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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하나조차도 최선을 다하는게 목수지

중요무형문화재 74호, 예산의 대목장 거암(巨巖) 전흥수 선생님

2015.04.15(수) 16:16:32남준희(skawnsgml2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충남 뿐 아니라 어느 곳에 가든 정말 “우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멋진 한옥 많이 봤을 것입니다.
요즘 회색빛 콘크리트와 철제 가옥이 온 도시를 뒤덮고 있지만 여전히 잘 남아서 수백년간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전통 한옥, 보기만 해도 아름답고 고풍스럽고 우아합니다.
 
당시에 한옥을 지을때는 못조차 쓰지 않고 오로지 나무만을 깎고 끼워서 지었는데 그런 역할을 한 건축가를 일컬어 대목장(大木匠) 또는 소목장(小木匠)이라 합니다.
 
대목장은 큰 건물 곧 궁궐이나 절 그리고 집을 짓는 책임자를 말합니다. 궁궐이나 한옥 등 목조건물을 짓는 데는 목수 외에 기와장, 흙벽장, 단청장, 칠장 등의 기술적 협조가 필수이기는 하지만 건물 전체를 봐가며 조율하고 통솔하는 일은 대목장의 역할입니다.

요즘 말로 건물을 설계하고 공사의 감리까지 겸하는 까닭에 건축에 있어서 총책임자인 것입니다.
 
그 반면에 집 지을 때 문짝과 난간 혹은 장롱 등의 가구를 만드는 장인을 일컬어 소목장이라고 합니다. 대목장과 소목장 모두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전흥수 선생님이 직접 짓고 기거하시는 예산 고건축박물관 전경

▲ 전흥수 선생님이 직접 짓고 기거하시는 예산 고건축박물관 전경


오늘은 충남 예산에 대한민국 최초로 목조건축박물관까지 지어 후학양성과 함께 우리나라 목조건축의 정통 맥을 이끌어 오고 계신 대목장(중요무형문화재 74호) 거암(巨巖) 전흥수 선생님의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 74호 전흥수 선생님. 고령이셔서 건강이 좋지 않아 인터뷰 시간을 내주신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 74호 대목장 전흥수 선생님. 고령이셔서 건강이 좋지 않아 인터뷰 시간을 내주신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전흥수 선생님의 올해 연세 78세. 전 선생님을 뵙고선 그동안 궁금했던 것과 알고 싶은 내용 등 오랫동안 말씀을 나누고 싶었지만 적잖은 고령이시고 건강상의 염려 때문에 많은 시간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가운데 도민리포터를 위해 시간을 쪼개 주신 점 깊은 감사부터 드립니다.
 
누구나 다 겪은 일이었지만 전 선생님도 어릴적에 가난 때문에 예산 수덕사에 행자로 맡겨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게 적성에 맞은 것은 아니었고, 새벽에 절을 빠져 나왔다가 다시 붙잡혀 들어가길 몇차례 반복... 결국 수덕사에 간지 4년만에 절을 떠나 서울로 돈 벌러 갔다가 그도 여의치 않아 귀향한게 열여덟살. 그때부터 아버지에게서(2002년 작고) 집 짓는 일을 배우기 시작했답니다.
 
1955년 당시 수덕사 아래에서 대목장으로 일을 하고 있던 아버지의 친구셨던 김중희(작고) 선생을 만나 본격적으로 대목(大木)에 대해 사사받았고 그분을 쫓아 다니며 덕산 보덕사, 천안 광덕사, 서산 해미의 천장사 등에서 일을 배웠습니다.

어깨 너머로 배우고, 타고난 눈썰미도 있었고... 그래서인지 남들은 15년 정도는 걸린다는 목수 일을 10년 만에 깨우치고 나서 전국을 돌면서 문화재와 주요 사찰의 공사를 도맡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전흥수 선생님의 젊은시절 고건축 공사 현장에서...

▲ 전흥수 선생님의 젊은시절 고건축 공사 현장에서...

화장실 하나조차도 최선을 다하는게 목수지 사진

화장실 하나조차도 최선을 다하는게 목수지 사진


전흥수 선생님이 그 후로 손을 댄 문화재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오대산 월정사, 창덕궁 가정당, 예산 수덕사 광화루, 흥인지문, 평창 월정사, 보은 법주사, 예산 수덕사, 남한산성, 안동 용담사 대웅전, 속리산 법주사 관음전, 공주 마곡사 연화당 등...

최근에 지은 서울과 포천, 여주 등지의 대순진리회관, 대전 엑스포의 종각도 전흥수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이렇게 그의 손을 거쳐간 문화재급 한옥만 자그만치 100채가 넘고 그것을 평수로 환산해 보면 무려 5만평 가까이 된다는군요. 요즘 우리 서민들의 최고 거주공간으로 쳐주는 아파트 32평짜리로 치면 얼마나 넓고 많은 문화재인가요.
 
이 기록은 국내에 대목장 중 단연 최고 기록이라고 합니다.
 

고건출을 짓기 전 한옥 도면부터 살펴 보는 전흥수 선생님 모습

▲ 고건축물을 짓기 전 한옥 도면부터 살펴 보는 전흥수 선생님 모습
 

대목을 위해 준비한 각종 연장을 살펴보는 전흥수 선생님

▲ 대목을 위해 준비한 각종 연장을 살펴보는 전흥수 선생님
 

대패의 칼날도 다듬고

▲ 대패의 칼날도 다듬고
 

줄자도 띄워보고...

▲ 줄자도 띄워보고...
 

화장실 하나조차도 최선을 다하는게 목수지 사진

화장실 하나조차도 최선을 다하는게 목수지 사진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청소년기부터 우직하게 오로지 나무를 부여잡고 대패질 하면서 한길을 걸어온 덕분에 급기야 1983년 문화재 기능인 제608호에 등록됐고, 2000년에는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이 됐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목장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중 인류무형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다는거 아시죠?
 
전흥수 선생님은 이제 더 늙고 힘들어지기 전에 이 소중한 대목의 기술을 후학들에게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결국 큰 일을 하시게 됩니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 대동리. 이곳은 선대때부터 자그만치 22대를 살아온 전흥수 선생님의 고향인데 여기에 1996년부터 자신의 사재를 털어 한국 전통의 목조건축의 기술을 집약해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설립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최초의 고건축박물관으로서 6천여평의 대지에 전시실과 연구실, 팔각정 등 10여채의 한옥 건축물이 세워져 있고 전시실에는 우리나라의 고건축을 축소한 모형이 가득합니다. 이 고건축 한옥 모형들은 실물크기의 10-20%로 축소되었지만 부재 하나조차도 빠뜨리지 않고 잘 짜여져 있습니다.

실물이 100조각이라 하면 그 100조각을 고스란히 같은 비율로 축소해 짜맞춘 것이니 거기에 소요된 시간이나 비용,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수 있을 것입니다.
 

평생의 업을 한곳에 집대성한 고건축 박물관의 제1전시실

▲ 평생의 업을 한곳에 집대성한 고건축 박물관의 제1전시실
 

수덕사 대웅전 등 수많은 국보급과 유명 사찰의 축소 소모형을 그대로 ...

▲ 수덕사 대웅전 등 수많은 국보급과 유명 사찰의 축소 소모형을 그대로 ...
 

화장실 하나조차도 최선을 다하는게 목수지 사진

화장실 하나조차도 최선을 다하는게 목수지 사진

연장도 있고

▲ 연장도 있고
 

기와도 있습니다.

▲ 실물 기와도 종류별로 다 있습니다.


이곳에는 그래서 숭례문, 종묘 정전, 화엄사 각황전, 수덕사 대웅전, 봉정사 극락전, 강릉 객사문, 부석사 무량수전, 도갑사 해탈문, 금산사 미륵전, 송광사 국사전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명품 국보급 한옥 건축물과 사찰의 축소 모형이 다 만들어져 있고 거기에는 명찰도 있어 학생들 견학에도 제격입니다.
 
아울러 대목 작업에 필요한 온갖 듣도 보도 못한 각종 연장과 도구류까지 다 전시돼 있습니다. 장인들의 땀방울이 스며있는 것들이죠.
 
대한민국 한옥 건축물의 상징적인 본산, 요즘 말로 치자면 그야말로 ‘한옥의 건축의 랜드마크’를 짓고 싶다는 마음에 그동안 여기에 쏟아 부은 돈만 100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오로지 대목의 건축학적 미와 기술을 후대에 남기기 위해 전재산을 쏟아 부어 만든 고건축박물관, 그래서 그 땀방울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동안 축적해온 각종 한옥건축물의 도면을 살펴보며 말씀해 주시는 전흥수 선생님.

▲ 그동안 축적해온 각종 한옥건축물의 도면을 살펴보며 말씀해 주시는 전흥수 선생님. 맨 아래 오른쪽엔 창덕궁 대조전 도면이 보이네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지었거나 손을 댄 목조건축물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건물은 어떤 것인지 여쭈었습니다.

선생님으로부터 돌아온 말씀.
“내 손이 닿은 건물은 다 똑같은 내 자식이야. 그러니 어떤게 최고라고 할 수 없는게야. 그래도 꼭 하나 짚으라 하면 수덕사 황화루인데... 그게 마음에 들기는 해. 하지만 진정한 목수는 화장실 하나조차도 똑같은 정성과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필요해. 그게 진짜 목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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