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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무쇠를 달군 마이다스의 손 모무회 선생님

무쇠를 녹이는 1500도 열기만큼 뜨거운 삶,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 41-2호

2014.07.17(목) 09:55:51남준희(skawnsgml2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랑께... 배운건 없어도... 우리 아부지가 하시던 대장간 일을 국민핵교만 졸업하고 곧바로 물려받아 오늘까정 이어 왔으닝께 그것만으로도 잘한거 아녀? 요세 이런 대장간 어디가서 구경하겄어? 우리 집이나 허닝께 보는거지”
 

홍성 장터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모무회 선생님의 대장간

▲ 홍성 장터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모무회 선생님의 대장간


대장간과 앞길

▲ 대장간과 앞길


제품을 연마중인 모무회 선생님

▲ 제품을 연마중인 모무회 선생님


모선생님과 대정간

▲ 모선생님과 대정간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무형문화재 취재를 하러 들어간 저에게 착착 붙는 말씀으로 벌써 대장간의 분위기를 전해 주시는 분.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 41-2호 모무회 선생님. 홍성에 남아있는 마지막 대장장이십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쇠를 벼리고 갈고 닦으셨는지 햇수를 좀 헤아려 달라고 여쭙자 달군 무쇠에 망치질 한지 50여년이 훌쩍 넘어버렸다며 이젠 그걸 햇수로 세는게 의미가 없다고 하십니다. 초등학교 졸업때부터 이날까지 했으니 그거야말로 평생일이니까요.
 
쇳덩이만 있으면 작은 호미에서부터 낫, 괭이, 삽 등 뭣이든 뚝딱 만들어 내는 기술 덕분에 홍성 장날에는 모무회 선생님댁 대장간 문턱이 닳을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갈탄을 사용하는 화덕. 화덕에는 아쉽게도 홍성 장날에만 불을 피우신다고 해서 이날은 1500도의 화덕 불덩이를 볼수 없었습니다.

▲ 갈탄을 사용하는 화덕. 화덕에는 아쉽게도 홍성 장날에만 불을 피우신다고 해서 이날은 1500도의 화덕 불덩이를 볼수 없었습니다.


“쉽게 만든다고 해서 그저 흔하디 흔한 쇳덩이 연마하는 그런 일로 보면 오산여. 오늘은 장날이 아니라 저기에 불을 안피웠지만 장날 석탄으로 불을 붙이면 그 온도가 1500도가 넘지. 그 뜨거운 화덕에서 쇳덩이를 녹여 낸다고 생각해봐. 말이 1500도지... 한여름에는 땀이 줄줄줄 흘러. 얼굴은 벌게져선 숨만 헥헥거린다닝께. 풀무질은 안 허냐구? 요세는 풀무로 불을 때는 대장간은 이제 없어. 그걸루는 굶어죽지. 인자는 갈탄에 불을 피우고 전기로 열을 가해서 화력을 높인다닝께.”
 

쇠 제품을 두들겨서 연나해 주는 자동 해머기계

▲ 쇠 제품을 두들겨서 연마해 주는 자동 해머기계


자동 해머를 이용해 쇠를 연마중인 모무회 선생님

▲ 자동 해머를 이용해 쇠를 연마중인 모무회 선생님


해머로 연마중

▲ 해머로 연마중


연마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쇳덩이 부산물

▲ 연마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쇳덩이 부산물


쇠 제품은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했습니다. 일일이 손으로 때려서 연마하는지, 그러면 그 노동력이 보통이 아닐것 같아서요. 모무회 선생님도 이젠 연세가 있으시니 슬그머니 걱정(?)도 되고요.
 
“벌겋게 달궈진 쇳덩이를 꺼내선 ‘기계 함마’ (해머를 ‘함마’로 부르시는것 같았습니다)로 두들겨서 쇠를 벼리는 거여. 그게 요세는 모타를 돌려서 자동으로 하닝께 망치질도 자동여. 함마 재봉틀이라고 보면 맞어. 재봉틀이 드르럭 드르럭 하면서 박듯이 함마도 돌아가면서 딱딱딱딱 때려 주닝께. 안그라믄 인자는 일 못혀. 늙었잖어. 이런 기계가 있으닝께 대장간도 허지”
 
지금이야 자동 모터해머로 하지만 그전에는 오로지 손으로 두들겨 가면서 쇠를 연마했다고 하니 그 수고와 육체적 노동이 상상을 초월할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전에는 혼자 하기가 벅차 망치질을 할때는 부인이신 강복자 여사님이 함께 앉아 녹슬은 쇳덩이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망치질을 도와주었다죠.
 
모양이 웬만큼 잡히면 다시 화덕 속에 집어넣어 달구고, 달궈진 쇳덩이를 꺼내 또 두들기고... 이 과정을 10여차례나 반복한 다음, 찬물에 담가 식히는 일을 또다시 수차례 되풀이 해야만 진정한 쇠 제품 하나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폐차장에서 가져온 고철이 반짝반짝 윤기 나는 물건으로 변하는 게 바로 이때인 것입니다.
 

제품이 전시돼 있는 대장간 내부

▲ 제품이 전시돼 있는 대장간 내부

 

고물상에서 사 온 고철들. 이걸 녹여서 제품을 만든다 하십니다.

▲ 고물상에서 사 온 고철들. 이걸 녹여서 제품을 만든다 하십니다.


완성제품들

▲ 완성제품들


그러고 보면 모무회 선생님은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습니다. 버려지고 녹슬어 낡아가기만 하는 무쇠 덩어리들을 죄다 모아서 거기에 숨을 불어넣으니까 말이죠.
그리고 요즘에는 농촌에 거의다 노인들만 계시니 농기구도 노인들이 쓰기 편하게 만들고, 심지어 농촌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늘어나 이들의 체형에 맞는 농기구들도 만든다고 하십니다.
 
모선생님이 쇠를 주물러 만들어 내는 품목은 아주 많습니다. 원하는 것은 모두 만들어 주기 때문에 대장간에는 호미, 낫, 괭이 등 농기구에서부터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는 기구들까지 쇠를 이용한 도구는 모두 있습니다. 처음 재단에서 열처리, 연마까지 7-8개의 모든 과정을 손으로 작업하시는데 농기구 하나 만드는데만 30-40번의 망치를 두드려야 할 만큼 고통스런 작업이지만 여전히 아버지에게 배웠던 전통 방식을 고집하면서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수제 농기구가 아닌 첨단화된 농기계와 값싼 중국산 농기구가 물밀듯이 밀려와서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모선생님은 그래도 무쇠로 담금질해 만든 튼튼한 농기구를 찾는 연로한 농부들을 보면서 50여년 대장장이로 지내왔던 세월이 후회되지 않는다네요.
 
평생동안 한곳에서 한우물만 파며 근처 농민과 도시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모무회선생님. 오늘도 당신의 삶이 송두리째 녹아 있는 대장간에서 힘차게 인생을 두드리고 계시는 모습. 진정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부디 만수무강 하셔서 소중한 우리의 전통문화가 살아있음을 항상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연락처 ; 041-632-3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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