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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9호, 마을 화합과 안녕을 빌었던 소통의 장

2015.07.22(수) 12:33:31남준희(skawnsgml2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아름답고 소중한 전통문화의 유산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소개, 조금 오랜만에 씁니다.
지난 2000년 1월 11일에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된 <부여 내지리 단잡기>입니다. 놀이시기는 음력 7월 7일이니 이제 약 1달정도 남았군요.
 
이 놀이는 ‘단(丹)’이라는 질병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마을공동놀이입니다. ‘단’은 단독(丹毒)이라고도 하는데, 오한과 고열이 나고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겨 벌겋게 부어오르는 일종의 피부병이라네요.

요즘처럼 의학이 발달해 웬만한 피부병이야 연고 하나 사서 바르면 끝이지만 옛날에는 그렇지를 못해 굿을 통해 악귀를 물리쳤나 봅니다.
 
하지만 당시 ‘단(丹)’이라는 질병은 전염성은 없으나 누구나 걸릴 가능성이 있고, 외상을 입기 쉬운 신체의 여러 부위를 매우 빠르게 옮겨 다니고, 만졌을 때 통증이 있으며, 심하면 단기간에 사망할 수도 있어서, 일명 ‘단귀신’이라고도 불렀다고 합니다.

내지리단잡기 놀이의 발생시기는 백제 말기라합니다. 그후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덕분에 오늘날까지 후손에게 오롯이 전해진 것입니다.
 
현재 내지리단잡기의 예능보유자는 이규찬 선생님이신데요, 부여 내지리단잡기 전수관으로 찾아가 이선생님을 뵙고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전수관 가는 길에 잘 만들어진 안내간판이 눈길을 끕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전수관, 아주 깔끔하게 잘 지어져 있구요.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보존의식과 정신이 담겨있는 듯 해서 기뻤습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전수회관 건립 기념탑과 안내문입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내지리단잡기 예능보유자이신 이규찬 선생님이십니다.

“단(丹)은 괴질을 뜻하는 것인데 일전에 텔레비전에서 드라마로도 괴질을 다룬 적이 있죠.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송승헌이 괴질을 물리치는 현대의술을 시행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그게 단이에요. 마을에 괴질이 돌면 마을 주민들이 협동해서 병마를 물리치고, 단잡기 놀이를 통해 그 애환을 달래곤 했습니다. 내지리 단잡기놀이는 이처럼 병퇴치 의식을 민속놀이화시킨 보기 드문 예라고 해요.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단은 증세와 형태에 따라서 창단, 태단, 홍단, 백단, 흑단, 황단, 띠단, 녹두단, 팥단, 메밀단, 풍단. 두목광술단 등 12단으로 나누어지는데요. 그중 두목광솔단이 우두머리여서 단잡이를 할 때에 가장 먼저 잡습니다.”
 
단잡기는 주로 칠월칠석에 행하여집니다. 내지리뿐 아니라 인근마을에서도 함께 참여한다네요. 이때는 마을주민 대부분이 참석하는데, 그 이유는 많은 사람이 참가해서 그 함성이 세 동네까지 멀리 울려 퍼져야 단귀신을 쫓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랍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그리고 내지리단잡기는 지난 1995년 제36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도 수상한 바가 있다고 합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이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봤더니 단잡기 행사에 쓰이는 단기가 형형색색 대나무에 달려 준비돼 있네요. 벌써 마을 주민들의 함성이 들리는듯 합니다.
 
단이 발병하는 것을 ‘단이 일었다’ 혹은 ‘단이 돋았다’라고도 하는데 단이 발병하면 민간치료가 우선이지만, 사람들은 발병 원인을 집안에 잡귀잡신이 침범하였거나 부정이 있을 경우에 발병하는 것으로 인식했다는군요. 그 이유로 인해 민간치료보다는 단잡기 의식이 질병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믿었고 그것이 굿이 된 것입니다.
 
단잡기 순서는 단굿, 오곡걸립, 단잡기, 땅굿놀이, 액맥이놀이의 순으로 진행됩니다.
 
<1>단굿
잡귀를 몰아내고 단잡기가 잘되어 병이 쉽게 낫기를 기원하며 부정을 풀어주는 굿으로, 괴질이 발병하면 부정을 풀어주기 위해 법사가 독경을 한 후 무당이 대춤, 불춤, 칼춤을 추며, 병이 낫기를 기원합니다.
 
<2>오곡걸립
단을 잡기 위하여 동네 사람들이 환자의 집으로 모여서 각성받이 다섯 집을 도는 오곡 걸립입니다. 동네에서 단잡으러 모이라 하면, 마을 사람들은 환자의 집으로 모이는데, 부인들은 부엌에서 쓰던 바가지를 들고 모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이면 전령기-영기-오방기-당상관-전령-집행관-단기(작은 것)-단기(큰 것)-좌상-풍물패-지게꾼-마을 사람들 순으로 행렬을 지어 각성받이 다섯집을 돌면서 오곡을 걸립합니다. 이때 마을 샘을 지나면 샘굿을 하고, 걸립할 때는 문굿으로 시작하며 덕담과 풍물을 칩니다.
 
<3>단잡기
걸립해온 오곡으로 오곡밥을 짓고, 당상관의 명령에 따라 단을 잡습니다. 사령이 단을 잡아 절구통 위에 놓으면 오곡밥을 먹이고, 곤장을 때려 결박한 후 새끼줄로 묶은 소변독에 넣어 꼼짝 못 하도록 합니다. 단의 종류가 12단인데, 이를 모두 잡습니다. 만약 괴질이 낳지 않으면 이 의식을 3일 동안 반복한다네요.
 
<4>땅굿놀이
잡귀가 다시는 살아 돌아오지 못하도록 불을 피우고 액풀이를 하는 땅굿놀이로서, 12단을 모두 잡으면 당상관의 명령에 따라 단을 잡아 넣은 소변독을 들것에 메고 전령기-영기-오방기-당상관-집행관-목도꾼-좌상-풍물패-마을 사람들 순으로 행렬을 지어 이동합니다. 미리 정해진 장소에 도착하면 소변독을 땅에 묻고, 다시 살아오지 못하게 한다죠.
 
<5> 액맥이놀이
액맥이놀이는 단이 나은 환자에게 감사의 절을 받으면 환자를 축원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단이 마을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액맥이놀이를 하면서 환자와 완쾌된 기쁨을 나누며 신명나게 춤을 추면서 놀이를 마무리 짓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내지리 단잡기를 순차적으로 사진을 통해 보겠습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단잡기가 시작되기 전 마을 주민들이 풍물연습을 하고있습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오곡걸립의 과정을 위해 말을 거꾸로 세우고 그 위에 그릇을 놓아 오곡을 담아둡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당상관과 사령, 풍물패, 단기와 사령기 등을 든 내지리 사람들이 약속된 장소에서 대기중입니다. 단잡기의 공연장으로 입장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이죠.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사령기수의 뒷줄에 선 당상관과 사령이 공연장으로 입장하고 있습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우물굿을 마치고 오곡걸립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이 절차에서도 사령기가 맨 앞에 섭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단잡기 공연중인 풍물패의 모습입니다. 본래의 단잡기에서는 바쁜 농삿일등으로 풍물패는 제대로 갖추기 어려웠으나 공연화되면서 풍물패의 구성 또한 변화가 일어났다네요.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열두단의 이름이 씌어진 단기를 든 사람들도 오곡걸립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단기는 삼각형모양으로 제작했으며 단기에는 각각 12단의 이름들이 씌어져 있습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상쇠 김인환선생님의 모습입니다. 이규찬 선생님과 더불어 단잡기의 활성화와 보존에 큰 역할을 하신 분이랍니다. 2009년에 이수자로 지정되었습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오곡걸립이 이루어지는 곳에 단잡이 행렬이 정렬해 있습니다. 입장할때와 같이 각 역할별로 줄을 지어있는 모습입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당상관이 사령에게 단을 잡으라고 사령에게 명령하는 모습입니다. 사령이 당상관의 명을 정하자 단기를 든 사람들이 곤장을 때리는 사람 앞으로 단기를 가져옵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단을 모두 잡아 땅에 묻은 다음 불을 피운 후 단귀들에게 당나라로 속히 떠나라는 명령을 합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단잡기를 마치고 마을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며 풍물패가 풍물을 치며 여흥을 즐깁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단잡기의 과정이 모두 끝난 후 병에 걸렸던 환자의 감사 인사로 마을 사람들에게 절을 합니다.
 
이렇게 해서 단 귀신 12마리는 모두 퇴치했습니다. 이제는 마을에 안녕과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 "귀신 몰러 나간다" 사진


“저희 내지리단잡기는 개인이 아닌 마을에서 질병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예방차원의 성격을 띠는 치병의례를 마을공동놀이화하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이 놀이에서는 질병에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화합을 도모하는 장이 마련되는데, 이해관계로 소원해진 사람들도 필히 참석하여 관계를 개선하고 놀이를 통해 마을의 단합이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치병과 관련된 공동체놀이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사례라는 점에서 내지리단잡기는 가치가 큰 민속놀이라 할수있습니다.”
 
이규찬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내지리단잡기의 의미는 우리사회에서 전통문화가 갖는 고유의 성격, 이웃과 소통하고 공동의 안녕과 화합을 이루도록 한다는 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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