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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소리 가락'으로 삶의 존엄성과 가치를 다시 보다

죽음에 대한 애도와 영면을 위한 기원 -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22호 부여 용정리상여소리

2014.02.03(월) 11:50:27남준희(skawnsgml2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혹시 기억 나세요? 오래전 70년대 시골에 살던 그때 마을에서 누군가 작고하시면 상여가 나가던 일 말입니다.
“어허~어허이야~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허~이야”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그 소리.

지금이야 첨단화된 장례식장에서 문상하고 곧바로 장지로 가는 3일장을 하지만 그땐 상가에서 문상객을 받고, 발인 때는 전통 상여에 고인을 모시고 마을 어른들이 장지로 이동했습니다.
고인을 모신 상여가 장지로 가는 동안 그 상여를 인도하는 사람을 당시에 마을에서는 ‘요령잡이’라고 불렀거든요. 이 요령잡이 아저씨가 구슬프게 읊조리던 가락과 거기에 되받아 상여꾼들이 함께 부른 가락, 그것이 바로 상여소리죠.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은 상여 나가는 장면을 보지도 못하고 상여꾼의 소리도 들은바가 없이 TV와 영화에서나 봤겠지만 저는 아직도 어린 나이에 보았던 그때 상여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상여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여소리란 장례식 때 상여를 인도하는 향도꾼(요령잡이, 혹은 상두꾼)이 부르는 전주, 그리고 그의 인도에 따라 상여를 메고 가는 상여꾼들이 후렴구처럼 부르는 곡 전체를 말합니다.
일명 만가, 향도가, 행상소리, 회심곡 등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불리고 있습니다.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농촌에서는 초상이 나면 마을단위로 동네 사람들이 서로 협동해서 장례를 치르고, 또 직접 상여꾼들이 되어서 상여소리를 불렀는데, 이중 노랫말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곡조나 읊조리는 형태와 가락은 메기는 소리와 받는 소리가 상당히 비슷비슷 합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젠 고인을 모시던 그런 전통은 모두 다 사라지고 이젠 그것을 보존하과 하는 노력만이 남았습니다.
 

‘부여용정리상여소리’ 전수관

▲ ‘부여용정리상여소리’ 전수관


‘부여용정리상여소리’ 받음소리 예능보유자이신 송건호 선생님

▲ ‘부여용정리상여소리’ 받음소리 예능보유자이신 송건호 선생님이 용정리 상여소리에 대해 설명해 주고 계십니다.


충청남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22호 ‘부여용정리상여소리’.
지난 1997년12월23일에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이미 수십년 수백년 전부터 이곳 용정리 마을에서 오랫동안 전래되어 오던 고인을 모시던 가락입니다.
 
현재 송건호 선생님이 받음소리(발음소리가 아님) 예능 보유자로 계시고 장우순 선생님이 선소리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어 있으십니다.
 
상가에 가면 “호상”이라는 말을 주고 받는 경우가 적잖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좋을 好’자를 써서 호상(好喪)이라고 하는 이유는 고인이 불의의 사고 또는 질병으로 이른 나이에 죽거나, 혹은 나쁜 일에 연루되어 졸지에 사망한 경우와 달리 오랫동안 천수를 누리다가 하늘의 부름을 받고 떠나신 경우를 일컫습니다.
 

오래전 상여가 나갈때 사용하던 도구들

▲ 오래전 상여가 나갈때 사용하던 도구들


'상여소리 가락'으로 삶의 존엄성과 가치를 다시 보다 사진


'상여소리 가락'으로 삶의 존엄성과 가치를 다시 보다 사진


'상여소리 가락'으로 삶의 존엄성과 가치를 다시 보다 사진


부여 용정리 상여소리는 호상소리라고도 하는데, 호상이란 위에 쓴 것처럼 복을 누리며 오래 살던 사람이 죽은 일을 뜻합니다.
즉 죽음을 애도하되, 이젠 자연으로 평온하게 돌아감을 축원하는 의미도 부여함으로써 우리네가 갖는 죽음에 대한 나쁜 의미를 넘어 죽음을 하나의 ‘축제’로 보자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용정리에 호상소리가 시작된 시기와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마을 노인들에 의하면 옛날부터 전해오는 것을 어릴적부터 보면서 자연스레 배웠고 그것을 익혀 서로간에 몇마디씩 다 알고 있던 것을 조합해 오늘날 하나의 ‘곡’으로 완성해 놓은 것이라 합니다.
 
용정리 상여소리는 진소리, 짝수소리, 두마디소리, 자진소리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상여를 맨 대메군(상여꾼)들이 좌우 또는 전후로 나뉘어져 서로 다른 소리를 주고받는 짝수 상여소리가 특징적입니다.
상여가 나갈 때 처음에는 진소리를 하다가 선소리꾼이 "이번 소리 끝나거든 짝수소리로 걸어가세"라고 하면 짝수 상여소리가 시작 된다는군요.
 

과거 용정리에서 쓰던 상여의 축소 모형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송건호 선생님이 과거 용정리에서 쓰던 상여의 축소 모형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젯상의 상차림

▲ 젯상의 상차림


전수관에 전시중인 상복

▲ 전수관에 전시중인 상복


국무총리상을 받을 당시의 시연 장면

▲ 1992년 전국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을 당시의 시연 장면


이 짝수 상여소리는 한 소리가 끝나면 후렴을 받는 것이 아니라 뒤쪽에 일정한 연음부가 있어 이 연음부에서 다음의 소리가 시작됩니다. 즉 주고받는 형식에 겹쳐지는 소리 부분이 있어서 겹상여 소리가 되는 것이지요
 
단순히 두 패로 나누어 후렴을 따라 부르는 선후창 형식이 아니고, 후렴부분을 매게로하여 전혀 다른 두 가사를 노래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상당한 가창력이 발휘되며, 다른 상여소리보다 애조, 장엄, 음악성이 두드러진답니다.
 
용정리에서 전해오는 상여소리는 이 곡조를 바탕으로 인간에게 있어 가장 극단적인 사건인 죽음과, 그 슬픔을 상여 흐르기를 통하여 온동네 주민이 함께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장엄하게 보여주는 ‘생과 사에 대한 인간 존엄성의 장엄한 축제’라고 볼수 있습니다.
이러한 짝수소리는 부여와 공주 일부지방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소리로 백제문화권을 대표하는 특징적인 소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용정리상여소리는 1992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외나무 다리 건너는 장면

▲ 외나무 다리 건너는 장면


상여소리 약간 들어봅니다.
 
<진상여소리>
뒷소리 : 어허 어허이 어허 어허이 어허 어-헤
- 저기가는 저 할머니 이댁 산소가 어디있나
- 가마에다 삶은 닭이 홰를치면 오실라요
- 금강산이 변하여서 바다가 되며는 오실라요
- 중략 -
- 저바다가 변하여서 육지가 되며는 오실라요
- 요불통저불통 저 남산을 보아라 우리도 죽으면 저모양 된데
- 이소릴랑 그만하고 짝수소리로 걸어를 갈까
 
<짝수상여소리>
저기가는 저행인아 이댁에 산소가 어디메냐
에헤루 가자 에헤루가자 어허아 어허아
청천하늘에 잔별도 많고 요내 가슴에 수심도 많다
- 중략 -
에헤루 가자 에헤루가자 어허아 어허아
천안삼거리 능수야 버들아 제멋에 지쳐서 축늘어졌다
에헤루 가자 에헤루가자 어허아 어허아
 
두마디소리(외나무건너기)>
후렴 : 가세 가세 외나무 다리를 가세
- 이팔청춘 소년들아 백발보고 웃지마라
- 옷갓차리고 어디가오, 해는지고 저믄말에
- 빨리빨리 걸어와요 나는 당체 못가겠네
- 중략 -
- 가세가세 어서가세 외나무 다리를 건너가세
- 오동추야 달 밝은데 임의 생각이 절로 난다
- 간다간다 잘도 간다 외나무 다리를 잘도 간다
 
인생의 길고 짧음을 떠나 누구나 이승을 떠나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연고로 떠나든 일단 저세상으로 가시는 모든 분들, 그곳에서 영면하시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부여 용정리 상여소리.

우리 조상들은 이런 가락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인류 존엄성의 가치>를 제대로 보았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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