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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소박하게 살아가는 어르신의 삶

2016.07.18(월) 23:52:07도희(ass137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사진

해질녘 흐린 날씨를 뒤로하고 동네 한 바퀴 산책길을 나섭니다. 저 멀리 눈앞에 펼쳐지는 푸른 들녘과 시설재배하우스들 그리고 지지대에 의지하여 빨간 고추가 익어갑니다. 최근 장마비로 식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풀도 왕성하게 자랍니다. 7월의 농촌은 눈앞에 파란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사진

오래전에는 시골 마을 방앗간 주인이 제일 부자라고 일컬을 정도로 추수가 끝나면 방앗간에 와서 곡식을 빻고 명절에는 떡을 하는 사람들로 줄을 섰습니다. 지금은 마트에 가면 즉석에서 곡류나 떡을 쉽게 구할 수가 있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방앗간은 마을 사람들에게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사진


지금은 방앗간 주인은 세상을 떠나고 방앗간 안주인은 노인이 되어 뜰 안에 아름다운 꽃을 키우며 홀로 살고 있습니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사진


지금은 교통이 편리하여 읍내 성당에 미사 보러 가지만 오래전에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에 마을 사람들을 위해 세운 천주교 공소입니다. 그 시절엔 신부님들이 직접 이곳에 와서 이 마을 신자들과 함께 주일 미사를 올렸다고 합니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사진

8년 전 이 마을에 왔을 때 있던 그 자리에 영한이 아재가 쌓아놓은 땔감이 아직도 짚으로 덮어 놓은 채로 있습니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사진


산책길에 가끔 들리는 구순 어르신 댁 집 앞에는 겹 접시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습니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사진


이 집을 늘 들리는 이유는 어르신 안부가 걱정된 일도 있지만 집 천장에 얼기설기 엮어놓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갈대와 흙으로 발라놓은 천장의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전쟁 직후에 이 집을 짓고 아이들을 낳아 길렀다는 이집은 50년이 넘었습니다. 어르신 내외는 올해도 직접 농사지은 마늘을 천장에 엮어 메달아 놓았습니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사진
 
94살 되신 어르신은 88살 할머니와 늘 함께 농사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부지런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르신은 건강이 안 좋으면 인근 병원에 가서 일주일 동안 누워 있다가 회복하면 집에 돌아온다고 합니다. 아프면 집에 있는 것보다 병원에 있으면 간호사가 주사 놓아주고 친절한 보살핌을 받아 회복이 빠르다고 합니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사진

어르신 집 앞 뜰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탐스러운 진홍빛 장미가 피어납니다. 이 장미를 접목하려고 해도 다른 장미에 비해서 까칠하여 잘 안된다고 합니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사진

 
할머니가 조용하셔서 가보았더니 바깥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이 더운 여름 날씨에도 뭔가를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가까이 가보았더니 할머니가 할아버지 드리려고 토마토를 솥에 삶아서 즙을 내리고 있습니다.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토마토를 푹 삶아서 소쿠리에 꼭 눌러 짠 다음에 건더기는 버리고 주스를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시원하게 마신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건네는 방금 막 짠 토마토주스 한잔을 마시는데 진하고 달콤한 토마토 향기가 입안을 감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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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쌀겨를 적당히 퍼오더니 물을 조금 넣고 조물조물합니다. 때로는 상추나 배추도 썰어 넣고 다른 곡류를 섞어줘야 닭이 잘 먹는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심심하여 닭과 오리를 키운다고 하시며 알은 모았다가 자식들 오면 보내고 가끔 닭도 잡아서 보낸다고 합니다. 두 분은 74년 동안 함께 부부의 인연을 맺고 살고 있습니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사진


할아버지는 물과 섞은 쌀겨를 닭들에게 갖다 줍니다. 오른쪽에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곳은 오래전에 이곳에 1년에 돼지 한 마리를 길렀다고 합니다. 어르신 내외는 자식들이 고향에 돌아올 것 같지 않아서 50년 된 대청마루가 있는 낡은 흙집에 살며 새로 집을 짓지 않는다고 합니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사진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콩, 참깨, 땅콩 등을 재배하여 자식들에게 보내는 어르신의 건강한 삶을 지켜보는 것도 시골살이의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어르신의 건강 비결은 욕심을 버리고 적게 먹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사진 

혼자 오 남매를 키워 모두 도시로 내보고 일 년 내내 인근 시설재배 하우스에 가서 열무단, 시금치 단을 묶으며 일을 하는 84살 어르신 댁입니다. 해질녘 동네 산책길에 들르는 이 집 대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니까 어르신 일터에서 돌아오셔서 집 옆 텃밭에서 대파를 옮겨 심고 있습니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사진 

대파씨앗을 뿌려서 어느 정도 자라면 다른 곳으로 옮겨 심어서 가을 김장 할때까지 키웁니다. 농촌 어르신들은 젊어서부터 스스로 살아가는 삶에 익숙하여 심신이 건강한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 때문에 대한민국이 일제치하와 6.25 전쟁 등 파란만장한 삶을 겪어도 건재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분들이 비록 나이가 들어서 외모는 외소하지만, 오래전에 부부가 함께 흙집 짓고 아이들 낳아 훌륭하게 키워서 대한민국의 일꾼으로 키웠습니다. 지금은 나이 들어도 국가나 자식들을 원망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사진 

어르신이 심은 생강 싹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비료값을 벌기 위해 인근 농장에 가서 일한다고 하는 어르신은 해마다 고추, 생강, 마늘, 무, 배추를 직접 재배해서 자식들을 위한 김장준비를 합니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사진 

텃밭으로 옮겨갈 들깨 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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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0년 이상 된 낡은 집에서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농촌 어르신들은 도시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자식들을 오늘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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