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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닮아 단내만 물씬 풍기는 엿 조청

눈으로 본 그대로 따라해보기

2015.01.25(일) 16:14:29김기숙(tosuk48@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머니란 이름보다 엄마라는 이름이 더 좋은 나! 엄마 표 엿을 만들기 위해 가마솥에 엿물을 가득 채워 넣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본다. 신나게 펄펄 끓어 불순물이 생기면 조리로 건저내고, 착한 것만 남겨서 졸이면 이름을 갱엿, 조청이라 불러 주리라.

동지가 어영부영 지나고 섣달이 돌아온다. 울 엄마는 그믐이 돌아오면 으레히 엿을 고았다. 우리들 간식을 해주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주 재료인 쌀이 넉넉지 못해 항상 문제였다.
 
 위로 오빠가 두 명 있지만 맏딸이라 나는 엄마를 대신해서 하는 일이 많았다. 동생들 돌보랴 밥하랴, 학교 다니랴, 나이에 비해 키가 작은 나의 별명은 꼬마대장이었다. 동기간들은 다 상급학교에 갔지만 나는 줄을 잘 못 서는 바람에 중학교를 못 다녔다. 동창들이 교복입고 학교에 가서 꼬부랑글씨 배울 때 엄마를 쫓아다니며 일찍 감치 가사 일을 배웠다.

 우리집 뒤란은 담은 밤나무 울타리로 했었다. 무엇을 위한 막음인지 고양이도 개도 닭도 자기 맘대로 들락거렸다. 겨울 밤 찬바람이라도 부는 날엔 문풍지와 말라버린 밤나무 잎사귀가 조화를 이루어 밤새 울어댄다. 그러니까 부엌인들 얼마나 추웠을까. 옛날에 눈은 왜 그렇게도 많이 왔는지 올 해에 첫눈 오듯 했다. 눈이 많이 오면 옹달샘 가는 길도 막혀 버렸다.
 
 설날이 되면 너의 오라비들이 서울에서 내려 올 터인데 하고  엄마는 엿 고을 걱정을 혼자서 하신다. 청솔가지를 때서 엿 만들 생각을 하니까 걱정인가보다.

새벽 방바닥이 미지근하게 식어온다. 이불이 모자라서 여섯 남매 발만 묻고 자는 밤, 오빠들이 객지로 나가는 바람에  내가 대장이 되어 이불을 쓰윽 끌어다 머리까지 덮어 보니 좋다. 같이 자는 동생들 생각에 어떻게 할까 망설이지마 얼떨결에 잠이 들어 버렸다. 얼굴은 시리고 양재기에 떠다 놓은 물마저 살얼음이 진다. 가리개 없는 허전한 토방에 눈발이 날리다 못해 마루까지 올라와 방문을 엿본다.
 
 토방에 널브러진 고무신들이 눈 세례를 받고 댓돌위에  누워있다. 엄마는 눈 속에서 신발을 찾아 수수 빗자루로 대충 털어서 마루에 올려놓지만 예뿐 별 무늬를 한 함박눈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별 무늬가 맘에 든다. 연제까지라도 녹지 않고 두고 보면 좋겠다.
캄캄 한 방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못하겠다. 하얀 창호지문이 훤하여 바깥쪽임을 알 수 있다. 이불속에서 눈도 안 뜨고 엄마를 찾는데 부엌에서 인기척이 난다.

 엿을 고려고 수수밥을 하시는 모양이다. 마루로 향한 쪽문을 열고 부엌을 들여다본다. 등잔불은 켰건만 생솔가지 타는 연기가 부엌을 막아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타지 않으려고 버티는 생솔가지와 엄마는 씨름을 하신다. 마른 솔걸 두어줌 앞에 놓고 불쏘시개를 하지만 엄마의 속정을 모르는 생솔가지는 한 번에 타들어 가지를 않는다. 타다 꺼지고를 반복하는 메케한 연기는 결국 엄마를 울리고 말았다. 엄마는 눈물을 닦으시면서 밖으로 나온지만, 그 눈물은 일찍 돌아가신 남편에대한 원망의 눈물인지도 모른다.

 또 매서운 연기가 할머니의 시집살이보다 더 할까만은 엿은 하루에 다 고아야 된다고 하시면서 첫 새벽에 일어나셨다. 수수엿이 색깔 곱다고 수수밥을 해서 엿기름을 섞으면서 맷돌에 갈아 솥에 삭힌다. 한말에 엿기름 한 되를 넣고 하되 엿기름을 많이 넣으면 엿이 너무 달고 조금 나온단다. 그리고 갱엿은 열 닷 근 내지 열 세근이 나온다고 하신다. 어려서 엄마가 엿을 만들 때면 심부름을 했다. 식혜 물을 짜면 자루를 잡아주고 아무튼 잡다한 심부름은 내차지였다. 엄마는 어린 나에게 세밀하게 가르쳐 주셨지만 귀에 들어 올리 만무하다. 손등은 터지고  춥기만 하다.  콩을 볶아 맷돌에 갈아서 가루를 만들어 놓고 엿을 콩가루위에 퍼 놓아  저절로  굳으면 우리들의 간식거리가 된다.

 마루 시렁에 올려놓고  조금씩 두고두고  깨처서 주신다. 한 번에 실컷 먹고 싶지만  너무 달아서  많이 먹으면 안돠다고 하신다. 변하지 않는 입맛 때문에 올해는 큰 맘 먹고 엄마 표 엿을 만들었다.
 
내가 엄마 표를 좋아하듯이 우리 아이들도 무엇이고 엄마 표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팥 인절미에 조청을 찍어 먹으면서 우리 엄마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내보인다. 눈으로만 보아도 공부가 되나보다 엄마가 하신대로 그대로 따라서 했다.

늦가을 서리가 오면 엿기름을 길러 서리를 두어 번 맞힌다. 엿기름은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면서 말려야 맛이  더 좋다. 보리를 담가 건져 놓은지 삼일이 되니까 뿌리가 나오고 그 뒤에 뾰족한 새싹이 손톱만큼 앙증맞게 나온다. 엿기름에서 단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사람도 엿기름을 닮아 싹 좋고 단 내가 나면 얼마나 좋을까.

▶농사지어서 기른 싱싱한 엿기름

엄마를 닮아 단내만 물씬 풍기는 엿 조청 사진

▶ 다 삭은 식혜를 소쿠리에 한번 걸러내고  고운 자루에 두 번째 거른다. 엿물짜기

엄마를 닮아 단내만 물씬 풍기는 엿 조청 사진

▶ 솥 가장자리에 몰린 이물질 걷어내기

엄마를 닮아 단내만 물씬 풍기는 엿 조청 사진.

엄마를 닮아 단내만 물씬 풍기는 엿 조청 사진

▲방울이 많고 커지면 조청이 다 된것임.

▼ 가마솥 전통 방식 장작 불로 12시간을 졸여야 윤기나고는 맛있는 조청이 된다.

엄마를 닮아 단내만 물씬 풍기는 엿 조청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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