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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 만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40년간 얼레 빗을 만드신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42호 목소장 이상근 선생님

2014.05.01(목) 12:23:08남준희(skawnsgml2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빗이 뭔지 아시죠?
우리나라의 빗은 정확한 고증은 할 수 없지만 ‘증보문헌비고’에 따르면 단군이 개국하던 첫해에 백성에게 머리를 땋고 관모를 쓰는 법을 가르쳤다하는 대목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것으로 보아 우리 민족은 일찍이 머리를 거둘 줄 알았고 남자들이 상투를 트는 풍습 역시 기록이 있기에 빗의 역사도 매우 오래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산업기술이 발달해서 요즘에는 플라스틱 브러쉬가 대세이고 선조들이 오랫동안 사용해오던 얼레빗을 찾아보기조차 어렵게 됐지만 전통 얼레빗을 만들고 계신 분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단 1명뿐인 얼레 빗 명인,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42호 목소장 이상근 선생님. 올해로 꼭 40년째 얼레 빗을 만들고 계신답니다.

이상근 선생님 공방

▲ 이상근 선생님 공방 
 

빗 만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


“예를 강조한 우리 선조들은 단정한 의관복식과 차림새를 매우 중요시했죠. 단정함의 기본은 옷차림과 몸가짐인데 머리 부분이 용모의 첫인상이잖아요. 머리 부분을 정리하기 위한 빗의 모양도 다양하게 만들어 졌는데 전통적인 빗은 참빗과 얼레빗으로 나뉩니다. 얼레빗은 빗살이 굵고 성긴 반원형의 큰 빗입니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는 거북 껍질, 상아, 뿔, 은, 굵은 털 등으로 작게 만들어 무늬를 새기거나 주칠을 해 머리에 장식으로 꽂기도 했으며 빗살이 촘촘하고 작은 참빗과 구별됩니다.”
 

공방에 전시중인 얼레 빗 작품들

▲ 공방에 전시중인 얼레 빗 작품들
 

빗 만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


 


참빗에 비해 빗살이 성긴 얼레빗은 기능에 따라 반달빗과 면빗, 상투빗, 가리마빗 등 6개로 나뉩니다. 작품에 따라 세밀한 문양이 많이 들어갈 경우 1개의 얼레빗이 나오는 데 3개월 넘게 제작에 몰두하기도 한다네요.
 
얼레 빗의 특징에 대해 좀 자세하게 설명을 부탁드렸습니다.
 

빗 만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


“얼레 빗은 5cm길이의 작은 것부터 20cm가 넘는 큰 얼레빗까지 다양한 크기가 있어요. 한국 전통 탈, 춘화도, 저잣거리 풍경 등 다양한 문양으로 조각되기도 하죠. 빗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재료는 재료는 두피와 직접 닿아도 독성이 없는 박달나무, 대추나무, 대나무, 도장나무, 소나무, 느릅나무 등이 주로 사용됩니다. "


얼레 빗의 종유

▲ 얼레 빗의 종류
 

빗 만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


 


빗 만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


빗 만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


빗 만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


"그리고 고급의 재료로서는 상아, 뿔, 은 등으로 만들어 여기에 나전, 은상감, 화각, 칠보, 매듭 등의 기법 및 장식이 곁들여 지게 돼요. 특히 제주도의 해송은 병을 고쳐주고 귀신을 쫓는다 하여 이것으로 만든 얼레빗이 인기가 있습니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는 거북껍데기, 상아, 뿔, 은, 굵은 털 등으로 작게 만들어 무늬를 새기거나 주칠을 하여 머리에 장식으로 꽂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얼레빗에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신격화 하고 있는 10장생 무늬를 주로 시문하죠. 여러 가지 동식물, 산수 말입니다 ”
 
이상근 선생님은 지난 2010년 8월에 충청남도로부터 도지정 무형문화재로 인정 되셨는데 현재 공주시 한옥마을 내 ‘치산 이상근 공방’이라는 전수관을 설립하고 후학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선대(先代)의 전통을 보면 이상근 선생께서 무형문화재로 선정 되신게 하나도 이상할게 없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전통의 공예 전문가 가문이시기 때문입니다.
 

빗 만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


빗 만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


빗 만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


공방 벽면에는 족보를 카피한 가계도가 있는데요.
먼저 6대조 이상조 선생은 행군자감정이라는 직책을 지냈고 5대조 이집선 선생께서도 공조참의를 역임했습니다. 고조부께서는 공조참판, 증조부 역시 공조선공감을 지내셨고 조부 역시 공조선공감을 역임하셨습니다.
 
“7대조는 공조(공예품을 관장하는자리), 6대조 행군자감(화살이나 활을 관리하는 장인), 5대조는 공조참의, 4대조는 공조참판(공예품 관장하는 장인), 3대조는 공조성공감을 지내셨으며, 할아버지는 고종 때 왕실 안에서 기수(기술자)를 관리하는 팀장이셨습니다. 그렇게 대를 이어 공예를 한 가문인데 아버지는 일제시대에 할아버지가 고종황실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친일로 몰렸고 단발령이 내려지면서 빗을 만들다가 몇 차례 옥살이를 하신 적이 있어요. 그 뒤를 이어 내가 얼레빗을 7대째 만들고 있으니, 250여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셈이죠.”
 
말씀을 들으며 족보를 바라보니 한마디로 가문 전체가 뼛속까지 공예분야의 선구자들이셨습니다.
 

빗 만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


이상근 선생님은 1973년부터 얼레빗을 제작해 왔으며 1986년부터 1998년까지 공예품 경진대회에서 23차례 수상했고 2000년에는 내셔날지오그래픽에 수록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2007년 7월에는 유엔본부 초대전시, 10월에도 유네스코 지정 우수공예품으로 인증서를 획득하였다 합니다.
대대로 내려온 가풍처럼 오늘날까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가이셔서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빗 만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


이상근 선생님께서 작업 중간중간에 얼레 빗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서 작업중이신 줄칼을 보여주실 때 깜짝 놀랬습니다.
 

빗 만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


줄칼은 나무 혹은 금속의 거친부분을 매끄럽게 하거나 날카롭게 가는데 쓰이는 도구인데 이것을 보여주실 때 선생님의 왼손 엄지손가락 손톱이 없으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오시는 동안 얼마나 많은 땀방울과 투혼을 발휘하셨는지에 대한 상상이 갑니다.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하신답니다.
 
처음에 빗을 만든다고 했을때 부모님의 반대는 없으셨는지 궁금해서 여쭈어 봤습니다.
 

빗 만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


“아버지는 아들인 내가 가업을 물려받는 걸 원치 않았고 학교선생님이 되라고 해서 그 후 교사가 되었지만 얼마 안돼 사직 후 빗이 좋아 빗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내가 교사인줄만 알고 계셨는데 각종 대회에 나가 상을 타오니, 그 때 아버지께서 “나는 빗 만들다 잡혀가 옥살이를 몇 차례나 했는데 내 아들은 빗 만든다고 상을 주다니 천지가 개벽했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빗 제작 틀

▲ 빗 제작 틀


작업중인 빗

▲ 작업중인 빗
 
 

작업용 도구들

▲ 작업용 도구들


우여곡절이 참 많으셨네요. 선생께서 목소장이자 무형문화재이시는 하지만 얼레빗 무형문화재 목소장으로는 이전에도 없었고 현재도 유일하신데 그 이유도 궁금했습니다.
 
“원래 다른 경우도 비슷하지만 솔직히 먹고 살기 어려워서 요즘 이런거 하려는 사람 많지 않아요. 얼레빗을 전수받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배우려 했지만 빗을 만들어서 먹고살 가능성이 없자 관두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얼레빗 기능자는 나 하나뿐인거죠. 이제 앞으로 후계를 제대로 양성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어느 분야든 참 나름대로 고민이 있습니다. 그것이 다른게 아닌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를 유지 계승하는 문제이니 더 그렇습니다.
 

빗 만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


“저는 지금 제가 하는 일이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지 못받는지 잘 몰라요. 하지만 중요한건 제가 지금 빗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죠. 빗을 만들면서 늘 마음은 행복합니다. 그보다 더 좋은건 없잖아요”
 
환하게 웃으시는 이상근 선생님의 미소에는 우리 소중한 전통문화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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