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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꽃향기, 그 잊지못할 아찔한(?) 해프닝

2013.06.26(수) 16:11:35남준희(skawnsgml2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제는 출장길에 공주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더워 에어콘을 켜고 가다가 잠시 환기를 시키려고 차장을 열었죠.

 그때 창밖에서 들어오는 상큼한 공기와 함께 콧잔등을 자극하는 독특한 향취, 그것은 다름 아닌 밤꽃 향기였습니다.

'아, 공주는 밤이 유명한 곳이라 길가에서도 밤꽃 향기가 진동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밤꽃이 핀 밤나무

▲ 밤꽃이 핀 밤나무
 

살짝 덜 핀 밤?

▲ 이 밤나무는 밤꽃이 살짝 덜 핀 상태

 이맘때의 밤꽃 향기와 아카시아 꽃 향기는 실로 진하고도 진합니다. 취할 정도가 아니라 이 두 꽃향기는 실체 취하게 만들고 정신을 몽롱하게 합니다.
 심지어 한겨울에 밤나무 장작을 아궁이에 지피면 거기서 나오는 연기도 사람을 취하게 할 정도로 강렬한데...

 밤꽃 향기가 너무 좋아 차를 세우고, 차 안에 있던 카메라를 들고 나갔습니다.
 밤꽃, 별거 아닙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항상 보는 꽃이고 향기 나는 과일 나무 꽃일 뿐입니다. 하지만 정성들여 사진을 찍어 놓고 보니 나름 예쁘더군요.

 

막 예쁘려고 하는 밤꽃 한줄기

▲ 막 예쁘려고 하는 밤꽃 한줄기
 

적당히 만개한 밤꽃

▲ 적당히 만개한 밤꽃


 청소년 사춘기때 이 밤꽃 향기에 얽힌 잊을수 없는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고교 2학년 겨울이었죠.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은 대입시 준비로 밤낮없이 공부를 해도 시원찮을 그 중요한 시기에 슬쩍 옆길로(?) 샌 적이 잠깐 있었습니다. 술도 좀 먹었지요.

 부모님이 기절초풍할 일이었고 집에서도 난리가 났습니다. 아버지한테 작대기로 흠씬 두들겨 맞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밤꽃

▲솜털같은 밤꽃
 

햇빛을 받아 영롱한 밤꽃

▲ 햇빛을 받아 영롱한 밤꽃. 마치 살아있는 길다란 벌레 같기도...


 요즘 아이들한테 아버지로부터 작대기로 맞으며 자랐다고 하면 그 자체가 기절할 일이죠. 하지만 그때는 그게 옳았고, 그런 아버지가 원망스럽지도 않았습니다. 그만큼 아버지의 권위도 컸습니다.

  하여튼, 그렇게 잠시 삐딱선을 탔다가 제자리로 돌아와 고3이 되었는데 그 이듬해 이맘때쯤이었습니다.

 

역광을 피해

▲ 역광을 피해 접사로
 

제대로 피우기 위해 태양빛을 찾아 고개를 내민 녀석

▲ 제대로 피우기 위해 태양빛을 찾아 고개를 내민 녀석


 그날이 마침 토요일이었는데 친구 한녀석과 학교에서 돌아오던중 밤나무가 잔뜩 심어진 산기슭에서 앉아 놀다가 둘이 풀숲에 엎어져 낮잠을 자버린 것입니다.
 거기까진 좋았죠. 코피 쏟아지게 공부하다가 낮잠 한번 늘어지게 잔 것이니...
 얼마나 잤을까.

 잠에서 깨어보니 혼자였습니다. 친구녀석은 나보다 먼저 일어나 간다고 한거 같았습니다. 잠결이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밤꽃

▲아, 드디어 임자 만난 밤꽃


 그런데 잠에서 깨어 집으로 돌아가는데 다리가 자꾸 휘청거렸습니다. 아무리 똑바로 걸으려고 해도 다리가 말을 안들었습니다.

 어? 왜그러지? 왜 어지럽지?

 정신이 몽롱하고 머리가 지끈거리며 혼미했습니다. 다리는 완전히 갈지자였습니다.

 어떻게 집에 갔는지 기억조차 없는데 지금도 잊지 못할 한마디.
 “이노무 시키? 막빡에 피도 안마른 놈이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와?”
 아버지의 대노. 어머니의 절망적인 눈빛....

 

완전 만개하여 곧 열매를 맺을수 있는 밤꽃

▲ 완전 만개하여 곧 열매를 맺을수 있는 밤꽃
 

밤꽃향기, 그 잊지못할 아찔한(?) 해프닝 사진

▲슬슬 지어가는 밤꽃,  "이제 밤만 열게 하면 돼요"


 하지만 난 술 먹은 사실이 없는데. 아버지는 휘청거리며 들어온 내가 낮술을 먹고 취한걸로 오해를 하신것입니다. 그렇잖아도 내가 전과(?)가 있었기에...

 몽둥이를 들고 패대기를 치시려고 내 손목을 비틀어 잡고 마당으로 끌고 가시던 아버지가 멈칫 하셨습니다. 그 정도면 입에서 술냄새가 심하게 진동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를 않았으니까요.

 그제사 이상한 느낌을 받은 아버지는 일단 저를 재우시더군요. 술이 깬(?) 다음 자초지종을 확인한 뒤 패대기를 쳐도 늦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하신듯 합니다.

 다시 한참을 자고 난 뒤 정신을 차리고 사건을 역추적 해 봤더니 역시 밤나무 꽃이 문제였습니다. 나는 그런거 몰랐지만 평생 농사를 지어오신 아버지는 내가 밤꽃 밑에서 남잠을 자다가 그 꽃 향기에 완전히 취했다는 것을 아신겁니다.

 충남넷 독자여러분, 저희 아버님 덕분에 밤꽃 감상 잘 하셨죠?

 그날의 해프닝,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 합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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