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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 살리려다 눈 잃을 뻔 했어요.

농어촌공사 주체.16회 전국 학생,주부 등이 공모 해 충남 우수상 작임

2014.12.05(금) 22:35:51김기숙(tosuk48@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내 고향은 산천 좋고 물 맑은 고향이었다. 그리고 맑은 냇가는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겨울이면 작살로 얼음을 조그마하게 깨쳐 얼음 배를 만들고 여름이면 고기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냇가에서 친구들과 멱을 감고 동생들과 신발로 고기를 잡아 고기가 나가지 못하도록 돌멩이 집을 짓고 해 지는 줄 모르고 놀았다. 그 때는 물이 오염 될 만한 것도 없고 물이 오염되어 썩어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런 고향산천을 두고 지금살고 있는 이곳으로 결혼을 하여 살고 있다. 맑은 물이 너무도 그리워 친정에도 갈 겸 고향을 찾아가니 나의 놀이터이자 맑은 냇가는 수풀이 우거져 사람들이 자주 건너던 징검다리도 없어지고 악취 나는 오염된 물만 흘러가고 있었다. 냇가에서 가까운 곳에 공장이 생기고 생활의 오폐수가 냇가 바닥에 깔려있다. 크게는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 작게는 주부들이 버리는 생활 폐수도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아! 이럴 수가 있나?”
썩은 물이 흘러가는 냇가에 서서 어릴 적 나의 모습과 친구들을 그려본다. 맑은 물은 사람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수 십 가지의 고기들도 사라졌다. 붕어, 송사리, 미꾸라지, 수염을 자랑하는 메기, 모래 속에 몸을 숨겼다 나왔다 숨바꼭질하는 모래모지, 등에 갑옷을 입고 뒷거름치는 가재 등 도 한 때는 내 친구였다. 어릴 적 동생을 등에 업고 놀러 갈 곳이 마땅치가 안으면 냇가에 동생을 내려놓고 놀았다. 그뿐인가 동네아낙들이 한데 다모여 빨래도 하고 동네 돌아가는 얘기는 주로 빨래터에서 시작되었다.

썩은 물로 변해가는 고향냇가, 어디에서 보상을 받아야 하나 사라져 가는 것에 희망을 잃는다. 내가 사는 이곳은 냇가가 없으니까 냇가의 개념이 없다. 고향의 냇가만 썩어가는 것이 아니었나보다, 맑은 물을 살리자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닭을 튀기는 기름을 하천에 버리면 물의 수질 오염도가 높다고 하여 폐식용유를 재활용하여 비누 만드는 방법이 나왔다.

제일먼저 생활개선 회원들을 상대로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비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옛날에 광목옷을 빨래 할 때에는 양잿물로 빨았는데 비누 만드는 법을 배우면서 양잿물(가성소다)로 배웠다. 가성소다란 말에 나는 잠간 착각을 하기도 했다. 먹는 식소다로 착각을 했다. 가성소다 파는 곳을 물어서 찾아간 곳은 화공 약품을 파는 곳에서 팔았다. 비누를 만들어 쓰면 하천이 깨끗해진다는 말에 실천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아는 동생이 치킨 집을 운영하는데 폐식용유를 얻어다 배운 대로 계속 만드는 연습을 했다. 폐식용유로 만든 비누는 옷에 묻은 때가 잘 빠지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폐식용유가 비누가 되다니 참 신기했다. 만든 비누를 녹여서 세탁기에 붓고 빨래를 삶을 때도 사용한다.
비누 만드는 소질이 생기자 소문이 나서 서산시 여성 대회 날 시청에서 특강 제의가 왔다. 나는 해 낼 수가 있을까 반신반의 하면서 대답을 했다. 5백 여 명이 모인 가운데 비누를 만들어 쓰면 수질오염이 적은 얘기며 비누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다. 내 특강시간이 순서가 바뀌는 바람에 늦어서 회원들이 좀 줄 은 것이 아쉬웠다. 어느 날 시내에서 사는 아주머니가 비누 만드는 재료를 사다 놓았는데 만들어 줄 만 하냐고 전화가 왔다. 특강시간에 제대로 못 들었단다.

“그래요, 좋지요!”
가성소다를 녹이고 비누 저을 대나무 1m되는 것을 가지고 위풍당당하게 차를 타고 갔다. 사람들이 대나무를 가지고 시내로 들어가니까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아주머니네 집에 도착하여 장갑을 끼고 먼저 물에 가성소다를 완전히 녹인 다음 폐식용유를 넣고 서서히 저어 비누가 순두부처럼 굳어지자 상자에 퍼 담고 무의식중에 장갑 낀 손으로 눈을 비볐다.

눈알 인지 눈꺼풀인지 알 수가 없이 쓰라리고 눈물만 나온다. 장갑을 빼서 내버리고 안절부절 못하고 이대로 눈이 멀어 봉사가 되는 것 같아 가슴만 두근거린다. 주인아주머니가 약국에 가서 약을 사다 눈에 넣어준다. 약을 눈에 넣고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있어도 눈물이 계속 나온다. 집에 와야 하는데 걱정이다.

한손으로 눈을 가리고 눈 하나로 집에 오려니 뒤우 뚱 거리고 걸음도 안 걸어진다. 눈 하나로 사는 사람의 심정을 알 수가 있었다. 앞으로 내 눈은 어떻게 될까 이대로 병신이 되는 것만 같아 집에 오는 중에 후회가 막심했다 눈이 나으면 영원히 비누를 안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루가 지나도 눈은 그대로 쓰라리다. 삼일이 되자 눈은 좀 덜 한 것 같아 안도의 숨이 나온다. 혼이 날 까봐 가족한테도 알리지 않고 혼자만이 약을 눈에 넣고 낫기만을 기다렸는데 몇 일만에 나은 것이 다행이었다.

맑은 물을 만드는데 미나리가 최고라고 하여 미나리꽝을 견학가기도 했다. 논에 미나리꽝을 만들어놓고 폐수를 그곳으로 들어가게 해놓았다. 미나리꽝은 삼 계단으로 만들어놓았다. 제일먼저 폐수가 들어가는 1단계 논에서 자란 미나리는 키가 크고 연하게 잘 되었는데 그 다음 2단계로 흘러 내려가는 논에 미나리는 노랗고 키도 작아 잘 안되었다. 마지막 3단계 에서는 깨끗한 물로 정화 되어서 미나리가 자라나지 않고 그대로였다.
 
지저분한 하천수가 미나리로 인하여 이렇게 맑은 물이 되다니 믿어지지가 안했다. 그렇지만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까 믿을만하다. 미나리는 수질오염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우리집 앞에는 냇가가 있는데 비 오면 1회성 냇가가 되고 비가 그치면 개천이 되는 곳이다. 개천이 되면 물이적어서 잘 내려가지도 안으니까 군데군데 시궁창이 된다. 생각해낸 것이 미나리를 심으면 1석2조의 효과를 볼 것 같아서 미나리 뿌리를 개천을 따라서 군데군데 심었다. 미나리는 해마다 퍼져서 개천을 꽉 메웠다.

얼마나 잘 자라나는지 오고가는 사람들이 눈독을 들이고 뜯어 가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다 뜯어가고 포대에 뜯어 담고 심지어는 경운기를 가지고 와서 맘껏 베어간다.

초봄부터 늦은 봄 까지 숱한 사람들 밥반찬이 되고 약초가 되기도 한다. 봄나물 중에 미나리는 향긋하고 비타만c, 식이섬유, 칼슘, 철분, 무기질이 풍부해서 효소를 만들고 즙을 만들어 먹으면 당뇨에 좋을 뿐더러 간에도 좋다고 해서 인기가 있는 식물이다.

그 뿐인가 시궁창에는 맑은 물이 되어 붕어 미꾸라지가 논다.
해마다 못짜리를 할 때면 객지에 나가있는 아들과 손자들이 온다. 아들은 못자리를 하는데 일손을 도와주러 오지만 아직 어린 손자는 못자리를 하는데 도움도 안 되고 말썽만 부린다. 한번 왔다 가는데 모델료 값만 십 만원이다. 하도 말썽을 부리니까 아들은 손자들을 달래느라고 그물을 사 가지고 와서 앞 개천 에 가서 붕어나 잡으라고 한다. 손자 둘이서 신발을 길에다 벗어놓고 그물로 고기를 잡는데 작은 손자는 고기를 몰고 큰손자는 그물을 대고 있다.

“할머니! 붕어 잡았어요”
미꾸라지 두 마리를 잡아다 못 짜리를 하는 일꾼들 일손을 놓게 한다. 서울 녀석이 처음으로 잡아본 물고기이다. 짜르륵짜르륵 돌아가는 파종기 앞에 비집고 와서 고기구경을 하라고 한다.

“어디보자”
조그만 그물 속에는 제 손꾸락만한 미꾸라지 두 마리가 있다.

“이건 붕어가 아니고 미꾸라지구나, 이따 할머니가 국 끓여 줄게” 하니까 “에이 할머니 이걸 어떻게 먹어요?”한다.

나는 한술 더 떠서 미꾸라지가 눈이 멀었나보다 너희들한테 잡힌 것을 보니까 말이다.
돈 안들이고 친화적으로 미나리를 심어 맑은 물을 살려 놓으니까 물고기도 돌아왔다. 삼천리금수강산은 네 것도 내 것도 아니다. 깨끗하게 쓰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옛날의 냇가 맑은 물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할머니를 손자들은 알기나 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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