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대가 핀 나뭇가지가 가득한 하얀 눈꽃세상 속으로의 여행을 꿈꾸며 대둔산을 찾았건만, 안타깝게도 눈이 내리지 않아 이번 산행은 눈꽃산행이라기 보다 추억산행이 되었다.
▲ 낙조대에서 바라본 풍광
전북 완주 대둔산의 금강구름다리와 삼선철교를 지나고 마천대에 올라 능선에서 조릿대 숲길을 따라 낙조산장에 도착한다.
예전에는 작은 암자였다는데 지금은 논산시에서 운영하는 산장으로 산악인들의 휴식처이기도 한 곳이다.
산장 건물 뒤 바위에는 고려 말이나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불상이 새겨져 있으나 오랜 세월 풍우에 씻겨 형태만 밋밋하게 보인다.
바위 벽면에 음각된 불상으로 전체 길이 2.7m, 가슴 넓이 99㎝에 이르며, 오른팔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렸고, 왼손은 손가락을 펴서 가슴에 얹었으며, 양 어깨를 감싼 옷은 발 부분까지 내려져 있다.
주름이 발목까지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하단은 심하게 마멸되었으며 1985년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276호로 지정된 마애불이다.
산장 뒤로 난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사방으로 조망이 막힘이 없어서 사진작가들의 일출과 일몰 풍경 대상지로 널리 알려진 낙조대에 이른다.
흐린 날씨 탓에 조망은 썩 좋지 않았지만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낙조대에서는 남쪽으로 대둔산 정상 마천대와 서쪽으로 월성봉, 바랑산을 볼 수 있다. 겨울산행 치고는 날씨도 흐릿한 조망이지만 겹겹이 쳐져있는 산들 사이로 흐릿한 운해가 일품이다.
발아래는 만해 한용운이 “대둔산 태고사를 보지 않고 천하의 승지를 논하지 말라”고 하셨다는 태고사가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정상에는 볼품없는 이정목만 홀로 서 있지만 조망 하나는 멋진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