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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봉사로 모두가 웃는 세상을

예산군 발연천 꽃할아버지 김태환씨

2015.08.10(월) 15:12:36무한정보신문(jsa7@yesm.kr)

참된 봉사로 모두가 웃는 세상을 사진

예산군 예산읍 발연리 우방아파트에 거주하는 김태환(71)씨의 하루는 발연천에서 시작된다. 그는 매일 아침 동이 트자마자 하천으로 내려가 풀을 뽑고, 꽃을 가꾼다. 추운 겨울을 빼고, 봄부터 가을까지 그의 일과는 늘 그렇게 시작된다.

우방아파트 입구 다리 아래 둑방에 핀 꽃들은 매일 그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그 정성을 양분삼아 빛을 낸다. 덕분에 인근 주민들과 행인들은 눈호강에 마음까지 밝아진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한지는 벌써 5년째. “2010년 9월에 이사를 왔는데, 여기가 엉망인거야. 예산을 10억이나 들여서 만든 친환경하천이 시궁냄새에 쓰레기천지니 말이 되는 일인가. 이듬해 봄부터 나라도 치워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깨끗이 치워놓으면 버리는 사람도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매일 조금씩 쓰레기를 치우고, 풀을 뽑고 주변을 정리하니 과연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이제는 거의 없다.

내친 김에 군청 산림축산과에 요청해 꽃모종을 지원받아 둑방 경사면에 하나하나 심고 물 주고 풀을 매며 가꿨다. 봄엔 팬지와 연산홍, 여름엔 페튜니아와 봉숭아, 가을엔 국화가 핀다. 꽃잔디와 금낭화 같이 애써 구해다 심은 꽃들은 누군가 캐가버렸다.

매일 아침마다 홀로 하천바닥의 풀을 뽑고 꽃에 물을 주는 그를 본 사람들은 당연히 공공근로 같이 군이나 읍에서 배정한 인력이겠거니 한단다. 가끔씩 “공공근로를 새벽부터 나와서 하면 돈을 더 주냐”는 둥 비아냥 섞인 말을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귓등으로 흘려듣곤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돈받고 하는 일도 아니니 부담이 없어요. 오늘 다 못한 일은 내일하면 되니까. 사실 이 곳은 내게 특별해요. 중학교 다닐 때 어머니 몰래 친구들이랑 얼맹이로 피래미 잡고, 둑방에서 돼지감자도 캐먹었어요. 그때는 개울물도 참 맑고, 아카시아나무랑 돼지감자 천지였는데…. 나는 이 하천을 그때같은 실개천으로 만들고 싶어요”
 

김태환씨가 홀로 넓은 우방천 바닥의 풀을 매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 김태환씨가 홀로 넓은 우방천 바닥의 풀을 매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하지만 큰길 건너 윗마을에 농사용 방죽이 생긴 뒤론 예전처럼 물이 많이 흐르지 않아 쉽지 않은 일이다. 공사 당시 하천바닥에 판석을 시공한 것 역시 적은량의 물이라도 고이지 않고 흐르게 하기 위함이련만, 판석 사이에 잡초가 뿌리를 내려버리면 대책이 없기에 그의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혼자 하루 분량을 정해서 한줄이건 두줄이건 하는데, 그렇게 풀을 다 뽑아주면 그 사이 또 먼저 작업한 곳에 풀이 나기 시작하죠. 여름에 세 번 이상은 매줘야 돼요”

그는 주말같은 때에 가끔씩 이곳에서 달팽이 잡고 꽃을 보면서 노는 아이들을 만나면 그렇게 기쁘고 뿌듯할 수가 없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우방아파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천변에 키워 가꾼 봉숭아꽃 물들이기체험행사도 벌였다.

“그런데 부모들이 같이 왔더라고. 세상이 하도 흉흉하니 이상한 사람이 아이들 해칠까 걱정이 된거지. 덕분에 부모들까지 추억놀이로 손톱에 봉숭아꽃을 물들이고 돌아갔지만, 올해는 괜히 오해사는 거 싫어서 그만뒀어요. 허허”

예산에서 태어나 예산농고까지 졸업한 뒤 서울로 떠나 대학과 직장생활을 하다가 35년 전 고향이 그리워 (주)충남고속에 입사할 정도로 예산을 좋아하는 그는 지금도 충남고속 비상근이사를 맡고 있다.

하천관리와 관련해 행정이나 주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 고맙죠. 매년 잊지 않고 꽃모를 챙겨주는 마석민 계장님에게도, 또 수고한다고 인사해주는 주민들에게도 다 고맙습니다” 라며 의외의 말을 전한다.

내집앞 눈, 내집앞 쓰레기까지 행정이 모두 치워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대에 공공하천을 홀로 가꾸면서 누구 탓도 하지 않는 그의 말 속에 진짜 주인의식에 대한 주문이 읽힌다.

물가에서 작업하다보니 벌레물린 자국으로 성한 곳 없는 그의 팔뚝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그가 덧붙인다.

“전에는 다리 양쪽에 꽃을 심었는데 힘에 부쳐 한쪽은 포기했어요. 내 체력이 될 때까지는 하겠지만, 나이가 더 들면 실개천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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