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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충남의 장인5] 전래동화와 소설 등을 읽어주던 ‘강독사’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9호 <강독사 명인> 정규헌 선생 인터뷰

2013.10.26(토) 20:33:37남준희(skawnsgml2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아름답고 전통미 넘치는 자랑스런 문화를 이어오신 무형문화재 선생님들을 찾아서 만나 뵙고 취재를 했는데 약간 뜻밖의 무형문화재 보유자를 뵈었습니다.

뜻밖이란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무형문화재가 아니라 쉽게 접하지 못했던 약간 생소한 분야라는 의미입니다.

강독사 명인 정규헌 선생님

▲계룡시 자택에서 찾아 뵌 강독사 명인 정규헌 선생님


강독사(講讀師) 정규헌 선생님.

강독사라는 말을 처음 듣는 분들 많으실 것입니다. 아니 거의 모든 분들이 ‘강독사’가 뭐냐며 의아해 하실 것입니다.

강독사란 과거에 글을 모르던 농민들에게 우리의 전래동화 등을 읽어주면서 글을 가르치는 역할을 했던 분을 말합니다. 물론 전적으로 글을 가르치려는 목적만이 있었던건 아닙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다 보니 그것이 흥미를 유발하고, 흥미를 느끼는만큼 글을 모르던 사람들에게는 글을 깨우치게 하는 효과가 무척 컸기 때문에 일거양득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글을 읽으며 이웃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일을 전문적으로 맡아 왔던 얘기꾼을 고담소설 강독사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지역 언론에 보도된 정규헌 선생님 활동상

▲ 지역 언론에 보도된 정규헌 선생님 활동상
 

중앙언론인 한겨레 신문에 보도된 정규헌 선생님

▲ 중앙언론인 한겨레 신문에 보도된 정규헌 선생님
 

모 방송사 PD가 취재에 협조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으로 보내온 편지

▲ 모 방송사 PD가 전통문화를 유지 계승시켜오는 정선생님의 숭고한 뜻에 감명 받았다며 보내온 편지


고담소설 강독사들은 옛날 우리 문화를 유지할 수 있게 한 시대적 가치를 지닌 문화전달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정규헌 선생님은 그래서 충청남도로부터 지난 2008년도에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9호로 지정되셨습니다.
정선생님은 원래부터 유명한 강독사였던 선친(고 정백섭 선생님)으로부터 고담소설 읽는 법을 전수 받으신거라 합니다.

“옛날에는 강독사라고 안하고 전기수(傳奇手)라고 했어요. 전기수란 조선시대 후기, 직업적으로 소설을 읽어주던 이야기꾼입니다. 1700년대부터 장화홍련전, 심청전 같은 고전 소설이 나왔잖아요. 일종의 소설인데 조선시대 그때는 완전 이 소설에 난리가 났다고 안합니까.”

정규헌 선생님께서 강독사가 무엇인지 개념 설명을 해 주신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십니다.

그동안 보관해 오신 전래동화집. 책 표지 디자인이 지금의 책과는 확연히 다름.

▲ 그동안 보관해 오신 홍길동전 등 전래동화집.
 

책 표지 디자인이 지금의 책과는 확연히 다름

▲ 책 표지 디자인이 지금의 책과는 확연히 다름
 

삼국지 고서

▲ 삼국지 고서


그러더니 잠시 일어나 뭔가를 가져오십니다. 제가 찾아뵙겠다고 미리 전화를 드렸을때 제게 보여주시려고 보자기에 싸 놓으시고 준비한 책들이었습니다.

그건 놀랍게도 오래전에(요즘의 디자인으로 보면 아주 촌스러운... 그러나 당시에는 너무 귀중한 책들) 출판되어 나온 총천연색(?) 책들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 소설이 나와서 무척 재미있고 장안에 난리가 났지만 사람들이 글을 모르잖아요. 글을. 그러니 글 좀 아는 사람이 책을 대신 읽어주는게 너무 중요했어요. 읽는 것도 그냥 염불 외우듯 하면 재미 없잖아요. 그걸 읊조리듯, 문장에 가락을 붙여 낭독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기능보유 인증서

▲ 기능보유 인증서
 

정선생님의 서재

▲ 정선생님의 서재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제게도 “얼굴로 보아하니 옛날 이야기도 좀 들었을것 같은데... 옛날에 사랑방에서 아버지나 동네 형님들이 이야기 해주곤 했잖아요. 그걸 더 오래전부터 했다고 생각하면 돼요. 책을 읽어주면서”라고 부연 설명을 해 주십니다.

꺼내어 풀어 헤친 보자기에서 나온 책들을 한권씩 되짚어 보이시면서 정선생님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십니다
 

직접 강독 시연을 해 주시는 정선생님

▲ 직접 강독 시연을 해 주시는 정선생님
 

싯누런 종이에 쓰인 깨알같이 작은 글씨의 소설 원문을 운율에 맞춰 읽어 주심

▲ 싯누런 종이에 쓰인 깨알같이 작은 글씨의 소설 원문을 운율에 맞춰 읽어 주심


“선생님 그러면 한소절만 읽어 주실수 있으세요?”

부탁을 드리자 정선생님은 즉석에서 책 한권을 펼쳐 드십니다. 옛날 책이라 편집이랄것도 없이 싯누런 종이에 글씨만 빼곡한 그것을 펼쳐 드신 정선생님은 이내 익숙한 억양과 음성 톤으로 옛날 이야기를 줄줄 읽어 내려 가십니다.

절로 고개가 따라 운율에 맞춰 움직여집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쉽게 빠져들며 글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듣기에 딱 좋은 톤입니다.

동영상으로 음성과 영상을 보여드리지 못함이 좀 아쉽긴 하지만 선생님의 강독하시는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모 방송국에서의 강독시연 촬영장면

▲ 모 방송국에서의 강독 촬영장면
 

홍성 내포문화축제때 강독 시연

▲ 홍성 내포문화축제때 강독
 

경기도 파주의 '북소리'축제때 초빙되어 강독

▲ 경기도 파주의 '북소리'축제때 초빙되어 강독


계룡시에서는 정선생님의 이런 재능과 독특한 강독 능력이 사라지기 전에 금년부터 조선시대 대표 소설 중 하나인 ‘신유복전’을 음원으로 제작하기 위해 작업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을 상대로 강독에대한 설명을 해주심

▲ 어린이들을 상대로 강독에대한 설명을 해주심


이번에 음원으로 제작되는 신유복전은 작가 미상의 한글로 쓰여진 소설로 고아인 주인공 신유복이 이 병조판서와 위국공이 되기까지의 일대기를 그린 영웅소설로 당시 학정에 시달리던 민초들 사이에서 크게 읽혀진 작품이라 하네요.
이렇게 신유복전을 음원으로 제작한다고 하니 이게 나오면 일반인들도 강독사의 책읽기가 어떤건지 접해볼수 있을듯 합니다.
 
 

이제 남은 꿈은 하루빨리 후계자를 찾는 일

▲ 이제 남은 꿈은 하루빨리 후계자를 찾는 일이라며 안타까워 하시는 정 선생님.


지금 정규헌 선생님에게는 가장 큰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돈이 안되니까 그렇기는 한건데 정선생님은 돈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후계가 나타나지 않은 것 때문에 잠이 오질 않는다고 하네요.

“멀리 부산에서도 오고, 강원도 춘천에서도 사람이 왔어요. 이걸 배워보겠다고. 하지만 1주일도 못하고 떠나갑디다. 돈벌이가 될 것 같지 않으니까 그런겁니다. 우리 아이들한테도 몇 번이나 시켜 보려고 했지만 잘 안돼요. 허허... 참”
문득 천장을 바라보시는 77세 고령의 강독사 재능 보유 무형문화재 정규헌 선생님.

하루빨리 누군가 제대로 배울 후계자가 나타나 강독사의 명맥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램을 안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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