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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효녀딸 병원비 짓눌려

“괜찮아요! 아버지만 사실 수 있다면”

2016.09.05(월) 14:46:00무한정보신문(jsa7@yesm.kr)

 

행복씨는 예산에서 태어나 초, 중, 고교를 모두 충남 예산에서 졸업한 예산읍 거주자입니다. 21세 여성, 법적으로는 성인이지만, 아직은 감수성이 예민한 누군가의 딸입니다. 행복씨의 실명과 신상을 밝히지 않은데 대해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괜찮아요”

몸상태는 어떠냐, 아버지 수술경과는 어떠냐, 병원에서 불편한 건 없냐, 본인도 큰 수술 받았는데 병간호하기 어렵지 않냐….

어떤 질문에도 행복(21, 여, 가명)씨는 ‘괜찮다’고만 했다.

한치의 망설임없이 아버지(63)에게 간이식을 해드리겠다고 결정하고, “딸의 간을 절대 받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아버지를 눈물로 설득해 함께 수술대 위에 눕고, 자신의 몸이 미처 회복되기도 전에 퇴원해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고 있는 행복씨.

행복씨가 다섯 살 때 이혼해 어려움을 함께 나눌 친인척 하나 없이 홀로 딸을 키운 행복씨의 아버지는 지체장애3급에 기초생활수급자다.

최소 병원비만 해도 5000여만원, 재난적의료지원비로 최대 50%를 감면 받는다해도 행복씨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무려 2500만원으로 추산된다. 오직 ‘아버지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입원과 검사비 때문에 대출받은 700만원에 대한 이자와 원금도 갚아야 한다.

도대체 무엇이 ‘괜찮다’는 것인가. 그동안 행복씨는 얼마나 많은 ‘괜찮다’‘괜찮다’‘괜찮다’를 되뇌며 견뎌왔던 걸까.


병원비만 5000만원

행복씨 또래 여학생이 행복씨 부녀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그린 그림입니다.

▲ 행복씨 또래 여학생이 행복씨 부녀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그린 그림입니다.


지난 봄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의 병명은 간경화. 지역병원에서는 빨리 큰 병원으로 가서 간이식수술을 받아야 살 수 있다고 했다.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부녀의 간이식 적합판정이 나왔다. 공여자가 딸이라는 사실을 안 아버지는 “절대 받을 수 없다”며 완강히 버텼다. 행복씨는 일주일 넘게 아버지에게 사정을 했다. “아버지가 안계시면 나도 살 수 없다”는 딸의 호소에 아버지도 눈물로 현실을 받아들였다.

산 넘어 산이라고, 아버지를 설득하고 나니 병원비라는 거대한 암벽이 나타났다. 당장 입원해 검사를 받느라, 연19% 고이율로 빌린 제3금융권 대출금 700만원도 문제였지만, 앞으로 수술비와 입원비까지 하면 병원비가 최소 5000만원이라고 했다(아버지가 입원해있는 무균실의 하루 입원비는 50만2000원, 퇴원까지 한달여를 앞둔 17일 현재 병원비가 벌써 3160만원으로 예상보다 웃돌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행복씨가 더 이상 돈을 융통할 방법은 없었고, 당장 아버지를 살리는 것이 급했다.

부녀는 7일 수술대에 나란히 올랐다. 그리고 열흘 뒤인 17일 행복씨는 홀로 퇴원수속을 밟은 뒤, 아버지 병실에서 간병을 시작했다. 의사는 “한달 이상 충분히 쉬어야 한다”고 했지만, 행복씨에게는 자신의 건강보다 돌봐야할 아버지가 우선이었다.

당일 전화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괜찮다”고만 하던 행복씨가 유일하게 길게 대답한 것은 단 한가지였다.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이 뭔가?”

“아버지 빨리 건강해져서 같이 집으로 가는 거요”


행복씨 부녀는 사정을 딱하게 여긴 아버지의 친구가 여러해 전 무료로 빌려준 집에서 살고 있다. 부녀는 집을 돌볼 여유가 없었고, 이제 폐가가 되다시피한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으며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다. 행복씨는 그런 집으로 아버지와 함께 돌아오고 싶다고 한다.

삶을 옥죈 가난·병마

 

경기도에 있는 한 국립대학교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중인 행복씨는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며 왕복 5시간에 이르는 통학시간을 감내하면서도 아버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글쓰는 재능이 남달랐던 행복씨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어왔다. 그런데 2학년이 된 올해부터 고민이 많아졌다고 한다.

학비가 면제되고, 정부지원과 아르바이트로 졸업까지는 버틴다 해도 “글 써서 먹고 살기 어렵다”는 사람들 말이 현실이 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주말이면 식당에서 일해 받은 일당 7만원 중에 5만원은 아버지께 드리고 나머지 2만원으로 일주일동안 쪼개 쓸 정도로 효녀인 행복씨이기에 고민은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세상에 태어나 살아온 20년 내내 행복씨를 옥죈 가난과 병마는 그나마 갖고 있던 유일한 희망인 꿈마저 앗아가려 하고 있다.


사회가 손내밀 때
 

17일 예산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청소년통합지원체제(CYS-Net) 사례회의를 소집했다.

담당 상담사는 “자신의 꿈이 ‘행복’이고 ‘행복은 아버지가 건강해지시는 것’이라고 해 ‘행복’이라는 가명을 지었다”며 “행복씨가 좌절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나서자”고 호소했다.

행복씨의 구체적인 상황을 알아갈 수록 참석한 예산지역내 관계기관과 단체 실무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행복씨는 어려서 부모의 이혼, 가난과 질병들에도 씩씩하게 살아왔지만, 사실 우울감이 깊어 심리적 지원도 해야 한다. 현재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대단히 큰 상황이다. 퇴원 이후에 주거환경 개선과 생활지원도 절실하지만 무엇보다 당장 급한 건 병원비 마련이다. ‘중복지원 금지’라는 법 규정에 따라 병원비 50% 지원 외에 모든 지원이 막힌 상태다”

회의에 참석한 예빛봉사단 이경효 단장은 기아대책예산지역회와 함께 우선 급한 대출금 상환을 위해 200만원을 내놓겠다고 나섰다. 다른 참석자들도 “해보자. 각자 속한 단체에 전파하고 그 마음이 물결처럼 퍼져나가면 되지 않겠냐”며 의지를 다졌다.

“괜찮다”는 행복씨가 정말 괜찮을 수 있도록, 이제 우리 사회가 손을 내밀 시간이다.
 

 

행복씨의 지정후원 통장계좌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부금 소득공제용 지출증빙 가능) 농협 453033-55-005510(예금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충남)

자세한 문의 ☎042)489-8423(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335-5700(예산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행복씨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 뒤 메일로 보내온 글의 전문입니다.

 


“엄마는 지금 별을 찾고 있는 중이란다”

 

어렸을 때부터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던 것은 분명합니다. 어머니는 정신 장애인, 아버지는 지체 장애인이셨고, 저는 아버지가 가지고 계시던 ‘다발성 골연골종’ 이라는 병을 물려받았습니다. 또한 가까이 지내는 친척들 하나 없이 지냈습니다.

 

제가 5살 때 부모님의 이혼, 기초생활 수급자인 경제생활, 어린 시절의 왕따, 몇 차례의 수술 경험까지. 이웃 분들은 항상 저를 동정어린 시선으로 보셨고 만날 때마다 위로를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성장 과정이 결코 절망스럽지는 않습니다.

 

저를 돌보지 못하시는 어머니 곁이 아닌, 저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시는 아버지 곁에 남을 수 있어 좋았고, 느리게 걸으시는 아버지 덕분에 작은 보폭에도 발을 맞춰 걸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불만 없이 이러한 상황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생각하기까지 아버지의 도움이 컸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긍정적이셨고 웃음을 머금고 계셨습니다. 정신 이상으로 형광등 주위를 맴도는 어머니를 보며 겁에 질린 저에게 아버지는 ‘엄마는 지금 별을 찾고 있는 중이란다’ 라고 말씀해주셨던 아버지. 이런 아버지의 곁에서 커오며 저는 자연스레 불평보다는 이해와 긍정을 쌓아가는 시간들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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