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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집 마늘 캐던 날의 풍경

수필

2014.06.28(토) 01:24:00김기숙(tosuk48@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모내기 바투 끝나고 나니까 밭둑이나 논두렁에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풀들이 기다리고 있다. 잡초와 씨름을 하다보면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일을 한다. 주변이 어둑어둑 해야 집에 들어온다. 저녁이 자꾸 늦어진다.

현관에 작업복이랑 신발, 팔찌, 모자, 장갑, 모든 것들을 아무렇게나 벗어 널브러진 채로 들어온다. 한 참 일이 몰려서 바쁠 땐 그저 그렇게 지낸다. 누가 와서 흉을 보거나 말거나 농촌 실정은 그렇다.

여든을 바라보는 이웃집에서 마늘 캐는 일을 해달라고 하신다. 집에 일도 버거워서 안 갔으면 좋겠는데 일꾼이 모자라란다고 꼭 좀 와 달라고 사정을 하신다. 하루는 캐고 다음날은 5 십 개 단위로 세어 묶어 판다고 하신다.

여섯 시 반에 가니까 어른들이 벌써 오셨다. 다들 궁둥이에 동그란 깔방석을 달고 오셨다. 모두들 무릎에 관절이 왔다. 방석을 깔고 앉아서 마늘을 캐면 능률이 안 나지만 마늘 캐는 젊은 사람들이 없으니까 하는 수 없다. 평생 일로 늙으신 분들이라 마늘은 찍지도 않고 잘 캐신다. 마늘 캐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창 질 을 잘못해서 마늘통을 찍으면 마늘은 상품 가치가 없다.

올해는 스페인산 마늘 시세가 없어서 손해를 보면서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판매한다.
 
시세야 어쨌거나 주인은 마늘 캐는 일꾼을 다섯 명이나 얻었다. 마늘 캐기가 더웁고 어려우니까 품삯은 꼭 마늘 캘 때 오른다. 품삯이 오르면 받는이야 좋겠지만 주인은 손해나는 줄 알면서도 오른 품삯으로 준다.

한 두둑에 둘이 앉아서 마주보며 열심히 캐는데, 마늘밭에 씌운 비닐을 먼저 걷어 내라고 한다. 일이 순서가 바뀌었다. 마늘을 캐고 비닐을 걷어내면 쉬운데 마늘을 캐지도 않고 비닐을 걷어내니까 일이 능률도 안 나고 허리는 더 아프다.

주인은 빨리 걷어내란다. 이유인 즉은 조금만 있으면 마늘 캐는 기계가 온다나 어쩐다나 하면서 어수선하다. 마늘은 스페인산이다. 마늘 캐는 기계가 온다는 말에 주인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입씨름이 났다.

아주머니 왈 “일꾼 얻어놓고 왜 기계는 오라구 허는것이유, 오라구 하려거든 오후에나 오라구 할 것이지”

“나 원 참!”
“손으로 뽑아두 잘만 뽑히너먼”

우리들은 이편도 못 들고 저편도 못 들고 싸움 구경만 하는 것이다.

마늘밭에 비닐을 한 두둑 바듯 걷고 나니까 트랙터 뒤꼭지에다 마늘 캐는 기계를 달고 왔다. 한 두둑을 트랙터가 지나가더니 트랙터보다 마늘 밭 두둑이 더 넓어 마늘이 안 캐진다고 그냥 간다고 한다. 마늘 캐는 기계가 하루 오면 기계 삯이 2십 만원 이란다.

감보다 고욤이 달다. 평생 술을 입에 달고 사시는 주인아저씨 핑계 삼아 이사람 저사람 되리고 술 잡수시러 집에 들어가시더니 11한시가 넘도록 나오지를 않는다. 주인마나님 풀 방구리 드나들 듯 남편 부르러 몇 번을 가봐야 몹쓸 소리만 듣고 나온다.

밭에 나와 푸념을 늘어놓고 내 팔자 네 팔자 찾더니 일꾼들 밥해야 한다고 아픈 다리 이끌고 뒤우뚱 거리고 들어가신다. 마늘도 연작을 해서 그런지 3분의 2도 더 죽었다. 기계가 못 하니까 결국엔 궁둥이에 매달은 방석에 앉아서 마늘을 캐기 시작하는데 주인 속도 모르는 하늘 할머니 마늘 캐는 품삯이 올랐다고 신바람이 났다.

여섯 사람중에 벼농사 마늘 농사 등를 하는 분들이다. 올해 스페인산 마늘 값은 똥값이라는 것을 어느 누구나 다 아는 규정사실이다. 땅 한 되지기도 없이 남의 품만 팔러 다니는 할머니가 품삯이 올랐다고 입이 침이 마르도록 혼자 계속한다. 품만 팔러 다니는 입장에서는 신바람이 날만도 하다.

“내 말 좀 들어 보유!”
“일 반장이 그러는디 마늘 캐는 품값 7만원 받기루 작정하구 댕긴대유”
“......”

아무도 대답이 없다
“물갈 때 배 떠난다구 이럴 때 부지런히 품 팔러 다녀유.” 한다. 우리 집도 일이 많을 땐 일꾼을 사야하는 입장이라 품값 7만원이 반가운 것은 아니다.

농사는 지어야 하고 봄만 되면 무얼 심을까 고민하다 심는 것이 노인들의 농사법 감자와 마늘이다.

농산물 팔아 큰돈 한 번 만져 보지 못하고 어쩌다 꿈에 떡 맛보듯 값이라도 오르면 제대로 팔 줄 몰라서 중간 상인만 좋은 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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