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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을 견디는 전통한지 지키는 사람들

2대째 가업잇는 예산 만사한지… 전과정 수작업으로 한지(닥종이) 만들어

2016.09.22(목) 12:05:13임중선(dsllew87@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닥종이’라고 들어보셨을 것이다. 닥나무 껍질을 원료로 만들어 그런 이름이 붙어있는데 닥종이라는 친근한 이름의 이것이 사실은 한지다.
한지는 4세기경 고구려때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하니 실로 장구한 세월동안 우리 곁에 있었던 전통의 종이다.
 
지금은 펄프를 이용해 대형 제지공장에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일반 종이(양지)가 전세계 종이시장을 뒤덮고 있지만 우리 충남 예산군 신양면 만사리에는 한지를 버리지 않고 60여년간 고집스럽게 2대에 걸쳐 만들고 있는 ‘만사한지’가 있다.
 
만사한지 대표 김영렬 씨, 부인 김경단씨, 그리고 딸 김성희씨, 사위 명근환씨까지 모두 4명이 작은 규모로 운영한다.
김영렬씨 부부는 70대의 연세이고 딸과 사위도 가정을 꾸리고 있는 40대의 부부인데 이 두분은 서울에서 살던중 아버지의 연세가 많아 한지작업을 도와주러 왔다가 결국 눌러앉게 됐다고 한다.

 
1000년을 견디는 전통한지 지키는 사람들 사진

만사한지는 소박하다. 한지를 만드는 공장이라고 하니까 웬만큼 크고 잘 차려진 규모려니 할수 있지만 이렇게 예산의 작은 마을에 터를 잡고 있는 가정집일뿐이다.
 
1000년을 견디는 전통한지 지키는 사람들 사진

수작업으로 종이를 만드는 곳, 그리고 기계화된 시설이 아닌데다 60여년 한곳에서 작업을 해온 한지제조장. 오래된 작업장의 낡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무언가 말할수 없는 내공을 보여주는 듯 하다.
 
1000년을 견디는 전통한지 지키는 사람들 사진

한지를 만드는 원재료는 닥나무 껍질이다. 닥나무의 껍질은 양지를 만들 때 쓰는 펄프재료보다 섬유질이 길고 질겨서 강한 종이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산기슭에 자생하는 닥나무도 많지 않고, 또한 그것을 전문적으로 심어서 가꾸는 농가도 없다. 불가피하게 닥나무 원재료는 중국에서 사서 쓴다.
사진은 이 닥나무 원재료를 넣고 풀어 헤친후 한지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발틀이다.
 
1000년을 견디는 전통한지 지키는 사람들 사진

묽게 개어진 닥나무 껍질 원재료다. 요즘 대량으로 종이를 만드는 제지회사에서 쓰는 펄프같다고나 할까.
 
1000년을 견디는 전통한지 지키는 사람들 사진

원재료는 구입해서 곧바로 쓸수있는게 아니다. 닥나무 껍질을 삶을 때 잿물을 사용하면 더욱 질기고 오래가도록 만들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잿물 약품을 담가둔 통이다. 이 약품을 이용해서 닥나무의 섬유 조직을 풀어헤친다.
그렇게 해서 골고루 섞으면 종이를 뜰 수 있는 상태가 된다.
 
1000년을 견디는 전통한지 지키는 사람들 사진

만사한지에서 사실상의 대표역할을 하면서 종이를 만드는 딸 김성희씨. 그가 종이를 만드는 마지막단계인 발틀을 이용해 규격의 종이를 뜨고 있다.
 
1000년을 견디는 전통한지 지키는 사람들 사진

이 발틀 위에 잿물을 품은 닥나무 원재료를 부어 물만 걸러낸 뒤 닥나무 섬유질이 발에 남아 엉기기를 기다린다.
이때 발틀을 전후 좌우로 흔들어 틀 위에 닥나무 섬유질이 균일하게 올라오게 해서 섬유질을 켜켜이 쌓는게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서도 기술의 차이가 드러난다.
 
1000년을 견디는 전통한지 지키는 사람들 사진

그렇게 엉긴 규격의 한지는 다시 바람에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작업하는 만사한지는 고작 10평이 채 안되는 작은 공간이다.
과거에 비록 기술은 중국에서 들어왔다고 하지만 만들고 난 뒤의 한지제품은 우리나라 것이 질기고 부드러워서 조선시대에는 중국에서도 인기 있는 종이였다고 한다.
양지는 최대 보존 기간이 200년 정도인 데 비해, 한지는 1000년 이상 보존할 수 있다.
 
1000년을 견디는 전통한지 지키는 사람들 사진

작업중인 김성희씨 옆에 놓여져 있는 붓. 이것으로 한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드럽게 붓칠을 해준다..
과거에 한지는 다듬잇방망이 같은 걸로 두드려서 만들기 때문에 더욱 매끄럽고 윤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할 인력이 없어서 이렇게 붓칠로 대신한다.
 
1000년을 견디는 전통한지 지키는 사람들 사진

공장 한켠의 이것은? 바로 한지 먼지다.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폴폴 날아 켜켜이 쌓인 한지 먼지. 60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1000년을 견디는 전통한지 지키는 사람들 사진

한장 한장 만들어진 한지를 매만지며 관리하는 김성희씨.
만사한지는 60년전에는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그 기간까지 치면 만사한지의 역사는 족히 100년이 넘는다고 한다.
그때보다 일부 시설은 웬만큼 현대화로 바뀌었지만 만드는 방식은 전통 기법 그대로다.
 
1000년을 견디는 전통한지 지키는 사람들 사진

발틀에서 잘 만들어진 한지는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물을 빼고 건조작업이 끝나면 비로소 한 장의 종이가 완성된다.
 
1000년을 견디는 전통한지 지키는 사람들 사진

1000년을 견디는 전통한지 지키는 사람들 사진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이며 국보 126호로 지정돼 있다. 이 무구정광다라니경도 한지에 인쇄됐다.
이것이 만들어진 시간을 역산해 보면 자그만치 1000년이 훨씬 넘는데 지금도 문자가 변색하거나 훼손이 없으니 한지의 우수성을 그대로 알수 있다.
 
1000년을 견디는 전통한지 지키는 사람들 사진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 하나 더.
만사한지에서는 현재 고급 창호지는 많이 만들지 않고 대개 공장에서 쓰는 여과지를 만들고 있는데 이게 어디에 쓰이냐면...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폰은 공정 과정에서 금을 추출하는 단계가 있다고 한다. 이 금을 걸러내는데는 한지만한게 없단다. 그래서 대기업 계열사중 휴대폰 부품을 제조하는 모 회사에서 만사한지를 몇 년전부터 꾸준히 사간다.
 
일손이 많이 가는 수작업 한지다보니 많이 만들지는 못한다. 하루에 많아야 400장~500장 정도가 전부다. 힘도 든다.
 
김성희씨는 “그래도 한지 만드는 일이 재미있어요. 우리 것을 좋다고 사가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큰 돈은 안되지만 앞으로 꾸준히 만들겁니다. 전통을 지켜나간다는 자부심도 큽니다”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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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한지 연락처 : 010-8750-7269 (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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