정이거나 시댁인 사람, 예산에서 살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한 사람, 인근지역인 청양, 홍성, 아산 등지에 거주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80% 정도가 현재 예산군민이다.

회원자격은 ‘만19세 이상 65세 이하 아줌마’다. 실제 회원들의 구성도 영유아자녀를 둔 젊은 엄마들만이 아니라, 22세부터 52세까지 분포돼 있다. 적은 수지만 이미 자녀가 장성한 나이의 중년여성, 손주를 맡아 키우고 있는 젊은 할머니들도 있다.

활동 정도에 따라 제한을 두는 회원등급은 어린이부터 시작해 꼬마숙녀→아가씨→새댁→아줌마로 높아진다. 여성에 대한 세속적인 시각으로는 ‘아줌마’가 늘 ‘아가씨’에 밀리지만, 예아모에서는 아줌마가 절대 강자다. 예아모 VIP멤버는 ‘아줌마’다.

육아휴직을 할 정도로 육아에 대한 아빠들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남성회원을 허용하는 다른 지역 육아카페와 달리 예아모는 남성회원을 받지 않는다. 시대가 달라졌는데 왜 그러는 걸까?

“아줌마 카페니까요”

이윤미 매니저의 단순명료한 답변이다.


키워드는 ‘소통’과 ‘상생’

예아모에서는 아주 사소한 일상도 화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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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데리고 무엇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는 회원들은 서로서로 아이를 돌보며 모임을 하곤 한다. ⓒ 무한정보신문


‘오늘 저녁 뭘 먹지?’하고 올리면 수십개의 댓글이 달린다. 각자 추천메뉴와 요리법까지 공개하며 정보를 나눈다. ‘눈이 와서 미끄러운데 **병원 어떻게 가야하나’라고 올리면 실시간으로 녹아있는 길을 알려준다. 기침에 좋은 거, 아기가 자꾸 설사를 하는데, **어린이집 어떠냐, 여자아이머리 잘깎는 미용실 어디냐….

초보엄마들의 도움 요청에 다둥이 엄마들의 육아경험과 격려가 쏟아지고, 각종 생활정보와 지혜가 오간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어하는 엄마들의 마음은 곳곳에서 읽힌다. 먹거리와 병원 정보는 기본이고 세광쪽, 읍내쪽, 터미널쪽, 신례원쪽, 응봉쪽 등등 예산군을 세분화해 미세먼지 농도수치까지 올린다.

알뜰한 주부들의 나눔 역시 수시로 진행된다. 육아용품이나 쓸만한 생활용품을 물려주겠다는 것은 물론, ‘그런 것까지 서로 나누나?’싶은 생각이 드는 물품들도 등장한다. 예를 들면 ‘탁상달력 두 개 있어요. 필요한 분 계실까요?’라는 글에 ‘저 필요하긴 한데 사시는 곳 어딘가요?’ ‘바로 못갈 것 같아요. 신정 지나야 하는데 민폐일 것 같아요’라는 댓글이 달리면 ‘우리집은 **예요’라거나 ‘천천히 오셔두 돼유~~’같은 답변이 바로 오른다.

예아모에서는 이를 ‘착한드림’이라고 표현한다. 사소한 것 같지만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을 막는 작은 실천들이다.

예아모는 또 지난 가을 진행된 바자회 수익금을 ‘평화의소녀상 건립기금’ 으로 기탁하고, GMO(유전자변형식품) 완전표시제 입법화 등 사회적 가치가 높은 일들에 대한 홍보기회도 준다.


“애 때문에 눈치 볼 일 없어”

예아모는 온라인소통으로 그치지 않고, 한두달에 한번씩 정모(정기모임)를 한다. 동갑내기들끼리, 아이동갑내기 엄마들끼리 따로 모임을 꾸려 번개팅을 하기도 한다. 낮시간에 참석이 어려운 직장맘들이나 낮에 아이를 맡길 곳 없는 엄마들이 남편을 구세주삼아 ‘밤마실 번개팅’도 한다.

“회원들 중에 외로움을 타는 사람들이 많아요. 예산으로 시집온 외지인들이 많다보니 아는 친구가 없고, 예산출신이라 해도 친구들이 결혼하면서 외지로 다 떠나 외롭기는 마찬가지죠. 집안에서 아이들 뒤치닥꺼리만 하다보면 우울해지까지 하거든요”

예아모는 정보 교류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 더 나아가 건강한 기운을 만드는 활력소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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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7일 재능기부교육으로 진행된 개굴버거만들기에 참여한 어린이들. ⓒ 예산교육지원청


매주 화요일 교육이 대표적이다. 육아를 하느라 숨어있던 능력자들이 ‘재능을 기부하겠다’고 나서면 카페에 공지하고 참가신청을 받아 강좌가 이뤄진다. 재능기부는 또 다른 재능기부로 이어진다. 그동안 영어교육, 베이비마사지, 가죽공예, 머리손질, 개구리햄버거, 양초, 과일젤리, 타블렛, 펠트네임핀 만들기 등이 진행됐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교육장소가 마땅치 않아 교육지원청에 의뢰했는데, 유아교육센터 강의실을 흔쾌히 내줘 사용하고 있다. 또 요가교실은 보건소에서 장소를 내주기도 했다.

“도시처럼 문화센터가 없으니 우리가 여건을 만드는 수밖에요. 육아에 매여 있지만, 배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고, 재능있는 엄마들은 감각을 잃지 않는 기회가 돼서 좋고 상생하는 거죠”

‘아이 때문에’못하는 게 아니라 ‘아이 키우면서도’할 수 있다는 여성들의 적극성이 만들어낸 자리다. 때로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활용돼 ‘공동육아’ ‘공동교육’의 현장이 된다.

“다들 아기엄마니까 아이가 울어도, 떠들어도, 돌아다녀도, 다 이해하니까 눈치볼 일 없어 좋아요”


‘단호박’ ‘고구마’같은 원칙

아줌마들의 온라인카페라고 해서 술렁술렁 운영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예아모는 6장 14조에 이르는 규칙을 마련하고 철저히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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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아모 운영진들이 연말파티 준비를 하고 있다. 늘 아이를 돌보면서 해야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 예아모


운영진들은 때때로 회원들로부터 “완전 단호박(단호하다는 비유)” “고구마같다(꽉 막혔다는 비유)”는 원망을 듣기도 한다. 카페 운영에 있어 예외없는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회원승급 조건이 안됐는데 올려달라거나, 행사 참여신청이 끝났는데 받아달라는 등의 청탁이 들어와요. 그때마다 아는 사람이니 봐주자고 하면 불만의 소지가 되고 또 다른 예외를 만들어야하죠. 특히 예산은 좁기 때문에 더욱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텝진의 똑 부러지는 설명이다.

학연, 지연, 혈연 등 크고 작은 인맥에 의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고 봐주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풍조를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작은 지역사회일수록 ‘오히려 원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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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아모 운영진. ⓒ 예아모


예아모 운영진은 매니저 이윤미, 부매니저 김윤아, 총무 김명희, 디자인실장 손미경씨 등 스텝 4명을 포함, 모두 13명으로 이뤄져 있다. 온라인카페가 활성화된데는 스텝들이 시간을 쪼개 댓글을 달아주고 다양한 이벤트 아이디어를 내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공이 크다.

그들은 제휴업체 관리와 바자회 및 송년회 같은 큰 행사 준비에도 열성이다. 행사 준비를 위해 여러 차례 사전 모임을 하지만, 밥값과 찻값, 차 기름값도 모두 자비로 충당한다. 운영진 대부분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아이 셋은 기본이고 많게는 다섯까지 있지만,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아주 간혹 아무 대가도 없이 하겠냐. 다른 지역은 제휴업체 회비로 수고비를 받기도 한다는데 여기도 그렇지 않겠냐는 의심을 받기도 해요. 스텝 중에 그런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저희는 1년에 한 번 연말에 운영진들에게 문화상품권 2만원짜리 하나씩 선물하는 게 전부입니다”

제휴업체는 카페에 회비(1년 10만원)를 내고 1주일에 한건 씩 홍보글을 올리는 사업체를 일컫는다. 예아모는 현재 40여곳에 이르는 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다. 대부분 지역업체들로 사진관, 옷, 화장품, 건어물, 미용실, 여행사, 안경, 책, 학습지, 음식점 등 다양하다. 이들이 내는 회비는 송년회와 바자회 행사때 행사비로 쓰인다. 이들 업체는 행사 경품을 후원하기도 하는데, 투명한 관리를 위해 운영진들은 서로 감시자가 되고, 행사 뒤엔 모든 내역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타지역 온라인육아모임에서는 제휴업체 회비 수입으로 매니저에게 공식 활동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아모에서는 “순수성이 무너질 수 있다”며 이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판깔고 놀 곳 없어요”

정치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회원수가 많고, 활동적인 모임체인만큼 선거철이나 행사 때 인사를 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이 있지만 허용하지 않는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홍보는 결국 모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생각 때문이다. 군수는 예외다. 황선봉 군수는 예아모 바자회와 송년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경품추첨도 하는 등 회원들과 격의없이 지내는 유일한 정치인이다. 회원들은 이를 예산지역의 육아와 교육에 대한 정책 건의 등 소통의 창구로 활용한다.

주체적으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아줌마들의 당당함이 멋있다.

말이 나온 김에 예아모 회원들이 느끼는 예산지역 육아환경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우리는 출산부터 예산서 못하고 있어요. 분만을 받는 병원이 없으니 다들 외지에 나가서 아이를 낳지요. 병원, 문화시설, 쇼핑을 위해 외지로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자체에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요”

이윤미 매니저와 김윤아 부매니저가 이와 관련 평소 회원들과 나눴던 이야기를 전한다.

“육아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정책이 참 다양해요. 예를 들면 여러 지자체들이 시행하는 장난감대여사업, 서산시의 물놀이터 운영같은 거죠. 예산엄마들도 서산까지 물놀이하러 가고 있어요. 놀이방이나 육아쉼터에 대한 아쉬움도 많아요.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도 중요하지만, 노인정과 마을회관은 있는데 아이들이나 엄마들을 위한 시설은 왜 없을까요? 삽티공원이나 무한천둔치공원도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기에는 보완해야할 점이 너무 많습니다. 회원들이 모이면 다들 하는 얘기가 ‘판깔고 놀 장소가 없다’는 것입니다. 서산이나 아산까지 가지 않아도 예산엄마들과 아기들이 예산에서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지역경제도 활성화 되지 않을까요?”


건강한 예산 만드는 ‘아줌마’

불만만 하고 혼자서 고군분투하느라 지쳐 초라해지는 아줌마가 아니라, 밝고 가볍게 스스로 여건을 만들고 고민을 나누는 아줌마들의 건강한 에너지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살아 숨쉰다.

그런데 육아가 끝나면 예아모 회원에서 탈퇴하는 걸까? 예아모는 그렇게 스쳐가는 회원들로만 구성되고 운영되는 걸까?

“제가 송년모임 인사말에서도 얘기했는데요, 저는 우리 예아모가 노후의 밑거름도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아이를 키우는 동지로 만나지만, 나중에 50~60대가 됐을 때 아이들이 다 커서 나간 다음에 허전해하며 징징거리지 말고 같이 봉사도 하고 재미있게 놀며 좋은 일 하면서 살아갈 친구들이 되지 않을까요? 말하자면 우리 회원들은 지금 인생친구를 만들어가는 중인거죠. 카페가 나이들 수록 회원들도 함께 성숙해 갈 겁니다”

이윤미 매니저의 말처럼 예아모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예산에 더 나은 문화를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모임체로 계속 성장발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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