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여행

여행

충남넷 미디어 > 통통충남 > 여행

느림의 미학이 피어오르는 당진의 보물섬

충남의 재발견 (20) 당진 대난지도

2013.08.05(월) 15:50:43도정신문(deun127@korea.kr)

느림의 미학이 피어오르는 당진의 보물섬 사진

담담히 펼쳐진 해안…단순미의 극치
해수욕은 물론 둘레길 산책도 즐거워


당진 난지도는 반찬 몇 없는 소박한 밥상과 닮았다.

높지 않은 섬의 지형과 곱게 펼쳐진 백사장, 그 아래에 흘러내리는 갯벌은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처럼 담담한 모습으로 흩어져 있었다. 도시의 모습이 대체로 혼탁하다면, 이곳의 풍경은 단순함의 극치였다. 단조로운 선과 면, 둔탁하거나 짙은 청록만이 난지섬이 가진 전부였다. 아무것도 뺏길 게 없는 가난한 농부를 만난 강도와 같이, 욕망과 허세의 마음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버렸다.

무엇보다 난지섬은 낮았다. 나지막한 산과 완만한 평지 때문에 이곳 하늘은 유달리 깊었다. 높게 뻗은 건축물도 없어 전망대를 제외하면 주위 야산이 하늘에 제일 가깝다. 자신을 낮춰 주위를 넓히는 아름다움이었다.

이 아름다움은 육체의 감각에 깊게 관여했다. 나지막한 지형 덕에 약간의 발품을 팔아 근처 둔덕에 오르면, 섬 전반의 모습과 서해의 아득함에 눈이 열린다. 값을 치르고 63빌딩 꼭대기에 올라가야 겨우 하늘을 만날 수 있는 도시의 야박함은 어디에도 없다. 사방이 하늘과 맞닿아 있어 희미한 바람의 흔들림도 큰 떨림이 돼 피부에 전해진다.

이 순간 이성은 가라앉고 몸의 감각이 떠오른다. 땅을 디디는 발끝의 저항력에서, 머리카락을 스치는 하늘의 움직임에서, 바다와 육지의 향이 미묘히 뒤엉킨 코끝에서 난지섬을 발견하게 된다.

많은 인파가 잊지 않고
찾는 명소


29일 당진 난지도로 향하는 길은 박무(薄霧)로 가득 찼다. 맑은 햇살이 맺혀진 서해의 담백한 청록을 보지 못하는 현실이 암담했다. 2시간 넘게 운전해 도착한 도비도 선착장은 희미한 윤곽만 보였다. 안개 너머 들려오는 어선의 엔진 소리만이 바다의 존재를 알려줄 뿐이었다.

열악한 기상 조건 때문에 배편이 1시간가량이나 연착됐다. 그사이 인근 교회에서 200여명의 단체 관광객이 오는 등 꾀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람들 손에는 먹을거리가 가득했다. 저마다 풍경 좋은 곳에서 반가운 사람과 밥상머리를 맞대고 앉아 있을 것을 상상하니 인스턴트 음식을 가방 한구석에 처박은 내 모습이 처량했다.

도비도 선착장에서 대난지도까지는 20여분 이상 소요됐다. 출항하는 배는 만원이었다. 다행히도 발 빠르게 배에 오른 덕에 2층 구석의 간이 의자를 차지하게 됐다. 육지를 밀어내며 출항하는 배를 마중한 것은 수많은 갈매기 떼였다. 사람들이 던지는 과자 부스러기에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절대 물러섬이 없었다. 그런 모습이 재밌었는지, 사람들은 연신 가방에서 먹을 것을 꺼내 던졌다. 인간의 호기심과 갈매기들의 욕망이 교환되는 거래의 풍경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고갈될 즈음, 때를 아는 갈매기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오랫동안 교류하며 인간의 거래법을 터득한 모습이었다. 갈매기가 떠난 허공에는 서로의 이해(利害)로 만들어진 관계의 허무만이 씁쓸하게 맴돌았다.

느림의 본성을 깨닫는
해방의 섬

느림의 미학이 피어오르는 당진의 보물섬 사진

 난지섬은 지난 2010년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국내 10대 명품섬 중 하나다. 물이 맑아 서해의 동해라 불리며, 난초와 지초가 많이 자생한다고 해 난지섬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섬의 첫인상은 무척 단아했다. 선착장 왼편으로 길게 늘어선 해수욕장과 나란히 뻗은 해변 산책길이 깔끔히 놓여 있었다. 해수욕장 반대편에는 약간의 평지가 펼쳐졌고, 그 뒤로는 울창하게 뻗은 송림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해변 산책길은 바다와 송림의 사이를 가로지르는 경계로, 수려한 경관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코스였다. 주변 경치에 빠져 있자면, 어느새 송림 사이를 지나 불어오는 숲의 바람과 바다 너머로 오는 해풍이 미묘히 어우러져 정신을 깨운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바람이 주는 상쾌함 모두 청록의 것으로, 산으로 가야 할지 바다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게 만들었다.

해수욕장은 고운모래로 가득했다. 조심스레 발을 내딛자 뜨거우면서도 온화한 기운이 감돌았다. 50m정도 너비의 백사장을 지나 갯벌로 나가자 바닥에 스며든 바다의 냉한 기운이 급습했다.

뜨거움과 냉랭함이 동시에 뒤엉키며 발을 자극했다. 발바닥이 찬 기운에 익숙해질 즈음 파도가 산화하는 지점까지 다다른다. 가만히 발을 물에 담고 있노라면, 멀리 수평선부터 밀려온 청록의 물 덩어리들이 거품으로 사멸해 발 등에서 사라졌다.
바다와 갯벌이 만나는 지점에는 인파들로 가득했다. 제각각 즐기는 모양새는 다르지만, 모두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삶 위한 쫓김도, 부지런함에 대한 강박도 없었다. 생존의 공포가 사라진 공간에는 느림의 본성과 게으름의 미학이 꽃처럼 피어난다.

경쟁과 성공의 신화 속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본질을 잊고 살았는가. 주체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의 축복은 원래부터 우리 안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섬 곳곳에 어민의
숨결이 담겨


난지도는 지난 2007년 태안 유류사고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어떻게든 살아가고자 하는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 섬을 복원하고 가꿔왔다. 그래서인지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절실함이 섬 곳곳에 배어있다.

난지섬을 알리는 관광 팸플릿도 섬 주민이 직접 제작했다. 마을 어르신들과 만나 각 지역 명칭의 유래를 추적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청두락골과 도독골산 등이 그 예다. 실제 청두락골은 청나라 군사가 주둔했던 곳이고, 도독골산은 이곳이 아산만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으로 도둑들이 은신한 사실 때문에 내려온 이름이다.

이런 지역을 잘 엮어 만든 게 난지섬 둘레길이다. 총 15km에 달하는 코스로 산의 능선을 따라 섬 한 바퀴를 돌게 된다. 둘레길을 완주하지 않아도 좋다. 해수욕장 양 끝 편에 각각 자리한 난지정이나 전망대에 오르기만 해도 송림과 바다의 쪽빛에 눈이 따갑다.

해수욕장도 무척 잘 다듬어져 있다. 갯벌이 넓고 바다의 수위는 낮아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다. 백사장에는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데크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고, 안전요원과 의료 응급반도 대기하고 있어 안락한 휴양이 가능하다. 섬 길을 따라 식재된 다양한 꽃과 식물도 편안한 ‘쉼’을 돕는다. 여기에 바다 래프팅과 갯벌체험도 즐길 수 있어 명품 휴가를 보낼 수 있다.
●난지섬관리사무소 041-352-0844

 /박재현 gaemi2@korea.kr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